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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an 08. 2021

[탐구생활] 내가 생각하는 하나투어의 미래

2편. 하나투어의 핵심역량

기업은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결과가 좋으면 그간의 과정이 모두 성공요인으로 평가되고, 결과가 나쁘면 그간의 과정이 실패 요인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현재의 결과가 나쁘다고 기존의 과정들을 모두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외부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존에 기업이 가지고 있던 핵심역량이 무엇인 지 깊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핵심역량(본질)을 명확히 정의해야,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사업의 축을 전환하는 피보팅(Pivoting)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필름회사 전성기를 이끌던 미국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열리자 무너지고, 일본의 후지필름이 필름 연구에 활용하던 콜라겐 성분이라는 핵심역량에 대한 재정의와 활용을 통해 화장품 사업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에 하나투어가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이란 무엇인 지에 대해서 살펴봤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현재 성과를 발휘하는 핵심역량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자산들을 현 상황에 맞게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부분은 다음 글(3편)에서 다루면서 마무리해 볼 예정이다.




2편. 하나투어의 핵심역량


1) 5060 시니어 대상의 브랜드 파워

어떤 산업 분야든 대중들에게 회사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서비스업에 있어서는 기업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하나투어'란 브랜드는 분명 그 파워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종합 여행사이면서, 5060 이상의 시니어층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브랜드이기도 했다. 때때로 논란이 되는 이슈도 많았지만, 매년 언론사 및 소비자 리서치 기관의 브랜드 조사에서 여행사 부문 최상위권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하나투어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하나투어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였다. 타사 대비 여행 일정 및 조건이 비슷해도 하나투어 상품은 좀 더 안전하고, 체계적인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혹여나 해외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대처가 나을 것이다는 믿음도 포함됐다.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했기에 비슷한 조건에 타사 대비 금액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고객들은 하나투어 상품을 선택했다. 


[2016년] 하나투어 앱 광고 캠페인  ⓒ 하나투어


하나투어는 브랜드 전략에 있어서도 '1등 여행사'라는 이미지에 다양한 가치의 스토리를 입힘으로써 단순히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닌 프리미엄과 테마가 있는 전문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특히나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연예인 빅모델을 기용해 체계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쳤는데,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부터 배우 박보검, MC 김성주, 배우 강석우 씨 가족까지 신뢰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여행의 가치를 전하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테마여행'부터 '모녀 여행' 등 가치에 기반한 광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2018년] 하나투어 가족愛발견 광고 캠페인  ⓒ 하나투어


이렇게 하나투어는 점점 더 경쟁이 심화되고,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여행시장 속에서 프리미엄과 테마의 가치를 걸고 본사 차원에서 거시적으로는 시장의 리딩기업이란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2) 단체모임 수요를 관리해온 하나투어 대리점

"여행 트렌드가 아무리 변해도 계모임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거다" 


여행업에 있으면 이따금씩 듣는 말이다. 그만큼 각종 모임에서 파생되는 해외여행 수요가 많다는 뜻이었고, 이런 관계 지향적 수요는 전국의 하나투어 판매 대리점에서 장악하고 있었다. 계모임 수요라는 게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꼭 계약이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계모임 회장, 총무님을 비롯한 간부들의 요구사항과 회원들의 니즈, 정산처리 등 단순히 온라인에서 외적인 조건만 보고 결정 하기에는 복잡한 요소들이 많았다. 


ⓒ 하나투어


그래서 이러한 니즈를 핸들링하고 고객들의 요청사항을 대응해 줄 대면 채널이 필요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100% 프랜차이즈 형태는 아니었지만 '하나투어' 브랜드를 단 우수 판매점(공식인증예약센터)은 이러한 계모임 단체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산악회, 동창회부터 시작해서 라이온스클럽, 경영자 모임, 대학원 MBA 과정 등 세상에 모임이 이렇게 다양한 지 여행사에 일하면서 알게 됐던 거 같다. 하나투어는 홀세일 여행사로 이런 대리점 채널을 통해 모객의 양을 늘리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고, 2000년대 고속 성장기에 이러한 대리점 채널은 큰 힘이 됐다. 


그리고 전문판매점 제도를 초기에는 '개수'의 확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010년대 들어서는 판매점 별 상담역량과 전문화에 초점을 두고, 잘할 수 있는 파트의 수요를 해당 대리점에 더 연결해주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나투어 공식 사이트인 '하나투어닷컴'을 통해 유입된 수요는 이러한 전문성 평가등급에 따라 우선되는 판매 대리점으로 연결시킴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했다. 물론,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대리점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나갔다. 




3) 거시적인 공급망 인프라

한국은 88 올림픽 이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율화되면서 해외여행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그 전에는 여권을 만드는 일 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고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건 절차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큰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이럴 때 하나투어의 패키지 투어는 해외여행의 대중화를 이끈 꽤나 합리적인 모델이었다. 패키지여행을 다녀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최소 출발인원만 채워지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부터 숙박, 투어, 가이드까지 모든 걸 다 제공받을 수 있었다. 외국어를 할 줄 몰라도 대중교통편이 없는 지역이라도 여행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나투어는 이렇게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던 시기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인프라를 체계화해나갔다. 전통적으로 여행업에서 갑이었던 항공사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키워 나갔고, 해외 현지 여행사와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표준화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는 해외지사, 해외사무소를 설립하고 확장하면서 현지의 호텔 물량 사입 등 공급망을 넓혀 나갔다. 


특히나 영세한 규모가 많았던 해외 현지 여행사(랜드사)와의 장기적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주고, 서비스 품질을 키우기 위해 주력했다. 현지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이드 선발과 교육 및 운영 관리에 있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서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시켜 나가고자 했다.


초기 한국의 아웃바운드 여행업은 한철 장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한편에 있었는데, 하나투어를 비롯해 모두투어 등 대형 홀세일 여행사의 등장과 대규모의 투자를 통한 공급망 정비는 재무적으로나 산업의 성장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많았다. 하나투어는 그렇게 대량 생산체제에 최적화된 공급 인프라를 만들면서, 해외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4) 여행 비즈니스에 애정을 가진 직원 

하나투어 직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하나투어 직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생계형과 취미형이 있다고. 물론 나는 생계형이지만, 회사에는 경제적 보상보다는 행복이라는 서비스를 파는 '여행 비즈니스'라는 가치를 좇아 입사한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전통적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나름 젊고 워라밸도 잘 유지되는 회사였고, 마음만 먹으면 해외로 출장을 나갈 기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투어는 괜찮은 직장이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일터이기도 했다. 


물론 회사가 나이가 들면서 시니어급과 주니어급의 마인드 차이 등 과거와는 다른 형태가 보이기도 했으나, 외국어에 능통하다던지 자신만의 해외 체류 경험을 가지고 전문성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많았다. 회사에서는 직원 참여 제안제도를 여러 가지로 운영했는데, 매년 열리는 아이디어 대전인 하나킹, 조그마한 거라도 개선을 하는 아이디어 제안제도인 쎄사미 등 업무 프로세스 개선부터 신상품 개발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열정 있는 직원들이 있었고, 실제로 현업에 반영되면서 선순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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