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에디터 두 명이 평론가는 아니지만, 나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모든 무한도전 가요제를 열렬히 시청해온 '무도빠'들이었기에 감히 무한도전 가요제의 BEST 3 무대를 뽑아보게 되었다.
또 이전의 무대들을 짚고 넘어가야 가상의 2019 무도 가요제도 더 잘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필자도 BEST 무대를 고민해보고 다시 돌아보다 보니 무한도전 가요제의 기획 의도에 대해서, 각 무대의 컨셉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니 "얘넨 이 곡이 좋았구나" 하며 추억에 잠겨 보시라.
3위
EDITOR 욜수기 : 사라질것들 - 김C & 정준하 in 자유로가요제
자유로 가요제 당시에 1번 순서에 김C만의 실험적인 컨셉으로 주목을 받았던 곡이다. '실험적'이라는 것에 가려 이 곡이 지닌 음악성과 완성도가 부각이 덜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니멀한 구성으로 시작해서 곡의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기승전결과 곡의 고조가 완전히 느껴진다. 미니멀한 구성과 악기의 최소화를 안고 가면서 이런 곡 구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가요제 당시보다 몇년이 지난 지금 다시 떠올려보았을 때 김C의 음악성과 안목에 계속 감탄하게 된다.
무한도전 가요제에는 소위 '좋은 무대다. 좋은 곡이다'를 놓고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아티스트의 색깔이 얼마나 잘 드러났는지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가 무한도전 멤버의 존재감이 어떻게 드러났는지에 대한 것이라 본다. 무한도전 멤버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이를테면 유재석의 I'm So Sexy나 박명수의 바람났어), 무한도전 멤버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곡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라질것들 같은 경우에는 후자에 가깝다. 정준하 씨가 그동안 해오던 '코창법'에서 탈피해서 담백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정준하 씨가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모든 가창 중 가장 좋게 들린건 아마 이 담담한 창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창법이 담담함에도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스타일 변화의 시도가 아닌 김C의 완벽한 프로듀싱 때문이라고 본다. 빈지노의 중간 16마디 랩과, 그 이후 이소라의 코러스가 쌓이면서 고조되는 곡은 정말 완성도가 높다.
처음에는 난해하다고 생각했던 무대이고, 지금도 무대의 전반 구성에 대한 김C와 안은미 안무가의 의중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난해함에도 현대무용, 탭댄스, VR, 힙합과 미니멀한 음악이 잘 어우러질 수 있었던 점에서 무대 자체도 복합적인 요소를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가요제였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는 전형적인 B급 감성의 첫 번째 강변북로 가요제를 8년 동안 이어진 거대한 시리즈로 나아가게 할 발판이 되었다.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는 준수한 컨셉곡이 주를 이루면서 재미만을 목적으로 했던 첫 번째 강변북로 가요제와 음악성에 다소 무게가 실린 이후 세 번의 가요제의 분위기가 적절하게 섞인, 어떻게 보면 국민 예능으로서 무한도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가요제였다고 생각한다. <더위 먹은 갈매기>, <냉면> 등 사랑을 받은 곡들이 많지만, 나는 그 중에서 <Let's Dance>가 가장 좋았다. 한국 힙합 전설 타이거 JK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고, 무대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유재석과 두 부부의 케미도 매우 흐뭇했다. 이 곡을 Top 3에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윤미래다. 즐거움이 목적인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Let's Dance>라는 가벼운 분위기의 곡을 준비했지만 그 안에서 윤미래의 존재감은 전혀 가볍지 않다. 유재석의 나레이션 인트로를 지나자마자 뚫고 들어오는 윤미래의 코러스를 듣는 순간,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자동으로 올라오는 소름이 돋았다. 무한도전을 통해 윤미래를 처음 접한 대중들도 충분히 감탄할 만하다. '퓨처라이거'의 방송 내용과 <Let's Dance> 무대는 이후 무한도전 가요제에 나오는 아티스트들이 예능과 음악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좋을지 그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 같았다.
Let's Dance - 유재석 + 타이거 JK, 윤미래 in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2위
EDITOR 욜수기 : 멋진 헛간 - 혁오&정형돈 in 영동고속도로가요제
아마 무한도전 가요제를 하면서 가장 스타일 변화를 많이 꾀하고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접했던 멤버를 꼽으라면 의심의 여지 없이 정형돈을 꼽을 것이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무한도전이라는 플랫폼이 지닌 컨텐츠 파워 아래 다양한 음악이 빛을 발하는 것이 무한도전 가요제가 지닌 큰 가치 중하나이다. 무작정 무한도전 컨텐츠 파워에 얹혀 가기도 어려운 것이, 아티스트의 색깔도 뚜렷해야 하고, 이를 받쳐주는 무한도전 멤버의 보컬, 노력, 의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위로 혁오와 정형돈의 멋진헛간을 뽑게 된 것의 약 6~7할은 오히려 정형돈에게 그 공을 돌리고 싶다. 이전 정재형과 무대를 했을 때도, GD와 콜라보를 했을 때도 특유의 틱틱거림으로 방송분량은 분량대로 뽑아내면서 무대에서 아티스트가 원했던 컨셉과 프로듀싱에 맞춰 최선을 다해준 것이 정형돈이었다.
