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bucks Reserve Roastery -Chicago
바람의 도시(windy city), 시카고!
시카고는 유난히 바람이 많다. 미시간(Michigan state) 주에서 일리노이(Illinois state) 주로 걸쳐 있는 바다만큼 거대한 호수 때문이다. 사시사철 바람이 불어댄다. 특히 겨울날 시카고의 바람은 매서울 정도로 강하다. 다행히 이 날은 평소보다 바람도 없고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포근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리가 있는 미시간 애비뉴는 시카고 최대의 번화가다. 많은 시민들도 몰려나오고 관광객들까지 북적거렸다. 토요일이라 바로 입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주말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리가 오픈한 후로 나는 처음 방문이고 레베카는 두 번째다. 그녀가 안내하는 데로 가면 된다. 벌써 저만치서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빌딩 입구가 눈에 띄었다. 드디어 스타벅스다!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체인으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리는 작년 11월경에 시카고에 오픈하면서 그 역사의 장이 시작되었다. 투명한 유리로 된 5층 건물(루프- 테라스 포함)로 35,000 스퀘어 피트에 달하는 규모다. 오픈하자마자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시카고 로스트리는 번화가인 미시간 애비뉴(Michigan Avenue)에 멋지게 들어서 있는 스타벅스의 테마 파크(theme park)다. 각 층마다 테마별로 로스팅에서 다양한 종류의 드링크와 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알코올음료, 스타벅스 리테일 아이템들 (컵, 셔츠, 가방 등), 여러 형태로 커피를 만드는 법 등 시카고 시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것들을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에 떠밀리듯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연실색했다! 대략 짐작은 했지만 실내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와, 이건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아니라, 커피 박물관 같아!"라고 하자, 레베카는 평일날 밤 10시가 넘는 시각에 방문해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도대체, 여기서 시카고의 명물인 미시간 애비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볼 수는 있을까? 커피는 마실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우리 둘은 사람들 틈을 용감하게 비집고 나섰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리 테마 팍 투어의 시작이다!
일층의 타원형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마치 대형 스타를 만난 듯 "반가워! 스타벅스!" 하며 들뜬 표정으로 스타벅스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커피 소재로 된 다양한 볼거리들이 홀을 중심으로 전시되어있다. 이들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인 바로 1층에서부터 시작된다.
1층은 리저브 커피 바(일반 커피)뿐만 아니라 로스팅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일반 커피와 에스프레소, 샌드위치, 패스트리 등 바로 즉석에서 서브되는 음식들을 오더 할 수 있다. 잠깐 쉬어가는 마당처럼 스탠딩 테이블에서 커피와 간단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음식으로 보자면 디저트 타임과도 같고 우리가 매일 만나는 작은 의미의 스타벅스를 1층 커피 바에서 즐길 수 있다.
1층 한편으로 돌아가면 작은 가게가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기프트 상품들이 손님을 끌고 있다. 커피를 만드는 각종 기구들과 "가장 희귀한 커피"라고 쓰인 스타벅스 컵, 가방, 옷, 티셔츠 등이 판매되고 있다.
레베카는 기념으로 작은 초콜릿 박스 하나를 집었다. 비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로고가 적힌 물건들을 몇 개씩이나 집는다. 필사적으로 뭔가 하나라도 사야겠다는 사뭇 근엄한 얼굴들이다. 나는 보통 상품 로고가 들어간 물건을 사지 않는 편이다. 비싸기도 하지만 별 효율성이 없어 선물로도 구매를 하지 않는다. 그냥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오래전에 내가 스타벅스에서 구입한 것으로는 시티 별로 특징 있게 그린 스타벅스 커피잔이 유일하다. 세계 각국의 커피잔을 수집하는 한국에 있는 대학 선배가 특별히 부탁해서 무거운 커피잔을 보내줬다.
예쁘다. 살만하다.
리테일 숍을 따라가면 다양한 플래이브(Flavor)를 느낄 수 있는 원두커피를 파는 코너가 있다. 코스타 리카(Costa Rica)에서 재배된 원두를 조금 샀다. 살 때, 커피를 어떻게 마시느냐고 물었다. 드립 커피(drip coffee)를 마신다고 했더니 갈아 주었다. 커피 취향에 따라 즉석에서 갈아주기도 하고 원두 그대로 살 수도 있다.
