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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리아 Sep 17. 2018

2018년 부동산.
아직 구매해도 좋을까요?

부동산 수다 제3화>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부동산 뉴스가 매일같이 업데이트된다. '자고 나니 1억'과 같은 제목의 자극적인 기사들과 그 집값 상승을 저지하지 못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질책들이 기사들이 주 내용이다. 거기에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전망 기사들도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사실, 집 장만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시장 전망에 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한데, 기사마다 내어 놓는 전망들이 제각각이다. 솔직히 현재 시점에서는 부동산 장세를 예측하기는 일은 쉽지 않다.  


집값이 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오르기 시작했나? 그건 아니다. 대통령이 대단한 자리이긴 해도 무슨 재주로 수천만 명으로 구성된 큰 시장의 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단 말인가? 반대로 오히려 정부를 너무 믿고 있었다면 반성들 하시라.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뜻대로 가격을 오르거나 내리게 할 수는 없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다. 고대국가의 절대 권력자인 '파라오'지. 물론 이 말을 국가의 정책을 무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국가의 정책들을 시장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기에 꼼꼼해 챙겨보며 시장을 예측을 하는 중요한 정보로 활용해야지 정부가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리는 의존적인 자세를 취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일단, '부동산이 왜 올랐는 가?'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원인을 알면, 앞으로의 시장 예측에 도움이 된다. 

김현미 장관은 처음에는 집은 충분한데 투기 수요가 집값 상승에 원인이라 했다. 그런데 요즘엔 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택지지구를 정하려 한다. 일견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개발 플랜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여론도 있다. 일부는 국토부의 갈팡질팡 정책으로 국민의 불안감만 키웠다는 얘기도 있고, 가격 담합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서울에만 집값이 급등한 원인으로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로 수요를 재편성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지방의 시장을 죽이는 꼴이 되었다는 여론이 거세다. 어떤 말이 맞을까? 실은 다 맞는 얘기다. 부동산 가격이 극도로 과열되었은데 오로지 한 두 가지 요인으로 이렇게 되었겠는가? 다수의 요인들이 인간의 욕망과 맞물려 만들어낸 이상 과열 양상인데, 오히려  한 두 가지가 원인이라고 결론짓고 거기에 땜질하듯이 처방을 내놓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열이 많이 오른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쓰는 격이다. 원래 아픈 사람인데 더운 여름날 운동을 해서 열이 더 과하게 올랐을 수도 있다. 이 사람은 해열제와 항생제를 먹고 그늘에 가서 쉬어야 한다.   

 

실은, 이번 부동산 폭등의 원인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시장의 상승할 수 있는 엄청난 동력이 2015년까지 이미 무르익었다. 2008년에서 2015년까지 한 8년 정도 비정상 정체기를 겪으면서 다수의 가구들이 매수보다는 전월세를 택했다. 심지어는 매수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그랬다. (2012년에 매수우위 지수는 20 안팎이었다. 100이 넘으면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도하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작년과 올 한 해 140을 넘긴 적도 부지기수다.) 부동산 시장이 정체기를 겪는 동안, 신규로 늘어난 가구 수만 해도 얼마며,  또한 임금도, 물가도 오르면서 자본축적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전세시장이 꾸준히 올라주어 자산이 다른 데 쓰이지 못하게 그대로 묶어 두는 역할도 했다. 다시 말하면 능력이 되는 대기 수요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 정부 들어서만도 52조를 시장에 풀었다고 했다. 주로 서민층에 대한 지원금이었는데, 이 서민층 정부 지원금은 저축보다는 생활비로 쓰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52조는 그대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 위에 장기간의 저금리 상황까지. 더구나 보통은 자금이 풀리고 금리가 낮으면 주식 시장에 돈이 들어가 과열 증후가 나타나는 게 일반적인데 풀린 돈들은 주식시장으로도 가지도 않았다. 도대체 그럼 그 돈은 어디로 갔단 말일까?  




