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시카고 나들이(1)

3 Arts Club Cafe-Chicago

by Blue Moon

화창한 봄을 예고하듯 유난히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2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였다.

조카 레베카와 시카고 나들이를 했다.


코로나 대란이 미국을 엄습하기 직전이다.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모든 것이 열려있었던 터라 외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레베카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와서 함께 살아온 우리 가족의 일원이다. 서울에 있는 큰언니의 딸이며, 동시에 나에겐 친구 같은 존재다.


샴페인 시티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그녀가 일 때문에 내 생일에 맞추어 시카고로 오지 못했다. 뒤늦은 생일 축하를 나누기로 했다. 레베카는 남자 친구를 따돌리고, 커피를 마실 줄 모르고 , 이런 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일을 가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빠졌다. 오랜만에 여자들끼리 시카고 체험이다!


시카고는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이어 3번째로 큰 도시다. 미시간에 걸쳐있는 바다만큼 넓고 아름다운 호수, 역사적인 건물들, 필드 뮤지엄 (Field Museum), 밀레니엄 팍 (Millennium Park),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등 많은 명소들이 있다. 시카고의 대표적인 농구팀인 불스(Bulls)나 풋볼팀인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는 물론, 매년 9월이면 시카고 밀레니엄 팍(Millennium Park)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도 놓쳐서는 안 되는 볼거리 중의 하나다.


시카고 다운타운은 언제든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다. 한번 나가려면 멀리 여행을 가듯 스케줄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하이웨이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혼잡한 교통을 감수해야 한다. 가서 즐기고, 돌아오기 위해서는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작 따로 시간을 내어 다운 타운으로 향하는 일은 다소 번거로운 일이지만 익사이팅한 것은 사실이다!


두 여자의 시카고 나들이의 코스는 명소 두 곳이다.


프렌치풍의 멋진 레스토랑 3 arts club cafe와 최근에 스타벅스가 시카고 다운타운에 오픈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시카고(Starbucks Reserve Roastery-Chicago)다.


런치는 운치 나는 멋진 카페에서 먹고, 커피가 있는 스타벅스를 돌아보면서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토요일이라 예상대로 교통체증은 무척 심했다. 로컬에서처럼 운전했다간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를 감당해야 한다. 끼어드는 일도 인정사정없이 먼저 디밀고 들어가야 한다. 그것을 잘하지 못해 옆에 앉은 레베카에게 구박을 당해야 했다.


“이모! 그렇게 눈치 보고 엉거주춤할게 아냐! 일단 신호주고, 미친 듯이 막 비집고 들어가야 돼!” 옆에서 답답하다고 난리다.


"얼씨구, 난 미친 듯 용감한 20대가 아니거든! "라고 내뱉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삼키고 말았다. 옆에서 호들갑을 떨든 말든 난 내식으로 "저, 차선 변경합니다~ 잠시 , 실례할게요~" 하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핸들을 움직였다. 옆에서 운전을 잘하니 못하니 했지만 아무튼 내 운전 실력으로도 예약시간에 늦지 않았다. 운전 잘한 거다!


3 Arts Club Cafe -Chicago

3 Arts Club Cafe , Chicago는 1915년, 다운타운 북쪽으로 역사적인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에 첫 문을 열었다. 미국의 유명한 RH (Restoration Hardware:가구의 복원, 부활)라는 가구 (Home Furnishings) 회사가 시카고의 역사적인 지역에 있는 낡은 빌딩을 사들여 개조하여 만든 것이다.


3 Arts Club Cafe-Chicago /사진 출처:businesswire.com &hudsonchicago.com


RH 회사는 자 회사의 가구로 3 Arts Club Cafe 인테리어를 장식했다. 멋진 건물에 RH 가구를 들여놓음으로 자체 광고도 되면서 세일 목적을 가진 이중 의도가 있다. 3 Arts Club Cafe 내부에는 RH 가구 갤러리가 있는 쇼룸이 있고 좌석을 기다리는 동안 둘러볼 수 있다.


3 Arts Club Cafe는 시카고의 홈 같은 곳이며, "2 F"라고도 한다. Furniture(가구)과 Food(음식)가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가구와 음식이 함께하는 특별한 느낌과 경험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 겸 카페로 여성들의 사교클럽이다. 시카고에 사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들르고 싶은 핫 스팟 중에 하나다!


"3 Arts"란 뮤직(music), 페인팅 (painting) , 드라마(drama-오페라, 발레, T.V, 라디오 방송 등)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어디를 가든지 뒷골목에 자리 잡은 아담하고 침침한 카페나 허름하지만 독특한 느낌이 있는 레스토랑을 좋아한다. 3 Arts Club Cafe를 이전부터 눈여겨보고 방문하고 싶었던 것은 실내 장식 때문이다.

나의 호기심처럼 이곳은 주로 3 Arts(뮤직, 그림,연극) 분야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고풍스러운 건물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이다.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유리 천장과 곳곳에 매달려 운치를 더하는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 반짝이는 나무들과 홀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분수(fountain), 현대적이고 세련된 가구들과 소파, 이 모든 것들이 한껏 어우러져 프랑스풍의 우아함과 안락함을 준다.


