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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한 Apr 09. 2023

매일 러닝머신 3km의 변화

운동하세요? 네 운동이 취미입니다.

요즘 나는 회사에 출근하는 날 사무실 올라가기 전에 3km씩 러닝머신을 뛴다. 러닝머신을 뛴다는 것은 내 인생에 없었던 활동이었기 때문에 매일 아침 뛰면서도 뛰고 있는 내가 놀라울 정도로 아직 어색하다. 


러닝머신을 뛰게 된 계기는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에서 오랜만에 축구를 했는데 폐가 말을 듣지 않는 것. 학교 다닐 때 축구를 즐겨하던 나로서는 가히 충격적이었을 정도로 체력이 엉망진창 수준이었다. 그 뒤 새해가 되면서 올해는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러닝머신을 아침 루틴에 넣게 된 것이다.


3km라는 수치가 좀 뛴다고 하는 러닝 마니아들에게는 별거 아닌 작은 숫자에 불과하겠지만, '달리기'라는 것이 취미 목록으로 처음 올린 인간인 나로서는 그리 만만한 숫자는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버스를 타면서도 '아 오늘은 뛰지 말고 아침 맛있게 먹고 커피 한잔 때릴까?' 하는 갈등이 반복된다. 그 갈등의 순간을 잠깐만 견뎌내고 목표했던 3km를 뛰고 땀을 흘린 뒤 느끼는 성취감은 세상 달콤하다. 


이렇게 아침 러닝머신을 뛴 지 3개월이 지났고, 그 변화는 순간순간 체감이 될 정도로 상당하다. 

우선 작년에 올랐던 북한산과 올해 오른 북한산은 그 높이가 달라졌다. 심지어 조금은 심심할 정도? 확실히 체력이 좋아지니 등산이 편해졌고 등산 후에 후유증도 거의 없다. 

다음으로는 육아에 쏟을 에너지가 충만해졌다는 것. 사실 육아라기보다는 애들과 잠깐 놀아주기에 가깝지만 가끔 놀이터에서 공을 차는데, 이때도 러닝머신으로 다져진 체력이 빛을 발한다. 아직 미취학인 두 망아지는 물론 주변 초딩들까지 한 10명은 달라붙어도 계속 뛰어줄 수 있다. 심지어 우리 동네 어떤 녀석은 나를 보고 "어느 축구교실 코치님이세요?"라며 내 축구 실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을 정도. (아저씨가 축구를 그리 잘하진 않는단다 ^^;)

등산과 축구 외에도 일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퇴근 후 에너지 상태. 예전 같으면 퇴근 후에는 에너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밥 먹고 늘어져있다가 자는 게 대부분이었고, 와이프가 저녁에 같이 뭘 좀 하자고 해도 몸이 잘 움직이지를 않았다. 저녁시간에는 영화나 드라마도 볼 수 없었다. 보면 어김없이 잠드니까.. 근데 요즘은 퇴근 후에도 에너지가 충분하다. 심지어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저녁에 예전처럼 피곤하다는 느낌이 없다.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애들 재우면서 좀 일찍 자긴 하지만 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게 아쉬운 경우가 많을 정도로 뭔가 빠릿빠릿해졌다고나 할까? 생활 전반에 활력이 넘치는 그런 느낌이다.


사실 나는 어딜 가더라도 운동하시느냐는 소리를 듣는다. 심지어는 머리가 짧을 때는 군인이냐고 묻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을 만큼 건강한 이미지의 소유자이다. 학교 다닐 때는 다른 과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어김없이 체대생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었을 정도로 유전적으로 타고난 체격이 좋다.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타고난 '체격'에 비해 '체력' 수준은 형편이 없었다. 와이프는 내 생활습관, 식습관이 딱 미국 비만인 수준이라며 놀려댔을 정도였으니 거기에서 나오는 체력은 더 설명 안 해도 될 듯.


이제는 운동하냐는 말에 '네 운동이 취미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체격에 운동하는 습관을 통해 체력도 맞춰가고 있으니 말이다. 최종 목표는 1호가 군대 가기 전까지 같이 축구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는 것. 지금 녀석이 7살이니까 최소 15년 동안은 더 뛰어야 한다. 

지금의 한계는 출근하는 날 외에는 뛰지 않는다는 것. 아파트 헬스장에 등록을 하자. 재택근무여도 아침에 뛰자. 주말이어도 아침에 뛰자. 더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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