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 Jan 11. 2021

[탐구생활] 내가 생각하는 하나투어의 미래

3-1편.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들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막상 글로 정리하려니깐 쉽지 않다. 후에 수정을 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파트인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변하지 말아야 할 것


1) 마음가짐(휴먼터치) 역량


내가 하나투어에 근무하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베테랑 선배들이 고객을 대할 때 보인 태도였다.

 

관광산업은 기본적으로 Hospitality Industry 환대산업이다. 즉, 고객을 진정 어린 마음으로 즐겁게 맞을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러한 마음가짐(휴먼터치) 역량을 선배들의 행동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고객의 관점에서 쉽고 편리하게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정리해서 안내하고, 눈을 마주쳐가면서 안내하는 그런 진정성이 있었다.


서비스의 본질이란?  ⓒPixabay


이는 단순히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신념과 서비스업에 맞는 개인의 성향,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IT기술에 의해 유통이 변화해가더라도 이러한 마음가짐(휴먼터치) 역량은 변하지 말아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실, 회사가 커지고 조직이 세분화되면 어쩔 수 없이 관료주의가 생기게 된다. 내 부서의 일이 아니면 굳이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하고 문제가 생기면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빠진다. 회사 전체적으로 보거나 고객 관점에서 봤을 땐 같은 하나투어인데, 하나투어 내부적으로는 서울 본사 영남본부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내부 협조가 안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점들이 커질수록 고객 관점에서 하나투어의 강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좋은 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회사 내부 직원들이 서비스에 대한 생각이나 철학이 다져져야 하는데, 전통적으로 하나투어의 강점으로 가져왔던 이러한 마음가짐(휴먼터치) 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그럴 일도 없겠지만 무조건적으로 직원 수를 늘리는 채용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나투어는 종합직(4년제)과 전문직(초대졸)으로 구분하여 전문직 직원을 꽤나 많이 채용해왔는데, 나이는 어리나 연차가 쌓인 전문직과 종합직 신입직원들 간의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때론 보상도 적은 전문직 직원들에게 과한 전문성과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좀 더 전문화된 조직으로 꾸려나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을 IT기술을 통해 자동화하는데 예산을 투자하고, 직원들은 정말 전문성을 가지고 동기부여가 되는 급여를 받아 갔으면 한다.

 



2. 변해야 할 것


1) 데이터 활용 기반 마련


1993년부터 여행사업을 운영하면서 하나투어는 여행과 관련된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들이 전체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원활히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에 오라클 프로그램을 활용한 BI 툴이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이고 각 부서별로 이런저런 시스템으로 데이터들이 흩어져 있거나 고립되어 있었다. 이렇게 산재된 데이터들에 대해서 수집할 데이터의 기준을 정하고, 디지털화하여 전 직원들이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중요한 건 '데이터에 근거한 감'이다.


MD들의 전문성이 과거에는 소위 말하는 감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판매하는 게 먹혔지만 고객의 취향이 세분화된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감에만 의존해선 잘 먹히지 않는다. 하나투어 앱이던 웹페이지던 고객의 행동, 유입 패턴에 대한 정보들부터 시작해서 초개인화 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의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 툴을 특정 기획부서에서만 활용하는 게 아닌 전 직원들이 쉽게 다룰 수 있도록 교육과 활용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 물론, 나도 현업에서 활발하게 BI 툴을 활용하진 못 했지만, 남이 뽑아주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것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내가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서 비즈니스를 개선시켜 나가는 건 차원이 다르다는 건 확신한다.



 

2) 단기 성과주의 탈피


최근 몇 년 간 회사의 성장세가 꺾여서 그런 진 모르겠지만,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으면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단타에 가시적인 성과를 너무 요구하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치 생성이 어렵게 된다. 하나투어가 그동안 수많은 경영전략과 아이디어를 실행했음에도 특출 난 성공이 보이지 않았던 요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도전 프로젝트에 있어 너무 기존 성과주의의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맨파워와 네트워크를 쌓고 결과물을 만들 인프라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고심하여 결정한 거에 있어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제대로 해봐야 제대로 된 경험이 축적될 것이다.




