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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한 Feb 05. 2023

회사에 롤 모델이 없습니다.

MZ 세대가 털어보는 우리의 퇴사 사유

롤 모델,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내 모습을 회사 안에서 찾을 수가 없다.


요즘 심심치 않게 보이는 기사 중에는 흔히 '요즘 것들'이라 표현하는 MZ 세대 이슈들이 많다. 특히나 MZ 세대이면서 직장인인 내 눈에 가장 많이 띄는 내용은 사회 초년생의 이직과 퇴사에 관련된 내용들. 물론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은 한참 지났지만 회사에서 위치로 따지면 아직도 후배보다는 선배들이 훨씬 많은 위치 즉, '요즘 것'이기 때문에 그런 기사를 볼 때면 나와 같은 요즘 것들의 행태에 공감도 되고 심지어 시원하게 사표를 던지는 그들이 부럽(?) 기도 한 느낌이 든다. 그들의 주된 퇴사 이유는 근무 환경과 기업 문화, 급여 등 복리후생, 적성과 맞지 않는 직무, 성장 정체, 골치 아픈 꼰대 상사 같은 것들로 이는 나에게도 뼈저리게 공감되는 것들 천지다.


경제가 돌아가는 것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며 공부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공이란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성공'의 롤 모델을 찾지 못했다. 물론 회사의 충실한 직원으로서 성공한 선배들은 곳곳에 있다. 회사라는 공간 한정에서는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들은 많지만, 내가 원하는 진정한 자본주의의 승자가 된 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찾아볼 수 없기에 나는 아직 내 인생의 롤 모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초고속으로 팀장, 실장을 거쳐 마흔 중반에 임원이 된 XX상무
: 일찍 임원이 되어 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일찍 집에 갈 확률이 높다. 첫 아이가 이제 막 중학생이라던데 아버지로서 퇴직 후 가족 부양에 대한 대응 계획이 마련되어 있는가?
본사의 모 TFT에 파견되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다시 원팀으로 돌아온 XX팀장
: 회식 때마다 술 한잔 걸치면 앵무새처럼 토씨하나 바뀌지 않고 토해내는 TFT 파견 시절 무용담. 인생 통틀어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성과가 그뿐인 건가?
5년간의 해외 주재원 생활을 하고 팀장으로 당당히 복귀한 XX팀장
: 주재원 당시 파견된 근무지가 너무 열악해 해외에서도 기러기 아빠였던 그는 다시 돌아와서도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MZ 놈이 바라보는 MZ 놈들의 퇴사 사유


나도 하루에 수십 번씩 퇴사 욕구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고(핑계), 무엇보다도 퇴사 후 '먹고살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진짜 이유) 더러워도 아직까지는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 한다."


요즘 것들의 퇴사 열풍에 대해 내가 느끼는 퇴사 욕구를 요즘 것의 입장에서 서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가장 큰 이유다. 성실하게 회사에 나와서 열심히 일하고 정년까지 채우고 나면 그다음은? 재테크, 투잡 등을 통해 딴 주머니를 차지 않는 한 정년까지 다닌다는 가정 하에 예상되는 임금을 계산해 보면 그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 해도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직장만 열심히 다녀봐야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착실하게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집 사고 재산 불려 가며 자식도 키워낼 수 있었던 이전 세대와 우리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 물론 모든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각종 통계 지표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시대적인 배경만 따져보았을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더불어 온 나라가 '잘 살아보세'라고 외치며 성실히 일했던 세대와 우리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 직장인으로서의 끝은 있더라도 그다음에 대한 계획이 필수이고, 그래서 우리는 어차피 그다음이 있어야 한다면 정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계획을 서둘러 앞당기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정년까지 버텨내야 할 이유를 회사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에. 


2. 옆에 앉은 저 사람이 내 미래 모습이라 생각하면 암담하다.

사원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차장, 부장으로.. 이렇게 단계를 밟아 올라갈 때 실질적으로 통장에 꽂히는 급여는 어느 회사나 그 상승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열심히 일해서 부장이 된다 하더라도 먹고살기에 여유로운 급여를 받기는 쉽지 않다. 아직 대리의 신분인 나는 옆에 앉은 과장, 차장, 부장님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신세한탄을 할 때마다 '저건 내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야, 아니어야만 해'라는 생각을 한다. 매달 따박따박 수백만 원이 통장에 급여로 들어오면, 그걸 느낄 틈도 없이 자식들 사교육에 쏟아붓는 게 대한민국 평균 가정의 모습이다. 여기에 집 사느라 받은 대출 원리금까지 빠져나가고 나면 실질적으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남게 된다. 이는 외벌이든 맞벌이든 상관이 없다. 외벌이는 주 수입원이 한쪽에서 벌어오는 급여가 전부이기 때문에 빠듯할 수밖에 없고, 맞벌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학원에 더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실질적으로 빠듯한 건 비슷하다. 처음 입사했을 땐 억대 연봉을 받는 차부장님 들이 10년 넘은 아반떼를 타는 게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젠 충분히 알 것 같다.


3. 우리는 성장을 원한다.

인간이 일을 하는 것은 수익을 창출해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겠지만, 일을 통해 성장하고 배우는 것 또한 일의 중요한 가치라 생각한다. 6.25 전쟁 이후에 사회 제반시설을 구축해 나가며 경제 발전을 이룩한 시기에는 아스팔트를 깔고 도로를 새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엄청난 성장이었으며 국가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기차가 보편화되고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경제발전, 국가발전에 기여할 만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으며 조직의 거대화, 세분화 덕분에 우리가 회사에서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일을 통해 성장이라는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일의 주체로서 일하기보다는 거대한 회사의 한 귀퉁이에서 존재감 없이 정해진 일만 하는 게 우리 세대 대부분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 세대는 '나의 일'을 하며 '성장'을 누리길 원한다.




그럼에도 난 회사에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는 밤새 입이 아프도록 떠둘 수 있다. 하지만 회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그저 회사의 노예로 살기 싫다는 투정 섞인 이유로, 나가서도 잘 살 수 있다는 패기 만으로 사표를 내던지기에 나는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하는 '새앙쥐 레이스'에 갇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동시에 그 레이스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아직은 모르겠다. 일단 이 레이스에 성실하게 임하며 동시에 그 레이스를 빠져나올 방법에 대해서도 꾸준히 찾아 나갈 것이다. 


답은 내 안에 있다. 

다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을 뿐. 

그래서 난 오늘도 회사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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