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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Nov 23. 2021

더 많은 MIP가 필요하다,
MVP가 아니라

Most Improved Player, 성장에 대한 리워드

NBA 시즌이 한창이다. 역시 NBA다 라고 할만큼, 춘추전국시대스러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이번 시즌이다.

응원하는 팀도 있고, 응원하는 선수도 있고, 최고의 팀이 어디일까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스포츠를 보는 가장 기본적인 재미 요소들이지만, NBA를 보다 보면 또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점이 있다.


바로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다.

NBA에는 매시즌 끊임없이 새로운 슈퍼스타들이 탄생한다.

우승권 팀에서 주 득점원 외에 팀의 3옵션이나 궂은 허슬러를 자처하며 떠오르는 선수들도 있고,

이전 팀에서는 최적의 롤을 부여받지 못하거나 중용되지 못하다가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여 날개를 펼치는 선수들도 있다.

그리고 NBA에서는 이런 선수들 중 리그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준 선수에게 MIP라는 상을 시즌 말미에 부여한다. MVP, 신인상만큼이나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MIP : Most Improved Player

나는 MIP의 가치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NBA안에서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MIP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MVP가 아니라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사실, 판타지 리그라는 것을 하고 있는데 내 팀 선수 중에 이번 시즌 MIP 후보들이 여럿 생겨서 기분 좋아서 쓰는 글이ㄷ.....)


20-21 시즌 MIP 후보 3인방
작년도 MIP 수상자 줄리어스 랜들

당장 작년 수상자 줄리어스 랜들만 놓고 보려 한다.

19-20 시즌 : 평균 19.5득점 / 9.7 리바운드 / 3.1 어시스트 / 32.5분 출전

20-21 시즌 : 평균 24.1득점 / 10.2 리바운드 / 6.0 어시스트 / 37.6분 출전


평균득점이 4.6점 늘고 어시스트가 3개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 그렇게 큰 변화같지 않아 보일 수 있다.

MIP라더니, 출전시간이 겨우 5분 늘었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 변화량보다 변화구간에 집중해봐야 한다.


평균 20득점은 득점력이 있는 선수로 불리지만 평균 25점 가까이 되면 올스타로 불린다.

3.1어시스트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빅맨이 6.0어시스트를 하면 패스에 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된다.

중상위권 팀에서 32.5분 출전하면 주전이다. 37.6분 출전하면 팀의 에이스다.

즉, 경기에서의 역할, 환경, 대우, 이미지, 커리어 변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NBA에서 5~10분 정도 출전시간을 가져가는 선수들, 2~3년차가 된 저연차 선수들에게는 'MIP'라는 상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 Most Improved Player가 되는 순간, 그들의 출전시간, 팬들의 인식, 계약의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모든 선수들이 성장을 갈구한다. 뉴비와 평균적인 선수들과 MVP, 세 구간이 존재하기보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다음 스텝으로 올라서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말해 리그를 뛰고 있는 모두에게 각자 목표할 수 있는 상이 생기는 것이다. 

신인들에게는 신인상, 저연차와 비스타플레이어들에게는 MIP, 스타플레이어들에게는 MVP.


중간 단계에서 MIP가 각광받는 것, 이것이 NBA만의 성장문화라고 보았다.


안타깝지만 반대 케이스인 한국 농구를 언급해보려 한다.

NBA에 MIP가 있다면, KBL (한국프로농구)에는 기량발전상이 있다. (있긴 있다)

하지만 한국은 MVP와 신인상에 가린 채, 기량발전상이 큰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기량발전상이라는 이름이 잘 달라붙지 않는 것부터 이 상 자체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더욱 눈여겨볼 점은, 실제로 이제까지 기량발전상 수상자 중에 엄청난 기량발전을 보여주었던 선수도 많지 않고, 선수들에게 이 상 자체가 큰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기량발전상을 받는다고 해서 팀 내에서의 입지에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선수들의 목표치에도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외부적인 요인이 변하지 않는 것보다 내적 동기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 이 것에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나는 이를 문화의 차이라고 보았다.


비단 스포츠 분야 뿐 아니라, 커리어를 논함에 있어서도, 혹은 학업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변화에 대한 지표보다 결과 지표를 중시하는 문화가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다들 조직 관점에서의 성장 지표는 열심히 뜯어보는데, 그에 비해 개인적인 성장에 대해서는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정적인 정보만 강조되고 있다.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어떤 포지션명이 명함에 적혀있는지, 받고 있는 처우는 어떠한지. 과정이 중시된다면 보다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무슨 일을 해오고 있는지, 개인 단위로 혹은 조직 단위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목표로 삼은 지점까지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등등


이 생각이 강하게 들게된 것은 얼마 전 김나이님의 페이스북에서 이 글을 본 뒤부터였다.

From. 김나이님 페이스북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것을 매순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내가 거쳐오고 있는 과정에 집중하게 되고,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 특히 성장곡선에 무게의 추가 쏠릴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명함에 무슨 직무가 써져있느냐가 중요한게 아닌데.. 무슨 일을 해왔는지 인터뷰 때 대화를 나눠보면 결국 다 알게 되는데, 뭐라고 써져있는지는 정말 상관이 없는데.."


왜일까, 이 일련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MIP'라는 키워드가 자연히 떠올랐다.

MVP가 다른 이들과의 싸움이라면 MIP는 나와의 싸움이다. 

MVP는 가장 잘한 사람의 결과치에 주는 박수라면, MIP는 한 사람이 만들어낸 변화치에 주는 박수다.


이전의 나보다 훨씬 크게 발전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 당장 내가 무슨 직무로 있고, 어느 회사에 있는지보다, 지난 해의 나, 6개월 전의 나, 저번 달의 나보다 얼마나 많은 성장을 했는가가 중요하다. 매 순간의 변화에 집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우리 주위에는 MVP보다 MIP가 더 많아져야 한다.



Epilogue

2019 MVP - 2020 MVP - 2021 챔피언이자 Final MVP를 수상한 밀워키의 야니스 안테토쿰보.

시즌MVP와 파이널MVP를 동시에 쓸어간 경우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안테토쿰보와 같이 MIP와 MVP를 동시에 거머쥔 선수는 그가 처음이었기에 그의 MVP 수상이 특히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더 과거로 돌아가보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5픽, 중위권 선수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그다.

리그 평균의 선수는 MIP가 되었고, 이후 압도적인 MVP가 되었다.

누구나 MVP가 될 수 있다. 하지만 MIP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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