정형돈에게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방송인 입장에서도 부담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혁오 밴드가 방송에 좀 적응을 못했어야.. 그들을 살려내는 것은 정형돈의 몫이었기에 아마 이런 부분에서도 고민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역할을 잘해주었기에 혁오밴드가 혁오가 할 수 있는 음악을 들고나와 정형돈의 익살스러움과 잘 어우러지는 무대를 구성할 수 있었다고 느꼈다.
이 무대를 높게 평가하는 또다른 이유는 밴드 색깔을 유지하면서 한 곡으로서의 완성도를 지켰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자유로 가요제에서 장기하 밴드와 장미여관이 나왔지만, 가요제 성격 때문인지 중간에 음악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아 무대에서의 재미만큼 음원에서 만족감을 느끼진 못했었다. 밴드가 한 곡 전체를 집중력있게 완성시켜주는 무대를 원했는데 그 역할을 혁오가 해준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 고조된 상태로 내지르는 파트는 곡의 완성도도 높임과 동시에 혁오의 보컬도 강조되었고, 가요제 피날레를 장식한 무대 차원에서도 멋있게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이 무대와 같은 가요제에서의 아이유&박명수의 레옹을 놓고 고민했는데, 박명수 씨의 EDM 고집으로 결국 두 곡 같은 한 곡이 된 것이 최종 선택을 좌우했다.
멋진 헛간 - 혁오&정형돈 in 영동고속도로가요제
EDITOR 정임용 : 순정마초 - 정형돈 & 정재형 in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개인적으로 가장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세 번째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킬링포인트는 역시 정재형의 존재다. 정재형은 무한도전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했고, 그에 걸맞게 어떤 예능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한 캐릭터성을 정확히 캐치하고 재미를 만들어낸 정형돈의 역할도 상당하다. 둘이 만들어낸 음악은 더 독특하다. 그 어느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정재형만의 탱고를 무한도전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에서, 거대한 규모의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본다. 정열적인 의상을 입고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정형돈의 모습과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정재형의 모습이 어우러진 무대는 매우 신선하다. 반도네온을 연주하며 탱고의 개성을 뽐낸 연주자 고상지도 <순정마초>의 '낯선 멋'에 한몫한다. 앞선 두 번의 가요제까지 통틀어서 가장 마이너한 장르의, 가장 차분한 분위기의 <순정마초>가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이후 가요제에서도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가능해졌다. 이 기조는 다음 가요제에 병살(정준하 & 김C)의 <사라질 것들 (feat.빈지노, 이소라)>로 이어졌다.
순정마초 - 정형돈 & 정재형 in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1위
EDITOR 욜수기 : 말하는대로 - 이적 & 유재석 in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보던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나온 음원 [말하는대로]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인이 힐링받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가장 많이 찾는 곡 중 하나가 되었다. JTBC에서는 길거리 토크 버스킹 프로그램을 [말하는 대로]라는 타이틀로 편성했을 정도이니 이쯤되면 '말하는대로'라는 말 자체가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뜻하는 차원에서 고유명사화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 정도로 유재석과 이적의 [말하는 대로] 라는 곡이 지닌 힘은 대단했다.
이 곡은 유재석과 이적이 한적한 산책로를 걷다가, 문득 유재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적이 바로 가사화(化)시킨 데서 시작되었다. 이미 기존에 1980s 디스코 풍의 압구정 날라리를 하기로 했지만, 유재석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가 공감성 측면에서 힘이 있다고 느껴 말하는대로 또한 함께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압구정 날라리보다 말하는대로가 당시에도 더 인기가 높았고, 무엇보다 오래 갔다. 국민예능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에서 국민MC의 고민이 담긴 가사가 일반 대중에게도 공감이 되는 내용으로 다가왔으니, 우리가 무한도전 가요제라는 이벤트에서 정말 원하던 노래가 아마 이런 노래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요제의 성격대로 즐겁고 페스티벌스러운 곡들도 좋았지만, 뛰어난 아티스트와 본인 자체로 컨텐츠 파워가 있는 국민 MC만이 낼 수 있었던 '힐링곡'은 무한도전 가요제의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가장 좋은 곡이었다고 본다.
EDITOR 정임용 : 말하는대로 - 이적 & 유재석 in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말하는 대로>는 공식 가요제 무대에 올라간 트랙은 아니지만, 30트랙이 넘는 무한도전 가요제의 곡들 중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장 오래 남을 노래일 것이다. 유재석의 진솔한 이야기를 이적이 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담아 곡을 뽑아내는 모습과 그 짧막한 몇 마디 노래가 조용한 수목원의 배경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예능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감동이었다. 아름다운 드라마 같았던 잠깐의 그 장면은, 가요제가 끝난 후 모든 관객이 퇴장한 텅 빈 공연장으로 이어졌다. 조용한 무대 위에서 이적과 유재석이 부르는 <말하는 대로>의 무대는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많은 감동적인 장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큰 울림이 있다. 힘든 무명시절을 거친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유재석의 목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됐고, 그 뒤를 받쳐주는 이적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대단하다. 발매된지 8년이 지났지만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