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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전 Nov 19. 2023

에어팟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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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의 일기>

우리 주인은 귀에 기름이 많다.

그리고 나를 쓰고 닦아준 적이 없다.

난 언제나 느끼한 상태다.

그래서 느끼한 R&B를 듣는 게 싫다.

제발 프랭크 오션 같은 거 듣지 말아 줄래?

외출하나 보군. 날 옮긴다.

나를 뽑는다. 귀에 꽂는다.

주인은 프랭크 오션을 반복해 듣는다.

아, 힘이 빠진다. 점점 배고프다. 밥 줘…

내 에너지가 소모될 즈음, 날 다시 꽂는다.

일하고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

어라, 왜 밥이 안 들어오지.

아하, 주인이 본체를 충전 안 해놨구나.

게으른 자식.

너에게 들려줄 음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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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때 침착맨 유튜브를 틀어놓고 잠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제가 틀어놓고 자는 영상에 "오늘도 좋은 밤 보내세요" 같은 댓글이 많이 달려 있거든요. 잠에 잘 못 드는 편이라 asmr이나 수면 음악 같은 것들도 들어봤었는데, 침착맨 유튜브만 한 게 없더군요.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오늘 하루 나의 행동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차지 않나요? 생각을 한다고 결론이 나지 않고, 잡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너무 많은 생각 때문에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침착맨이 시답잖은 주제에 대해 열심히 탐구하는 걸 들으면 잡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원피스 캐릭터의 싸움 실력 순위, 딱딱한 복숭아가 맛있나 물렁한 복숭아가 맛있나, 이런 것에 집중하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어렸을 때는 불면증이 없었는데, 어른이 되고 후회와 걱정을 많이 하게 되면서 잘 못 자게 되었습니다. 침착맨 유튜브를 틀어놓고 자면, 어렸을 때 하던 상상을 다시 하는 느낌이 듭니다. 자기 전에 항상 저만의 동화 같은 세계를 상상하며 현실에서 멀어지는 즐거움을 느끼다 잠이 들었거든요. 침착맨에겐 고맙지만, 조금 안타까운 것은, 이제 침착맨과 같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혼자 동화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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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어를 발음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입니다. 저는 '처피뱅'을 항상 '치퍼뱅'으로 말합니다. 맨날 누군가 "치퍼뱅이 아니라 처피뱅이라니까" 해도 실수가 반복되죠. 예전에는 '퀄리티'를 '퀼리티'로 발음했습니다. 맨날 '고퀼'이라 했는데 알고 보니 '고퀄'이어서 부끄러워졌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워윅'은 이미 유명한 사례일 텐데요. 저는 '워웍'인 줄 알았습니다. 한때 렌즈의 스펠링이 'Rens'인 줄 알아서 '뤤즈'로 발음한 적도 있었고, 혼자서 "나 발음 좀 굴리지" 하고 뿌듯해 했는데 최악의 판단이었죠.

 이런 일이 반복되니, 어느새부턴가 제 외래어 발음이 이게 맞나 스스로 검열하게 되었어요. 잠봉뵈르... 잠봉뵈르가 아니라 '잠봉뵈읅'이 맞는 발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고쳐야겠죠. 또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맛폰'이 더 정확한 발음입니다. 헷갈리기 쉽죠. 토마토가 아니라 '트메이러'가 맞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역시 쉽게 틀리는 단어입니다. 정확한 외래어 발음을 위해서 노력해야겠어요. 원래 외국어와 최대한 똑같이 발음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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