1층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5층까지 화려하게 뻗어있는 타워다. 황금색의 타워는 커브로 된 에스컬레이터 중앙으로 금탑처럼 들어서 있다. 여덟 개의 금빛이 나는 청동색 튜브로 만들어졌다. 캐스크(cask:통)라고 한다.
디자이너”질 이노모토(Jill Enomoto)”는 커피의 향이 1층에서 시작하여 5층까지 흐른다는 의미로 “커피 모래시계”(coffee hour glass)라고 표현한다. 거대한 캐스크(통)는 에스컬레이터가 주위를 회전하는 것처럼 파이프를 통해 로스팅하는 커피빈을 전 층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광경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프런트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커피는 맛볼 수 없었다. 긴 줄을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기에 커피 마시는 건 포기해버렸다.
특이하게 굽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중앙으로 우뚝 서있는 금빛 캐스크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각 층마다 푸드 아이템들이 제공되지만 2층은 가장 많은 종류의 먹을거리가 있는 곳이다. 유명하기로 소문난 이탈리안 제과점이다. 최근 스타벅스와 파트너십을 가진 로코 프린치 (Rocco Princi)의 푸드가 이층 레벨에서 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매일 쇼우 케이스에서 패스터 리, 각종 빵, 샌드위치, 피자, 샐러드 등과 같은 메뉴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오픈 키친과 오븐에서 직접 메뉴를 골라 윈도우가 있는 쪽으로 마련된 카운터나 테이블에 앉아 즐길 수 있다.
이 층에는 음식을 다른 층으로 배달하는 컨베이어(conveyor)도 구비되어 있다.
이탈리안 아저씨, 프린치(princi)의 빵과 음식은 다양한 종류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보자마자 군침을 돌게 했다. 주문을 하기 위해 주위를 몇 번이나 돌며 서성거렸다. 역시 아무것도 맛보지 못했다! 긴 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앉을자리도 없었다. 화려한 실내 분위기는 카페라기보다 무슨 벼룩시장에 온 것 같았다. 편안히 앉아 먹는 일은 여기서도 정말 힘든 일이다.
스타벅스는 별도로 웨스트 루프 쪽에 있는 랜돌프 거리(Randolph st.)에 프린치(princi) 제과점이 있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미시간 애비뉴의 스타벅스에서는 도보로 40분 정도다. 다소 먼 거리긴 하지만 다운타운을 여행하는 기분이라면 걷는것도 좋을 것 같다. 듣기엔 5층 건물의 스타벅스 로스트리보다 정갈하고 유니크한 실내장식이 돋보인다고 한다. 이곳은 프린치 아저씨의 빵 집합소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실로 많은 종류의 프린치의 빵과 음식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커피와 맥주, 와인바가 사이드에 갖추어져 있다.
미시간 애브뉴에 위치한 5층 건물의 스타벅스는 관람하는 것으로 끝내고, 랜돌프(Randolph St.) 거리에 있는 프린치 카페에서 여유롭게 스타벅스를 즐기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커피 체험 바에서는 가장 흥미롭고 정교한 커피 드링크를 만날 수 있다. 커피의 예술(art), 과학 (science),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커피무대(theater of coffee)라고 할 수 있다.
1층 리저브 커피 바에 비해 가장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몰려들었다. 멋스러운 베레모와 산뜻한 옷차림을 한 바리스타를 흘낏 쳐다보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커피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참고로, 여기서는 사람들에 가려 사진을 찍는 일이 정말 힘들다!
바 중앙으로 쭉 펼쳐져 있는 카운터에 앉아 특별한 드링크를 만드는 직원들을 구경하는 사람들,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누면서 커피 브루잉(brewing) 과정을 지켜보고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간단히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커피 체험 바에서는 이런 지식을 터득하는것외에 커피를 주제로 서로 대화를 여는 사교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좀 특이한 커피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미각을 넓이고, 커피에 대한 지식을 마음껏 쌓을 수 있는 곳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여유와 장시간 기다릴 수 있는 끈기를 가지고 반드시 들러야 하는 장소다.