RH-3 Arts Club Cafe-Chicago


앤틱한 자주색 벽돌로 장식된 내부는 샹들리에와 초록색의 나무, 곳곳에서 흐르는 은은한 주황색의 불빛들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마치 유럽의 어느 멋진 별장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도착한 우리는 바로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그것도 예쁜 분수 옆이었다!. 런치가 늦었다. 급히 음식을 오더 하려고 메뉴판을 펼쳤다. 와! 메뉴가 모두 프렌치로 되어있지 않는가? 당황했다. 미국에서 메뉴가 왜 프렌치로 되어있는지를 모르겠다. 웨이터에게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본 후에 음식을 오더 했다. 특징인 건 웨이터들이 한결같이 말쑥한 남자들이다. 여긴 바로 여성 사교클럽이기 때문이다!.


3 Arts Club Cafe-Chicago

우리의 런치메뉴는 랍스터 롤(Lobster Roll-구운 빵 위에 랍스터가 얹어 나옴)과 샐러드, 포도와 치즈와 햄이 곁들여 나오는 토스터였다.


3 Arts Club Cafe의 음식은 정식 코스라기보다 대개 가벼운 런치식의 샐러드, 버거, 샌드위치식으로 비교적 심플한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맛은 훌륭하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가격에 비해 양이 작았다. 알뜰하게 푸짐한 걸 기대하면 조금 실망이다. 둘이서 세 종류의 메뉴를 시켜서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 원래 음식 사진 찍는 것을 하지 않다 보니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쉽다.


주위를 돌아보니 연인끼리 온 듯한 테이블은 드문드문 보일뿐, 대개가 여성들이다. 그야말로 여성들의 소셜 라이프를 즐기는 클럽이다.


레베카 말로는 남자들은 대개 3 Arts Club Cafe를 꺼린다고 한다. 음식도 푸짐하지 않고, 남자들의 왕성한 식욕을 채울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지 않다. 귀띔으로는 여자들 꾐(?)에 빠져 무턱대고 따라온다는 것이다. 우아한 여성클럽이다 보니 분위기로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 둘은 다운타운을 걸어야 했기에 부츠에 청바지 차림 정도로 멋을 냈다. 거기에 앉은 모든 여성들은 한결같이 멋을 내고 치장을 했다. 모두가 패셔니 스타였다. 섹스 엔더 시티에 나오는 세명의 주인공처럼, 현대적이고 지적이며, 공주 같은 다양한 이미지의 여성들이 경쟁하듯 예쁘고 시크한 모습들로 앉아있었다.


3 Arts Club Cafe-Chicago/ 와인바/카페


우리 옆 좌석에는 짙은 눈 화장에 검은 가죽 재킷을 쌍둥이처럼 걸친 히피풍의 두 명의 프랑스 아가씨들이 자리를 잡았다. 한눈에 관광객으로 보였다. 그들은 앉자마자 장소에 매료된 듯 사진을 연거푸 찍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당신네 나라가 더 매력적인데, 당신들은 여기가 좋슈?”라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그들처럼 여행자들은 현지를 사랑하고 그 매력에 빠지게 마련이다.


프랑스 아가씨들을 훔쳐보며 살짝 한컷


이들에게 웨이터가 다가오더니 능숙한 프렌치로 오더를 받지 않는가! 그때서야 3 Arts Club Cafe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까부터 저쪽 분수 옆, 작은 테이블의 신사와 여인도 한눈에 프랑스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옷차림과 생김새, 분위기가 "우리는 프랑스인이에요 "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메뉴가 프렌치로 된 이유를 나름 해석할 수 있었다. 이건 순전히 나의 추측이지만.


3 arts club cafe에서 식사가 끝나면 자리를 뜨기 전 모두가 한결같이 하는 일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중앙의 샹들리에가 마주 보이는 멋진 실내를 배경으로 기념컷을 찍는 일이다. 여성 그룹들이 모델처럼 일렬로 서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면 어디선가 사진사 역할을 하는 직원이 나타난다. 모두들 아주 멋진 사진 한 장을 추억으로 남긴다.


누구나 기념컷을 찍는 자리

우리도 바로 그 자리에서 둘의 실력으로 셀카를 찍어보겠다고 온갖 각도로 포즈를 잡았지만 실패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직원 사진사가 나섰다. “기회는 이때다! 하고 염치도 없이 몇 번에 걸쳐 사진을 부탁했다.

직원은 살짝 윙크를 하더니 "팁 줘야 돼!" 하며 농담까지 한다. 사진 찍는 스킬이 훌륭했다. 우리도 만족할만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 놓았던 팁이 아깝지 않았다!


3 Arts Club Cafe의 아름다움은 샹들리에의 차갑고 이지적인 우아한 빛과 따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주황색의 빛들이다. 그 빛을 보고 있노라면 웬지 20대마냥 소박한 허영에 들뜨기도 하고, 어떤 꿈과 환상에 빠질것만 같다. 이곳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화려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곳, 3 Arts Club Cafe가 여성들의 사교클럽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여유를 가지고 이곳을 찾고 싶다. 레베카와 나는 세계최대의 스타벅스가 있는 번화가, 미시간거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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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3 Arts Club Cafe는 뉴욕(Newyork) 보스턴(Boston), 코네티컷(Connecticut), 나파 밸리(Napa Valley, CA)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여자의 시카고 나들이(2)-시카고 체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시카고(Starbucks Reserve Roastery-Chicago) 이어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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