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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Oct 17. 2020

좋은 대화가 필요해

2탄. 독서모임 호스트 회고 

1. 문제의식 : 독서를 매개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


독서모임의 호스트가 되면서, 모임의 서비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 첫 번째 의문은 이런 서비스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사람들은 왜 돈을 내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걸까? 기존 멤버들의 VOC를 읽고, 직접 모임을 진행하면서 의견을 들어보니 몇 가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독서에 대한 꾸준한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책 읽으라는 이야기야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익숙지 않은 활동은 잘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역시도 돈을 내고 헬스장에 가는 것처럼 어느 정도는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책을 읽도록 말이다.


둘째, 읽고 끝내는 독서가 아닌 성장을 위한 독서를 희망한다는 점이다. 같은 책,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관점과 생각이 다르다. 이는 책을 읽은 후에도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독서모임을 통해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하려는 욕구가 컸다. 여기서 좋다는 것은 주제가 명확하고 주제(관심사)를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 간의 깊이 있는 소통을 말하겠다. 실제로 독서모임 후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내가 몰랐던 관점에 대해서 알게 되고, 생각이 넓어지는 경험이 좋았다"는 표현들이다.


셋째, 여가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욕구다. 우리는 참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오늘 안정적인 게 내일 불안해질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노동 외의 여가시간에 있어서도 단순 유흥보다는 의미 있는 가치를 중요시 여기게 됐다. 여가시간을 잘 활용해서 생각의 깊이를 넓히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활동들을 원하게 됐고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독서모임이 된 것 같다.






2. 서비스 : 구성과 기획


독서모임 서비스는 4개월 간의 시즌 멤버십으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쓴 후에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 형태다. 


#구성

형태 : 독서모임 + 번개모임(월 1회씩) * 4개월 

인원 : 최소 7~최대 9명

비고 : 독서모임(3시간), 모임 단톡 방 생성, 정규 멤버에 한해 기타 모임 무료 참여 가능

원칙 : 모임 이틀 전까지 400자 이상의 감상문 제출 필수

금액 : 199,000원(시즌/인당)


#기획

기획의도(어떤 모임인지?)

호스트 소개

월별 주제

선정도서

선정 이유

이런 분과 함께 하고 싶어요

어떻게 달라지나요?


서비스의 핵심은 결국엔 기획력이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이걸 명확하게 상품화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위 사항들은 호스트 신청서를 낼 때, 필수적으로 담아야 할 항목들이었는데 나는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트렌드를 주제로 모임을 하고 싶었다. 트렌드는 오랫동안 나의 관심사이기도 했고, IT기술의 발달과 산업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기에 이런 변화의 흐름을 세밀하게 읽고, 현명하게 대응하는 안목을 함께 키우고자 했다.


다만, 4개월 간 4권의 책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기에 트렌드 중에서도 여행과 식문화 트렌드로 좁혀서 주제와 책을 정했다.


[월별 주제]

9월 : 재정의(redefinition), 여행이라는 경험의 진화

10월 : 디테일,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11월 : 재발견, 도쿄에서 찾은 서비스

12월 : 정체성, 어떤 소비로 나를 규정하는가?


[월별 선정도서]

9월 : '여행의 미래 : 밀레니얼의 여행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김다영

10월 : '마켓컬리 인사이트 : 스케일을 뛰어넘는 디테일로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 - 김난도

11월 : '퇴사준비생의 도쿄 : 도쿄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이동진 외

12월 : '소비의 사회'(그 신화와 구조) 장 보드리야르






3. 운영 : 가설과 검증의 반복


#멤버 모집, #퍼스널브랜딩

나를 호스트로 하는 독서모임 상품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멤버 모집에 들어가자 여러 가지로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부산의 독서모임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이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금액으로 운영되는 곳이었기에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썼다. 그런데 9-12월 시즌 멤버 모집을 8월 초부터 들어갔으나 좀처럼 모집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처음에는 약 30개가 넘는 모임이 홈페이지에 깔렸는데, 그 많은 상품들 중에서 내가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게 좀 무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모임과 모임 진행자인 나를 더 알려야겠다!" 그렇게 모임 운영진에게 호스트 인터뷰를 정리해서 홍보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해당 인터뷰를 내 개인 블로그 등에 홍보하면서 유입을 높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게 최종선택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뷰] 카멜레온 호스트를 소개합니다

https://www.wecontextyou.co.kr/board/view.php?&bdId=introduction&sno=5


#멤버들의 관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우여곡절 끝에 내가 진행하는 모임은 감사하게도 정원을 마감했다. 트렌드를 이야기하니 처음엔 막연하게 남성분들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최종적으론 여성분들이 더 많았고 대체로 성장에 대한 욕구가 많은 분들이었다. 단톡 방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트렌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히면서 우리는 관심사를 위주로 소통을 이어갔다. 그리고 독서모임에 처음 등록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아직 문화가 익숙지 않아서 말을 아끼는 분들도 있지만, 계속해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지를 알아가는 중이다.


#번개, 남프랑스 랜선 여행 

한 번의 독서모임과 한 번의 번개가 있기에, 첫 달에는 주제와 관련된 번개모임으로 랜선 여행을 했다. 첫 달 주제가 '여행이라는 경험의 진화'로 코로나 시대에 여행산업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여행업계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랜선 여행을 같이 해보며, 온라인 경험과 오프라인 경험에 대해 비교하고 느낀 점들을 나눠볼 수 있었다. (랜선 여행의 결론은 더 오프라인 여행이 가고 싶다는 거긴 했지만...)






4. 회고, 중간점검을 하자면


아직 모임의 절반 정도를 한 시점에서 회고를 한다는 게 맞지는 않지만, 중간점검을 해보자면 가치 있는 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제와 멤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질문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티키 타카하는 대화들이 잘 나오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부한 말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라는 태도)


'주제를 명확히 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관점을 가지고 치열하게 논해보는 것', 이게 잘 돌아가면 불현듯 뇌를 찌릿하게 하는 대화의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모임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한참 동안 생각과 논리의 흐름들이 머릿속을 맴도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게 독서모임의 매력이고, 이런 대화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게 호스트를 하는 맛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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