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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전 Nov 23. 2023

어떻게든 배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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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갑자기, 파워포인트를 통한 프레젠테이션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PPT를 만들면 그냥 제 느낌 가는 대로 만드는데, 진짜 잘 구성된 발표를 보면 제 부족함이 너무 느껴져서요. 나중에 공모전에 나가거나, 회사에서 일할 때도 PPT를 잘 구성하는 능력을 중요할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인터넷에서 거금을 들여 PPT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집에 왔는데, 아직 읽지도 않은 책들이 쌓여 있더라고요. 영상 프로그램 편집 배우는 책, 포토샵 배우는 책, AI 이미지 생성 배우는 책... 갑자기 웃음이 나왔습니다. 난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게 아니라, 뭔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즉시 얻기 위해 돈을 썼구나 싶어서. 새로운 걸 배우려고 책이나 강의를 구매했다 금세 손 놓아버린 적이 수두룩 빽빽입니다. 어떤 것을 배워야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일단 유익해 보이는 것을 사자! 어떻게든 배우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불안감에 등 떠밀리듯 결정한 것이다 보니 동기부여가 약하죠. 좋습니다, 어차피 다 핑계입니다.

 이제 그만 책을 사고, 강의를 수강해야겠어요. 일단 갖고 있는 것부터 빠르게 해치웁시다. 그런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포토샵, 파워포인트, 엑셀, 기획서 작성법, AI 다루기, 영상 편집... 왠지 데이터 분석도 새로 배워야 할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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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어떤 일이 하고 싶은데, 막상 그 일을 하면, 진짜 일이 돼버려서 재미가 없어요. 일이 아니라 취미이거나, 그 일을 동경할 때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사람이 언제나 재미있는 일만 할 수는 없죠. 그렇다고 재미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뭐가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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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감독을 위한 영화 연기 연출론"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연기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아요. 예를 들어, 좋은 연기를 시작하는 것은 인간이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대요. 당신이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는 장면을 연기해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왜 부탁을 거절할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여기서 단 하나의 이유만을 선택하게 되면 연기는 단조롭고 빈약해집니다. 배우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스테레오타입을 구현하려 노력하게 되고, 진실한 표현이 사라집니다.

 하나의 이유를 정하는 것 대신 필요한 것은 이유를 끊임없이 묻는 과정입니다. 부담스러워서 부탁을 거절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미워서 그럴 수도 있죠. 둘 다일 수도 있고. 정답은 없습니다. 배우와 감독이 질문을 하며 배우의 내면에서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고정된 하나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다듬어진 최선의 대안을 찾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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