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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전 Nov 24. 2023

수업 시간에 딴짓 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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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수업 시간입니다. 그러니까 수업 안 듣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사실 수업을 잘 안 듣습니다. 결석을 너무 많이 해서 F를 맞으면 안 되니까 수업에 나가긴 나가는데, 듣지는 않습니다. 대신 노트북 뒤에 숨어 다른 짓을 합니다. 아티클을 읽거나, 공모전 준비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과제를 합니다.

 왜냐하면 정말 많은 수업들이 배울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수업들은 그냥 교수님이 자료실에 업로드한 PPT를 읽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그런 수업은 그냥 시험 기간에 PPT를 외우면 됩니다. 어떤 수업은 교수님의 자신의 주관이 잔뜩 섞인 웅변을 한 시간 내내 듣다가 끝납니다. 들을 가치가 없죠. 어떤 수업은 하드 스킬, 즉 프로그램이나 툴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그런 건 그냥 책이나 인터넷 강의로 배우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강의력 떨어지는 교수님의 지루한 강의를 들을 시간이 아깝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정말 많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한다는 것입니다. 수업 도중 어깨너머로 다들 노트북 속에서 무슨 일을 하나 훔쳐봐요. 그럼 온갖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SNS 하기, 유튜브 보기, 코딩, 리포트 작성, 영상 및 이미지 편집...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안도감을 주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합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학생들이 나태하기 때문만은 아니란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수업 외에 해야 할 대외활동과 공모전과 과제가 너무 많은데 시간은 없고, 수업이 들을 가치도 없이 형편없다면 수업을 왜 듣겠습니까.

 수업 시간에 딴짓을 잘하는 꿀팁을 드리겠습니다. 죄책감을 갖지 않으면 됩니다. 저는 교수님의 쓴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넘깁니다. 아무리 지금 강의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말해도, 진짜 중요한 것은 교실 밖에 있다고 믿습니다. 대학과 학벌이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게 된 지 오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과나 예체능이라면 더더욱.



 제가 며칠 정도 글을 올려 봤는데, 조회수에는 제목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제목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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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에서 흥얼거리면서 걸어도 될까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요? 저는 흥얼거리는 걸 좋아해 자주 합니다. 근데 반대편에서 사람이 걸어오면 안 흥얼거린 척합니다. 그러다 지나가면 다시 흥얼댑니다. 져 말고 걸으면서 흥얼대는 사람은 잘 못 본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얼대다가, 누군가 오면 숨기는 거겠죠? 어쩌면 저처럼 흥얼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제가 신경을 쓰고 살지 않았던 걸 수도 있습니다. 또 외국에서는 길을 걸으며 흥얼거리는 게 더 자연스러운 행위인지 궁금합니다. 문화 차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행위를 부끄럽게 느끼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제가 부끄럼이 많은 걸까요? 

 흥얼거리는 일은 뭔가 독특한 일로 느껴집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유형으로 따지면 자아 커뮤니케이션, 스스로와의 소통 행위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도 들을 수 있는 거죠. 일종의 혼잣말인데 말은 아닙니다. 흥얼거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기를 약간 기대하면서 걷는 걸까요, 아니면 듣지 않았으면 좋겠는 걸까요?

 저는 사실 다른 사람들이 제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들어줬으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오 지금 좀 잘 불렀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뒤를 한 번 돌아보죠. 누가 혹시 들었나 싶어서. 그런데 만약 진짜 사람이 있다면 부끄러워집니다. 누군가 내 흥얼거림을 들었으면 좋겠는데, 듣지 않았으면 좋겠는 거죠. 기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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