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촬영은 11시가 딱 되어서야 끝이 났고 아슬아슬하게 지하철 막차에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말 그대로 정말 진짜 막차를 아슬아슬하게 타서 택시비를 아꼈다.
정말 다행이었다.
사당에서 우리집 까지는 최소한 만원은 들 것 같았다.
그렇게 돈을 아껴서 필라이트 맥주에 캔맥주 하나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디핵노래를 듣는데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내가 정말 무쓸모하고 무능한 기분이 들었다.
뭘하고 있는 건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너무 무능해져서 처음으로 나에게 의문이 들었다.
나 재능이라는게 있기는 한걸까.
스스로를 믿는 타입이었지 스스로에게 이런 의혹을 가진 순간은 처음이라 이런 생각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 나를 일어나지 못하게 할 것 같아 눈물이 났다.
날은 시원했고 밤하늘은 다소 흐렸지만 목성만이 유일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냥 길바닥에 누워서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만 살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서 그냥 그렇게 밤하늘이 예쁘다, 아득한 별자리사이에 보이는 별구름, 성단들을 세면서 머리를 땋고 지푸라기를 머리에 붙이곤... 바닥에 있는 잔디를 쓰다듬으며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
대구 집에 가면 그냥 거창한 꿈 없이 가족들이랑 맛있는 걸 해먹고 사소한 일에 웃으며 사소하게 행복해지고 싶었다.
행복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일이었다.
손바닥에 잔뜩 피를 흘리면서도, 핏냄새와 서늘해진 가을 밤의 공기가 이 공간에서 저 숲으로 흘러든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이 별들은 반짝이고 있었고 나는 별들속에 있는 아득한 꿈들을 믿었고 영원히 바뀌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별들은 움직이고, 죽고 또 태어났으며 그런일들은 언제나 일어났다.
어제는 내 안의 별 하나가 죽어버린 그런 날 이었다.
그래서 심장속에서 뜨거운 공기 덩어리 하나가 불쑥 올라왔으며 자연스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