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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Aug 15. 2024

연옥에 갇힌 사람은 그 사슬을 끊을 계기가 필요하다

재혼의 조건

연옥에 갇힌 사람은

그 사슬을 끊을 계기가 필요하다


미련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남들의 시선과 도덕성 때문이다.

물론, 평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좁은 내면에 갇힌 작은 도전 정신은

배덕한 일을 매개로 그 사슬을 끊게 된다.


서평가 박진권, 제호 재혼의 조건, 출판 다산북스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것

머리와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는 단편적인 사건들은 평생 추억으로 남는다. 그 기억은 유독 잠자리에 들 시간에 찾아오는데,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유쾌하기만 한 기억이 아닌 경우가 다분하다. 전날 밤에 오랫동안 묵혀둔 기억이 불쑥 머리를 내민다. 그렇게 찝찝한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로 온전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반복되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감정에 호소하게 된다. 감정적인 상태로 현재의 기분을 빠르게 타파하고자,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와, 오락거리가 즐비하다. 또 짧은 영상이라는 늪지대가 있다. 그 작은 상자에 빠지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헤어 나올 수 없다. 그렇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잠에 든다.


사람은 원래 망각의 동물이다. 사소한 것은 금방 잊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 먹은 점심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건이나, 어떤 이별은 평생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것은 적절한 애도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이별을 애도 없이 다른 사람으로 해소하려고 한다거나, 가족과의 이별을 슬픔에 파묻힌 채 애도 없이 자학만 한다면 그 고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나쁜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그 일이 일어난 경위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아볼 시도도 하지 않으면 평생 나쁜 기억으로만 자리 잡고 이후 성장을 할 수 없게 된다.


묻어두고 슬픔에 잠기는 건 애도의 방식이 아니다. 그저 진정한 슬픔을 목도하고 싶지 않아 외면하는 것뿐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교육의 후퇴거나 교육이 단순한 지식의 매매 행위에 지나지 못하거나 내 알 바 없소. 이념이나 이상같이 거추장스러운 것은 없으니까.” 남성우의 어조는 냉정했다. “남 선생은 본래 위악僞惡을 즐겨하니까 그럴 법도 한 대답이요.” “위악이 아니라 진악眞惡이죠. 아니 위선입니다. 적당히 순응해 나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욕망은 좌절되고 말지요. 그게 어디 외부의 힘 때문입니까? 아니지, 보다 자기 내부에 있는 위선 때문이죠. 그걸 이성이라 하는가요?” 남성우의 말투는 조롱적이었다. 강옥은 재미있는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재혼의 조건,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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