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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쟁 Sep 04. 2023

남매의 사랑

오빠와 남동생

 우리집엔 남매 출신 사람들만 모여서 안다. 남매 사이의 사랑과 관계에는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남편도 누나가 둘 있고 나는 남동생이 있다. 우리집 아이들은 낳은 순서대로 성별이 남,여,남 이라서 역시 남매다. 

 

 대학생 시절엔 남동생과 옷가게나 서점을 같이 가곤 했다. 나는 옷을 봐줄, 객관성과 패션을 좀 아는 어떤 남자가 필요하고 동생은 이미 아르바이트를 해서 약간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누나가 필요해서 우린 서로의 니즈에 맞아 시간을 맞추고 버스를 같이 탔다. 옷가게에서 옷을 뒤적거리며 이모 이야기를 했다. 이모네랑 언제 밥먹자든가 뭐 그런 이야기였을텐데 옷가게 직원이 냅다 우리더러 "신혼이세요?"하고 웃는다. 내가 대답할 찰나도 없었다. 동생은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옷이 걸린 벽을 따라 나가버렸다. 당시엔 마스크도 쓰지 않을 때라 감정이 분명히 드러나보이는 동생의 제스처에 직원은 당황해했다. "동생이에요." 속으로 미x놈이라고 덧붙여 말했던 것 같은데... 동생은 나와서 걸어가며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냐, 내가 그렇게 눈이 낮아보이나 하고 지나가던 쇼윈도에 자기성찰을 했다. 


 네살 난 딸은 공주병이 심각한데, 어느날 차를 타고 가다가 졸린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나 이제 잘건데 이따 오빠 왕자님이 뽀뽀해줘서 깰거야. 알았지?" 왕자는 있어야겠고 아빠는 운전 중이고 두살난 동생이 왕자하기는 어려운지 오빠를 왕자로 고른 것이 깜찍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응" 하고 대답했다. 한 5분 지났을까 신호대기 중인 차 안 어디선가 "쪽"하는 소리가 났다. 내 옆에 앉은 여섯살 큰 아들이 뽀뽀하는 시늉을 한다. 그러곤 대뜸 소릴 지른다. "야, 왜 안일어나! 뽀뽀했잖아!!" 버럭 화를 내는 오빠 목소리에 졸다 깬 딸이 으어어어하고 운다. 안듣는것 같더니 동생 말을 귀담아 듣고 뽀뽀를 하는 아들의 마음이 고맙기는 하지만 내키지 않은 왕자 역할에 뽀뽀까지 하려니 싫었던 것 같다. 한번에 알아듣고 깨지는 자고 있냐고 화를 내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긴 나이에 여동생이 공주 역할을 하기 시작한 나이와 맞물리며 이 둘의 언쟁은 시작되었다. 집에서 딸이 공주 원피스를 입고 뱅그르르 돌며 예쁘지? 하면 하.나.도. 안예쁘다. 고 폭언을 해서 동생을 삐지게 한다. 언제부턴가 딸은 예쁜 옷을 입고 오빠한테 물어보지 않는다. 괜한 욕을 먹을 것이 두려운 나머지...


 남매는 툴툴대며 서로를 아낀다. 특히 엄마 몰래 과자를 꺼내 먹거나 할때는 합동하여 들키지 않게 조막만한 손으로 웃음이 새나오는 서로의 입을 틀어막고 오빠는 동생이 흘린 과자 부스러기까지 다 닦아 치운다. 딸은 오빠 입가에 뭍은 과자를 털어내며 "고마워"라고 하고 나는 흘깃 못본척 설거지를 계속한다. 5분 이상 못가는 그 우애가 남은 과자만큼이라도 달콤하게 기억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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