매수우위지수가 높으면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도 올라간다.  



따라서, 애초에 집값 상승은 예정된 시나리오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모습은 이유 있는 상승의 시기를 지나 시장이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 시장이 안정되면 사람들은 현명한 소비에 관심을 두고, 시장은 불안하면 자산(또는 자산이 되리라고 믿는 재화)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단순화해서 생각을 해보자. 우리가 평소에는 생수나 라면을 살 때는, 마트에 가서 품질과 가격을 비교를 해보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갑자기 국가 재난상태가 일어났다고 하면 우리의 마음은 변한다. 생수나 라면을 가격이 싸고 안 싸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있으면 사두기 시작한다. 사재기의 시작이다. 그런데, 국가 비상사태로 모두가 불안한 시점에서 정부는 사재기를 하는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기로 한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정부의 그런 반응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생수나 라면을 강력하게 못 사게 하니, 이것을 고정적으로 공급이 안된다는 시그널로 이해를 하기 시작한다. 즉, 생수와 라면은 이게 다니까 적당히들 사라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들게 만든 것이다. 여전히 국가 재난 상태에서도 생수와 라면은 잘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들기 시작하니 그들의 관심은 생수와 라면에 관심이 쏠리는데, 미디어에서도 그들의 관심에 맞추어 생수와 라면 얘기만 계속하기 시작한다. '어떤 마트들은 담합으로 가격을 올려서 팔았는데도 그 가격에도 사람들이 사겠다고 몰려들었다'는 기사, '생수와 라면을 사려고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나 '10배쯤 가격이 올려도 팔리는 생수와 라면'에 대한 기사들로 미디어가 도배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불안감에 처음에는 시장을 믿었던 사람들도 사재기에 가세한다. 그러니 정말, 마트에 생수와 마트가 동나기 시작하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사람들은 이것을 더욱 불안한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은 더 많은 생수와 라면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이성적 판단이 통하지 않는 과열 시장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불안해지면,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이성적인 상황 판단이 불가능해지기 쉽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시장에서 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서 앞날을 예측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택 마련의 기회를 잃거나, 아니면 자산이 될 줄 알고 샀던 집이 부채로 남을 수도 있다. 


주식에는 '칵테일파티 이론'이라는 게 있다. 이 이론은 주식시장을 경제상황이나 회사의 재무 실적 등으로 주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아닌 오로지 사람들의 행동만 가지고 주식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즉, 칵테일파티에 모인 모든 사람이 주식에 관심을 갖고 주식 얘기만 하며 그중 다수가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주식 시장은 이미 과열이란 의미이고 이때가 매도 시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주식시장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증권시장에 애 업은 엄마들이 나타나면 매도하라.'라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다. 통계적인 정확한 수치가 나오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람들의 행동만 가지고 시장에 거품 수요가 들기 시작했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확실히 거품이 들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 근거 중에 하나는 빠른 속도로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초와는 다르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강남보다 서울 전역에서 매매가 일어나더니 서울과 수도권의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매물 실종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분당에서는 7억 미만의 매물이 없어서 못 살 지경이다. 사실, 시장이 안정기에 있으면, 자금을 5-6억 정도로 융통(적절한 대출 포함)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적극 구매하는 계층이 아니다. 이 사람들을 무시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현명해서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된다. 2017년 기준으로, 5억 원에서 전세로 살 수 있는 지역은 분당의 웬만한 선호지역의 중형, 송파구라면 거의 모든 구축 아파트 중형, 비역세권이나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선 대형까지, 강남의 비역세권 구축 작은 소형평수, 재건축 예정지 중형 평수, 마포구라면 구축이어도 연식이 꽤 괜찮은 아파트에서 살 수 있지만, 같은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를 찾기 시작하면 동네와 평수가 확 차이가 난다. 소형이라면 아주 비역세권의 분당이나 마포구의 구축. 서초구나 강남에서 빌라 소형, 중형 이상을 찾는다면 서울시라면 관악구, 도봉구나 경기도 지역의 용인 수지구나 일산의 구축 아파트 중대형 정도를 살 수 있다. 


