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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씸파파 SYMPAPA Sep 18. 2018

#9. 육아는 기다림 1 - 맞벌이 '미션 임파서블'

"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아빠 육아 생각

요즘은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종종 거실에 TV가 없는 집이 많은 듯한데 우리 집에도 역시 TV가 없다. 결혼 초에는 있었지만 씸씸이 만나고 이사를 하면서 처분해버렸다.


N스크린 시대에 굳이 우리 부부가 선호하지 않는 TV 인테리어에 소비를 하느니, 대신 차라리 휴대성 좋은 가정용 빔프로젝터를 구입하기로 한 이유에서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언가 느끼기도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에 계속 화면이 바뀌는, 그래서 아기가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 '요망한' 기계를 치워야만 마음이 편할  같았다.



TV가 없어서 좋은 점들은 많다.(하지만 솔직히 러시아 월드컵 시즌에는 많이 불편했다.) 그중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부간 대화가 많아지는 환경이 저절로 갖춰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종종 아이가 일찍 잠이 들면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찾아 빔 프로젝터로 벽에 쏘아서 보곤 한다. 그날도 씸씸이 엄마가 추천한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보다 꽤 지난 EBS 다큐멘터리를 보기로 했다. 이미 2010년도에 방송된 전체 10부작의 장기 프로젝트 영상 콘텐츠였다.


며칠 전 동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읽는 뇌'라는 책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전체 10부작인 프로그램 중 이 주제와 관련된 '7부. 책 읽기, 생각을 열다'부터 시청하게 되었다.



다큐멘터리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매일 아침 10분씩 책을 읽어줬던 아이들독서능력 진단검사 결과 약 8개월 사이에 비교집단 아이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고, 특히 이야기의 주제와 의미를 찾는 '추론 및 감상능력'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혼자 책을 읽는 것과 책을 읽어주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책에 적힌 단어를 말로 표현하는 것, 말로 표현된 것을 책에 적힌 단어로 연결시키는 것은 어려운 활동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왜 이처럼 일찍부터 듣기가 중요할까. 그 이유는 바로 '마이엘린(myelin)'이라고 하는 신경세포 축색돌기를 감싸고 있는 지방질의 백색 피막에 있다고 한다. 마이엘린이 많을수록 뉴런이 전기신호를 빨리 전달하고 그 기능이 잘 발달하게 되는 것. 이러한 마이엘린의 발달은 각 부위마다 약간씩 다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그리고 시각, 언어, 청각 영역이 하나로 합쳐지는 '각회'는 5살 정도부터 발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교수는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글을 깨우쳐주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물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침 씸씸이도 요즘 부쩍 한글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서 천천히 가르치고 있는 중인데 솔깃한 정보였다.



우리 뇌에는 언어를 관장하는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커 영역이라는 두 가지 영역이 있다. 그리고 이 두 영역을 균형 있게 발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책 읽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므로 아이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균형 있는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는 최고의 방법.


그래서 초보 독서가가 많은 시간을 들여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반해 숙련된 독서가는 보다 쉽고 빠르게 추론해낼 수 있다. 즉, 다년간의 독서와 작문하는 습관은 숙련된 독서가가 되게 하여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학습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우리 부부도 일찍부터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씸씸이에게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다. 보통은 모던한 디자인의 TV가 걸려 있어야 할 자리에 우리 집 거실에는 자그마한 책장만이 놓여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씸씸이가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를 가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기본적인 읽기, 듣기, 말하기를 통해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모로서 도울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주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인 우리에게는 이 마저도 쉽지 않다. 퇴근 후 저녁에 잠에서 깨어있는 씸씸이를 만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혹여 운이 좋아 깨어있더라도 잠시를 가만히 있지 않는 여섯 살 개구쟁이를 깨끗이 샤워시키고 온몸에 로션 발라주고 나면 하루치 기운을 모두 쓰고 난 몸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도 견뎌낸 정신력의 아빠로서 책을 읽어주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 부부가 꿈꾸는 독서 육아와는 거리가 먼 그것이 되어버린다.


맞벌이 부모에게는 이 세상 모든 육아법이 욕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느 정도는 포기하면서 살고 있다.(씸씸이 동생을 포기한 이유도 그 포기한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 만큼은 우리 아이에게 해주고 싶어 맞벌이 부모인 우리는 오늘도 화이팅을 외쳐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8. 아빠도 엄마처럼... 뒷이야기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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