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 Oct 28. 2020

딴짓이 가져다준 변화

나다움을 유지하는 삶

1. 한 가지 프레임의 삶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자란 나는 지극히 일반적인 성공 방정식을 체화하며 살아왔다.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가고, 대기업에 들어가서 연봉이 얼마 이상이 돼야 성공한 삶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런 의식이 깊게 깔려 있었다. 그래서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고 흔히 말하는 해당 기준에서 나보다 더 잘나 보이는 엄마 친구 아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내가 죄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지극히 획일화된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에만 향하던 삶이었다.



2. 나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이런 인식들이 대학에 가고, 20대 중반 군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바뀌어갔던 거 같다. 문제의식의 시작은 시킨 대로 살아왔는데 무언가 삶의 만족감, 그리고 충족감이 크지 않다는 데 있었다. 대체 잘 산다는 건 뭘까? 행복이란 뭘까? 추상적일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스스로에게 아주 무게감 있게 다가온 질문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잘 몰랐고, 한 두 번 생각한다고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했던 게 틈틈이 생각하고 기록하는 행위였다. 업무가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다이어리에 그날그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 지에 대해서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어떤 날은 내가 느낀 감정을 나도 모를 때가 많아서 모호한 단어들로 다이어리를 한가득 채운 적도 많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 모호한 게 나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쌓이니, 명확한 답은 없어도 대략 답을 구하기 위한 방법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첫 번째는 내 마음이 진정으로 끌리는 의미 있는 일들에 집중해보자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세부적인 방법은 모르겠으니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금씩의 행위들(딴짓)을 해봐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군 생활로 ROTC의 길을 택하고, 전역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딴짓들을 했다. 하나같이 계획된 활동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켜서 하는 행위가 아닌 나 스스로가 원해서 한 경험들이었다. 그리고 실행도 계획을 하지 않았듯이, 실행의 과정들을 통해 계획하지 않았던 배움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3. 오랜 딴짓이 가져다준 신념


딴짓이라는 게 다년간 꾸준히 하다 보니깐,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는 볼 수 없던 부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회사 직원협의체 활동을 하면서 팀에서 내가 맡은 업무만 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조직 내 약자의 상황을 알고, 개선안을 고민해볼 수 있었고, 건강한 기업조직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직비 인상 등 한 가지 의견이라도 관철시키기 위해선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비교 논리의 중요성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사내 테마 엑스퍼트 제도를 통해서는 단순히 취미로 끝나버릴 수 있었던 피아노를 깊이 있게 즐기고, 클래식 음악을 통한 성장의 경험을 느껴볼 수 있었다. 명확한 답이 없을 때는 현재 내가 할 수 있고, 원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행위들이 나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나 회사라는 포장지를 떼고 회사 밖에서 여러 가지 딴짓들을 하면서 나 스스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해나가느냐가 중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그 행위가 나에게 더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왔고, 계속해서 지속하면 그 행위의 결과를 떠나서 무언가 신념이 생겼다. 그리고 좀 더 충만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2020년, 팬더믹의 시대에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제한받으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평범했던 일상이 주는 고마움을 느껴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일치되는 것 같지 않을 때, 혹은 나의 경력이 의미 있게 축적되는 것 같지 않을 때, 여러 가지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때 등 많은 어려운 상황들이 있지만 그럴수록 좀 더 나를 돌아보고 현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고, 원하는 일들을 찾아보고 실천해보면 어떨까. 적어도 나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물질적으로 더 가진 건 아니지만, 확고한 나다움을 정립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사랑하고, 앞으로의 나를 더 기대해보게 된다. 



이전 15화 좋은 대화가 필요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