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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리아 Sep 10. 2018

빈 집은 늘어가고,
부동산 결국 폭락한다잖아요.

부동산 수다 2화> 부동산 폭락 시나리오의 진실

최근에 아는 친한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말대로 그때, 집을 살 걸 그랬나 봐요." 

2016년 여름에 집을 사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던 동생이었는데, 그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지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내게 '집은 지금 사도 될까?'하고 다시 의논을 해왔던 것이다.


"'더 오르면 어쩌지?'하는 생각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자마자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봐 너무 걱정도 돼요. 신랑은 매일 빈집이 늘어난다는 뉴스도 못 봤냐면서 앞으로는 부동산이 결국 반토막이 될 거라며, 절대 반대고요. 저는 불안해서 매일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이라도 사도 괜찮을까요?"


돈이 충분하지 않고 평범한 우리들은 늘 이런 고민을 한다. 사실 이 친구는 2016년에 집을 사라고 내가 몇 번이나 권했을 때도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었다. 2016년 당시 뉴스에서는 집값보다는 전셋값의 상승을 비중 있게 다뤘고, 인구 감소와 2017년, 2018년에 쏟아지는 분양 물량을 근거로 대면서 2016년보다는 2017년 하반기나 2018년 상반기에 집을 살 것을 권유하는 기사가 많았다. 동생은 단 돈 몇천이라도 싸게 건지려던 마음에 기다려보기로 했던 건데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 마음을 너무나 이해하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나도 한 때, 부동산 투자를 잘 못한 덕에 은행 빚에 쓴 맛을 본 다음부터는 부동산 공부를 한답시고, 이 전문가에서 저 전문가에게 물어도 보고 이메일도 보내보고 유명 부동산 컨설턴트의 웹페이지에 유료 가입자도 되어보고 세미나도 다녀 봤지만, 내 결론은 그 들의 전망도 일기 예보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거였다. 가끔은 맞고 가끔은 틀리는 부동산 전문가의 예측을 맹신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다. (그렇다고 부동산 기사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기사는 중요하다 꼼꼼히 챙겨보지만, 분석을 하면서 읽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중에 하나가 인구 감소로 부동산 폭락을 예언하는 부동산 기사들이다. 최근에도 일본의 빈 집의 예를 들고, 거기에 우리나라에 늘어가는 빈집들의 통계상 수치를 보여주면서 지금의 출산율 이러저러 하니, 앞으로 집값은 떨어지다 못해 자산으로서 가치가 없을 것처럼 전망하는 그 기사들이 많은데, 이 기사들 때문에 많은 젊은 사람들은 몇 푼 있는 자산마저도 부동산 투자로 모두 날릴 까 봐 전전긍긍하다 실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런 기사들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오래된 레퍼토리다.


2005년부터는 주택 수요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고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앞으로 대규모 사무실 수요는 줄고 개인사업자나 벤처기업용 소규모 사무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부동산 전문가 9명은 16일 공동 출간한 책 ‘21세기 한국 부동산 이해’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위의 기사는 동아일보 2002년 2월 16일 자 기사에서 발췌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책까지 출간한 했는데 그 전망은 하나도 맞는 것이 없다. 그 뒤로 우리는 두 번의 부동산 폭등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나는 최근 일본에서 과거 5억 원 하던 집들이 현재는 가치가 1/10로 떨어진 상태지만 여전히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기사와 이탈리아에서는 인구감소 때문에 1유로에 집을 살 수 있다던가 하는 기사들을 읽었는데, 내 생각에는 이런 기사들은 우리의 마음을 심란하기 충분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기사들은 100% 틀린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 근거한 전망들은 우리 마음에 불안을 키우고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앞서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이런 기사들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분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분석으로 이런 기사를 이해하면 좋을까? 앞으로 집 값이 하락세일 것이므로 집을 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까? 중요한 것은 이런 기사에서 '사실'만을 분리해 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인구감소'와 '빈집'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빈집은 반드시 부동산 시장의 폭락을 이끌고 올 것인가?


조금 단순화해서 생각을 해보자. 우리 사람들의 심리가 어떻게 움직일까 생각해보는 일종의 사고 실험이다. 


여기 어느 섬마을에 10 가구가 산다. 1번터 10번까지. 이들의 경제적 지위는 1번이 가장 좋다. 즉 1번의 최상위 계층이고, 2, 3번은 상위층.(몰론 번호가 클수록 수입은 적다.),  4번부터 6번은 중산층, 그리고 7, 8번은 저소득층, 그리고 9번과 10번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인데, 그중에서도 10번은 1인 고령가구나, 장애가 있어 혼자 자립이 불가능한 가구라고 해보자. 그런데 이 섬에 집이 10개가 있다. 1번부터 10번까지. 그리고 집의 조건도 1번일수록 좋고 번호가 클수록 좋지 않다. 그럼, 이 섬에 있는 모든 가구들은 모두 행복하게 1번 가구는 1번 집, 2번 가구는 2번 집 이런 순서대로 들어가서 살까? 집의 수준차는 있지만, 모두 하나씩을 소유하고 말이다.