여기서도 우리는 커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한번 줄을 살폈지만 포기했다. 사실, 커피를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커피를 마실만한 공간도 없었다. 한마디로 왁자지껄거리는 소란스러움 때문에 커피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그냥 꿀꺽 삼켜야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결국 구경만으로 끝내고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U자형(horseshoe-shaped bar)의 화려한 바(bar)가 중앙에 들어서 있다.
형형색색의 술병들로 진열되어있는 바의 이름은 Arriviamo! 아름다운 이탈리아어다. 뜻은 "여기에 모인 우리(we have arrived)”다.
흰 와이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멋진 모자를 쓴 바텐더들이 인상적이다. 깔끔하고 스마트한 신사들은 멋진 손놀림으로 황홀한 컬러의 칵테일을 만들어 낸다.
칵테일 바는 술을 마실수 있는 성인들만 출입이 가능한지라 다른 층에 비해 그나마 숨통을 털 수가 있었다.
주로 연인들이 칵테일 바에 걸터앉아 와인과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아~우리는 지금 칵테일 데이트 중~"이라는 몸짓으로 시카고의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4층, 역시 시카고 로스트리에서는 단연코 인기 있는 장소이다. 스타벅스의 칵테일 드링크 수준은 뛰어나다고 오픈 초기부터 소문이 났을 정도다. 시카고의 탑 바텐더들 중 세명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테마형 드링크가 그 예를 보여준다고 한다. 시그니처, 클래식 칵테일이 선보이며 로컬 맥주들과 함께 다양한 맛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이 공간은 대략 175명 정도의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있는 시카고에서는 대형 칵테일바다.
또한 나무통에 숙성된 커피 바(A barrel-aged coffee )도 한쪽으로 위치하고 있다. 위스키 통에 묵힌 커피로 만든 알코올이 첨가되지 않은 음료들도 판매되고 있다.
많은 좌석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멀치감치 서서 구경하는 관광객에 불과했다. 2층 프린치 제과점에서부터 가져온 빵과 커피를 들고 앉을 곳을 찾아 모두들 이곳으로 오기 때문이다. 좌석이 비어있다고 앉으려면 이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예약된(?) 자리가 대부분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이름만으로 알 수 없는 이 수많은 드링크들은 후에 경험해보기로 했다. 커피 한잔 마셔보지 못하고 관람으로만 느낀 스타벅스 체험이다!
5층의 루프탑 공간은 개인적인 이벤트를 위해 사용할 수 있고 주로 날씨가 좋은 계절에만 오픈된다.
초겨울(11월 )부터는 이용할 수 없다. 시카고가 아름다운 계절인 여름에는 루프 테라스에서 번화가인 미시간 거리를 바라보며 스타벅스의 섬세한 커피 드링크들을 음미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리 시카고는 마치 수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스타벅스라는 커피 스타를 만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호항을 누리고 있었다. 커피를 맛보려는 사람,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를 구경하고, 배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시간 애비뉴의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스타벅스 로스트리에서 제대로 커피맛을 음미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커피가 있는 카페라는 느낌보다 대형 커피 마켓 같았다.
커피를 마신다는 건 마치 조용한 뮤직을 감상하는 것이다. 여유 있게 향을 들이키며 책을 읽는 사색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이런 취향으로 나는 홀로 커피를 마실 때가 더 좋다.
커피의 향과 맛은 일상의 시작을 운치 있게 만든다. 한 끼의 소박한 점심을 먹더라도 비싼 커피를 고집하는 이유는 스타벅스가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커피 맛 때문이 아닐까.
미시간 애비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여유 있는 커피를 마실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시민들과 관광객이 몰려드는 주말인 이유도 있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트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이 좋겠다. 레베카와 나는 다음 나들이에는 아예 다운타운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스타벅스를 제대로 체험해 보기로 했다.
정신없이 돌아본 스타벅스를 뒤로하고 미시간 애비뉴를 빠져나왔다. 어느새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주말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교통체증이 심했다. 오랜만에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외출이 특별한 만큼 복잡한 하이웨이를 빠져나가는 일도 오싹할 정도로 재미있다! 가끔은 이런 기분도 괜찮다.
게재된 사진 중 일부는 글을 위해 다른 출처에서 첨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