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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버금 Dec 23. 2023

혹이 생기다. 복통 유발 놈을 찾아서(1)

난소혹 진단을 받던 날

주말 알바를 위해 길을 나서자마자 복통이 찾아왔다. 이건 생리통이야! 하는 확신과 동시에 생리주기가 끝난 이후 찾아온 통증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래, 몇 달 전부터 이상하긴 했다. 월경 때마다 찾아오는 통증의 양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고, 오래갔다. 생리가 끝나면 꼭 산부인과를 가겠다고 다짐했었건만, 그 다짐은 늘 그렇듯 다음날로 또 그다음 달로 미뤄졌었다.


몸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너무나 또렷한 이상증세였고,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출근하며 전화 예약을 했다. 이번엔 꼭 검진을 받겠다는 나름의 선포였다. 퇴근 후, 네이버 지도에 의탁해 찾은 그곳은 생각보다 컸다. 조리원도 겸하느니만큼 건물도 두 동이나 되었다. '여의사 진료'라 쓰인 홍보 문구가 눈에 띄었다. 후우... 큰 숨을 내뱉고 자동문 앞에 섰다.


안타깝게도 나는 살면서 부인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 병원 자체를 무서워하는 편이기도 하고 임신과 출산을 위한 과목이라는 고지식함도 더했다. 생리통으로 매달 죽다 살아나길 반복하면서도 진료를 받는 건 왠지 꺼려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속옷까지 전부 탈의하시고 치마로 갈아입으세요."

휑해진 다리 사이로 찬바람이 들었다. 소름이 오돌오돌 돋고, 마음도 오들오들 떨렸다. 주춤거리며 탈의실을 나가자 어두운 공간에 놓인 커다란 의자가 보였다. 저것이구나...!


다리를 '걸치고' 엉덩이를 앞으로 쭉 뺀 자세로 앉은 듯, 누워있었다. 잠시 뒤,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은 젤을 바른 막대기 같은 기구를 빼어 들고는.

“힘 빼세요.”

“네. (사이) 어으악!”

머리 위에 달린 모니터에 흑백의 영상이 출력됐다.

“아우, 혹이 크네요. 딱 봐도 엄청 크죠?”

“그런가요?”

“바로 보이는데? 엄청 크잖아.”

사실 바로 보이는 게 혹인지, 자궁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 질초음파는 통증이 조금, 아니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산부인과에 오기 싫어했구나. 이거였어.


여차저차 난소에 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소견서를 써줄 테니 큰 병원에 가보라며,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덧붙이셨다. 쭈글거리며 앉아 있는 내게 선생님은

“원인을 알았으니, 치료를 받으면 되죠. 뭐 우울할 일이야?“ 라고 말했다.

“맞아요. 별 일 아니에요.....”


병원을 나서는 내 손엔 소견서 한 장과 진료비 영수증, 그리고 초음파 사진이 들려있었다.

‘그래, 그동안 모른 척했던 거야. 문제가 있단 걸 알면서 진통제만 삼키면서 버틴 거야. 치료를 하자. 진짜로 수술을 해야겠어.‘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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