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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보다 강한 꿈

키워드 글쓰기 - 도전

by Anne Koh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머릿속에는 늘 고민이 가득하고, 하나의 결정에 따른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느라 온종일 뇌를 혹사하곤 한다.


이런 내게도 남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과감한 도전을 한 경험이 있다. 약 10년 전, 다니던 회사의 재정난으로 이직을 준비하던 중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직 대신 입시를 결정한 것. 어릴 때 엄마의 반대로 하지 못했던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12년 만에 다시 수험생이 된 것이다. 당시 나는 이미 4년 경력의 디자이너였지만 미술 전공자가 아니었고 미술 공부를 단 한 번도 제대로 깊이 있게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늘 마음 한편에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포트폴리오 준비에 밤낮으로 매진한 덕분인지 운 좋게도 석 달 만에 합격이 된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미대생이 될 수 있었다. 늘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자존심도 센 내가 어떻게 띠동갑들과 같은 수업을 들으며 꿋꿋하게 두 번째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그것은 내게 참으로 큰 도전이었다. 어린 동기들에게 뒤처질까 전전긍긍했고, 부족한 체력에 밤샘 과제들을 해내느라 몸도 마음도 꽤나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했다.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며 창의력을 계발하고, 내 예술적 지식과 견문도 넓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때 내가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40이 되든 50이 되든,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반드시 미술을 깊이 있게 공부할 것'이라는 내 확고한 의지, ‘내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은 오늘’이라는 사실, 그리고 ‘3~4년쯤이야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나는 지금도 그때 그런 결정을 내린 내가 대견하기만 하다.


...


생각이 참 많은 요즘이다. 지금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도무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와 같은 시작점으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10년 전에도 나는 겁이 났을 것이다. 분명 두려운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당시 나를 두렵게 하는 것들보다 내 꿈이 더 강해서가 아니었을까.


만약 지금 내게 있는 꿈들이 모두 작고 나약한 것이라 이리도 힘을 못 쓰고 있는 거라면, 이 작은 꿈의 결정들을 모아 커다란 꿈 한 덩이로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상상해본다. 마치 눈덩이를 굴리듯, 굴리고 또 굴리다 보면, 그때처럼 내 두려움을 무력화시킬 만큼의 강력한 꿈을 다시 한번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설레는 상상이다. 여전히 두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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