3) 다 잘하겠다는 마음


시대가 바뀌었다. 요즘 시대에 종합적으로 강하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종합적이라는 건 바꿔 말하면 어느 것 하나 특출 나지 못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라 나는 하나투어가 기존의 종합여행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에 좀 더 전문화되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경쟁력이 생길 거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하나투어의 메인 타깃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메인 타깃인 5060 시니어층이 만족할 수 있는 프리미엄 패키지를 만드는 회사, 여기에 많은 R&D 역량을 집중해보면 어떨까. 이게 잘 돼야 결국엔 수익이 나는 캐시카우가 형성되고 현재 하나투어의 핵심역량을 제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로 패키지를 안 찾는다고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구매하고 싶은 패키지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발품 팔아가면 항공권, 호텔, 현지 투어 등을 따로 예약하는 거다. 시니어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하고, 초개인화된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이러한 여행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조성해준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서브 타깃인 2030 MZ세대엔 오픈마켓 형태로 다양한 셀러를 유치해서 시장 점유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이 시장은 어차피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마케팅비를 투입하여 다양한 셀러를 모으고, MZ세대가 자유여행을 탐색할 때 하나투어 앱을 한 번쯤이라도 고려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한다. 그리고 몇 년 간 코로나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기에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여행 시장의 점유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셀러들을 모아야 한다. 최근에 움클래스와 제휴하여 공예/목공 클래스를 입점시킨 것처럼 일단은 공급자의 다양화와 쿠폰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를 앱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메인 타깃]5060 시니어층에 특화된 프리미엄 패키지 기획사 - 캐시카우

[서브 타깃]2030 밀레니얼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조건의 오픈마켓 - 수익보다는 Market Share용 시장

[위드 코로나] 국내여행 시장 강화




4) 스타트업과의 소통/협업/투자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사업영역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자본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규모의 사업을 하고,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노리기 때문이다. 이는 위기의 시대에는 대기업은 몸집이 커서 사업의 축을 전환하는 빠른 피보팅이 어렵지만,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민첩하게 피보팅을 할 수 있다.


나는 하나투어가 앞으로 관광분야를 비롯해서 다양한 IT기술 스타트업들과 활발히 소통했으면 좋겠다. 정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소통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투어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스타트업의 기술력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소통하고, 협업해서 경우에 따라선 투자하고 인수 합병하는 전략을 취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하나투어 내에서 내재화해서 개선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기존의 경영활동을 통해서 경험했을 것이다.


최근에 야놀자의 성장세를 지켜보면서 부러웠던 건 그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과 투자활동이었다.


물론, 야놀자 자체가 유니콘으로 스타트업의 빠른 의사결정 DNA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모텔 중개에서 시작해서 중소형 자체 브랜드 호텔 건설, 클라우드 기반의 호텔 관리시스템 판매사업 등 전체적인 경영전략에 맞는 기술 스타트업들을 인수 합병해가며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호텔자동화솔루션인 Y-Flux 홍보를 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DID인증 체크인을 하겠다는 등 기술 스타트업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었고, 현재 야놀자 앱 내에서 야놀자 코인도 이러한 블록체인 스타트업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서 탄생한 것이었다.



하나투어도 IMM사모펀드 쪽 컨설턴트 출신 경영진이 들어온 이상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활발히 검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 나가야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나, 여행서비스 구매패턴 자체가 시니어층들은 여전히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다지만, 2030 MZ세대는 브랜드 파워 보다도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나, 평점,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구매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러한 정보들이 하나투어 앱에 잘 쌓일 수 있도록 스타트업들과 협업해서 유인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마이리얼트립이 자유여행 시장에서 MZ세대들을 타깃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도 바로 서비스에 대한 다수의 후기와 평점 확보에 있었다.


현재 위드 코로나 시기에는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하여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들 혹은 스타트업들과 국내 동네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하나투어 앱에 독점적으로 사입시키는 등의 콘텐츠 차별화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이전 09화 [탐구생활] 내가 생각하는 하나투어의 미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