우리는 이미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안다. 예를 들면 현실에서는 9번과 10번 가구는 집을 소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저소득층이고 결과적으로 모아 둔 자산이 없는 관계로 월세나 전세의 형태로 거주하게 될 것이다. 7번이나 8번 가구가 소득이 필요해서 방 하나를 세를 놓을 경우 그 집에서 세로 살거나, 다른 가구가 구매한 9번이나 10번 집에 세 들어 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하면, 10가구 사는 섬에 10개의 집이 있어도 결국 빈집이 생길 수도 있고, 집이 없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10가구 중에 누군가는 자신의 집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고, 이들은 더욱 나은 여건의 주택을 희망하게 될 것이다. 5번 가구는 돈이 모이면 4번이나 3번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을 테고, 4번 가구 역시 앞으로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1번 에서 3번 가구는 어쩌지? 물론 그들도 더 나은 환경을 원할 텐데. 당연히 건설사들은 이 수요를 진작에 파악하고 그들이 사는 집보다 더 나은 수준의 집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상류층의 눈높이를 만족시킬만한 고급화된 주택을 말이다. 당연히 분양가는 현존의 주택들보다 높게 책정될 것이다. 10가구가 사는 섬에 3가구가 더 늘었다. 그러나 고가 주택의 가격은 올랐다. 어차피 상류층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므로. 그렇다면 섬의 다른 집들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인가?


기존의 1, 2번 집이 매물로 나왔다. 당연히 중산층들은 그 집을 사고 싶다. 그렇다면 이 집은 수요가 있으니 내리지 않는다.(1, 2번 집은 매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1, 2번 가구는 그 집을 팔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1, 2번 집에 대한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네 집이 내릴까? 6번부터 8번의 집들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 9번 10번 가구들은 집의 수준보다는 월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가구들이라 그대로 거주할 가능성이 높고, 6번부터 8번 집들은 매물로 내놓지만 (이들은 여유자금이 없기에 다른 집을 사려면 집을 팔아야 한다.) 받아주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에 매매가 성사되려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춰야만 한다. 


우리는 이쯤 되면 알 수 있다. 인구가 줄거나, 혹은 집이 늘었을 때 어느 집이 빈집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집값이 떨어지게 된다면 어느 집부터 집값이 떨어지게 되는지 말이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은 모든 가구가 평균적으로 자산가치가 줄었을 때 가능하다. 예를 들면 IMF 때, 부동산 시장이 출렁인 것은 이 때문이다.(또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매수 심리가 동시다발 적으로 확 꺾였을 때도 그렇다. 2007년 미국발 세계 경제 금융 위기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염병 같은 것 때문에 단시간에 인구가 한꺼번에 줄지 않는 이상 차근차근 줄어가는 인구감소로는 단 시간에 부동산 시장이 반토막이 나는 폭락은 오지는 않는다. 이것은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일본의 빈집의 사태가 말해주는 것은 집값 폭락의 전조가 아니다. 그것이 말해주는 것은 집값 양극화의 문제다. 최근에 정부는 집값을 잡는다며 택지 지구를 늘려 집을 더 짓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집값 하락을 불러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지으면 지을수록 집값이 오르는 곳은 더 오를 테고, 집값이 하락하는 곳은 하락하게 될 뿐이다. 여건이 더 좋지 않은 곳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진정한 문제는 이런 집값의 하락을 겪는 곳은 서민이 사는 곳에서 발생한다라는 데 있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서 집값을 안정화시킨다고 택지지정을 해서 도심권 집을 더 많이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이 지을수록 기존의 서민층의 어렵게 만들고 반대로 고소득층에게는 엄청난 불로 소득의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현재의 정부 정책을 어찌할 수 없다면, 우리는 지금의 시장의 집값 양극화가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듣고 현명하게 대처를 해야 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뭘까? 당장이라도 강남의 아파트를 구매해야 하나? 구매할 수 없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강남에 못 간다면 강남 근처라도 가서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엄청난 융자를 내서라도 지금이라도 매수를 해야 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어디를 매수하고 싶은 지 자금 능력은 어떤 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 생각에는 지금은 때가 조금 늦은 것 같다. 부동산 시장에 거품의 전조가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정부의 엄한 부동산 규제 덕에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들 여지가 많이 줄었고 장기적으로야 천천히 가격 조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부동산 하락장은 오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8월부터는 엄청난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전조가 여기저기 보인다. 


그 거품에 대해서는 다음 수다에서 같이 또 얘기 나누어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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