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편의점에 왜 자꾸 갔을까?

혼자 살아보니 어때? #1

by 유연한 하루

나도 모르게 자꾸 발길이 근처 편의점을 향한다. 출퇴근길에, 업무 중간 중간, 약속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집에 누워 있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편의점에 가기 위해 옷을 꾸겨 입는다. 대단한 걸 사는 건 아니다. 일이천원짜리 초코 과자나 탄산음료, 컵라면 같은걸 두어개 사서 나온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건 맞다. 인정. 그치만 나는 분명이 이 행위를 중독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한 번쯤 생각 해봤다. 결론은 외로움, 공허함. 그리고 무언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할 때 나는 편의점에 갔다.


편의점은 365일 24시간 운영한다. 거기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 둘러보고 원하는 걸 집어들어 살 수 있다. 명품관도 아니고 대부분이 내 비루한 지갑사정으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물건들이다. 늦은 밤이든 새벽이든 그곳은 나에게 열려있다. 내가 원하면 아무때나 내 맘대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곳. 편의점이 나에게 자유를 주고 위로를 줬다.


이십대 후반 즈음부터 부모님 집에서 사는 게 조금 힘들어졌다. 부모님은 내 생활에 큰 간섭은 하진 않으셨지만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무언가 간섭을 하고 싶은데~ 혹은 내 사생활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 턱끝까지 차오른 말들을 꾸역꾸역 집어삼키고 계신 느낌이랄까? 이런 부모님의 속사정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왜 저러실까?’ 하는 삼키지도 토해내지도 못할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목구멍에 낀 가래떡 마냥 나를 숨막히고 답답하게 했다. 아. 혼자 살고 싶다. 더 자유롭고 싶다. 답답함 그리고 또 답답함. 이게 날 자꾸 꺼내 편의점으로 데려다 놓았나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이직하고 낯선 건물, 낯선 업무, 낯선 사람들.. 나는 오늘도 이런 불안한 감정들을 피해 예측가능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주는 편의점으로 샤샤샥 도피.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의를 주는 곳이지 편안함을 주는 곳은 아니었다. 편의점 중독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 질 수록 끊기는 더 어려워져 만성이 됐고 불편감과 불안한 감정만 늘어갔다. 이 굴레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지 못해. 긍정적인 해소법이 아니야. 나는 더 자유롭고 싶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싶어. 더 오롯이 나에게, 내가 원하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삶을 채우고 싶어. 이런 것들에 에너지를 쏟기 위해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그렇게 편의점 중독 증세를 보인지 만 4년이 다되갈 즈음 독립했다. 오래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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