당신 직장은 강남에 있고, 한 참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같은 돈으로 당신이라면 어디서 살겠는가? 답이 보이지 않는가. 이렇게 집값이 오르는 상항만 아니라면, 저금리 상황에서 가성비로 보나 생활여건으로 보나 전세로 사는 게 더 옳은 선택이다.  


그런데 이들이 매수에 나서 저가 매물을 엄청난 속도로 소진하고 있다. 이들이 집을 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집을 매수한다는 것은 무주택자의 자격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유주택자가 되면, 분양을 받을 때 가점제에서는 확실히 불리하다. 즉, 엄청난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매수를 한다는 말은,  다시 말하면 정상적인 시장에서 아직 매수세에 가세할 필요가 없는 수요까지도 시장에 나와 부동산을 사고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거품은 가격적인 거품이다. 바로 가격 담합. 작년 말에도 올해 초에도 가격담합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가격 담합에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옛날처럼 인터넷이 없어서 서울 전 지역의 시세가 어떤 줄 몰라야 말이지. 한눈에 시세 비교가 되는 요즘에 가격 담합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 싶었는데, 매수심리가 거세게 일자 조직적으로 올린 시세가 실제 호가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실감되었다. 예를 들면 성동구 A아파트가 최종적으로 9억에 팔리고 이후에 5천만을 올려서 새로 매물이 나온다. 당연히 대기 매수자들은 비싸다는 생각에 망설인다. 그런데, 각격담합으로 한 1억 원 이상 올린 매물이 같이 뜨면 그 5천을 올린 것은 오히려 싸다는 생각에  결국 팔리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매수자의 호가 상승의 심리적 부담감과 거부감을 무력화하여 빠른 속도로 호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 부동산에 정가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웃집이 8억이라도 내 집을 꼭 8억에 맞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에 정가는 아니어도, 정상적인 역할을 하는 시장에서는 돈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같은 구, 같은 동에 길 하나로 갈린 입주 연도가 비슷한 두 단지도 가격이 차이 난다면, 초등학교나 역에서 가깝거나 하는 무언가의 이점이 반드시 있다. 그러나 가격 담합은, 사람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이유 없이 부풀려진 가격이다. 지진이 난 지역에서 생수 한 병이 10만 원에 팔린다고 생수 한 병이 정말 10만 원에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사람들의 이성이 정상화되면 당연히 가격도 정상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거품의 증후들은 시장이 과열이 되었다는 것은 말해주는 것은 확실하지만, 반드시 하락장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 하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려면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하다. 과거의 부동산 하락장을 이끌었던 2007년 서브프라임 금융사태가 좋은 예다. 그때도 시장은 무서운 기세로 과열되었지만, 미국에서의 그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모든 시장의 움직임은 찬물을 껸진 것처럼 냉각되었다. (물론, 정말 거품이 지나치면 그 자체로 붕괴도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들어 있다 해도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하락장이 시작되면, 부동산의 거품은 걷히게 마련이다. 우리가 하락장의 시장을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집어 낼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는 행동은 무모한 짓이다. 오늘 산 부동산이 1달 정도 뒤에 5천만 원이 오를 수도 있지만, 하락장이 시장되면 거품기에 산 부동산의 가격 상승분은 의미가 없다. 특히, 여전히 매수우위 지수가 100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여전히 수요가 받쳐주고 있지 않냐며 아직 상승 모멘텀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은 절대적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분 중에 거품에 의한 상승분만큼은 정말 쉽게 꺼진다. 매도우위 지수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냉각되면, 비 오는 날 솜사탕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매수심리다. 정말 매도우위 지수는 실제 수요자의 숫자가 아닌 심리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거품이 꺼지는 날은 올까?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현재 어떤 요인들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지, 가장 가능성 있는 요인들 몇 개를  다음 글에서 같이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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