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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중독: 대중과 락의 새로운 결합

그냥 J-pop

by 주토피아 Jan 15. 2025

2024년 유튜브 한국에서 가장 인기곡으로 선정된 노래는 'QWER - 고민중독'이라고 한다. 스트리밍 수는 무려 약 1억 회로 이 결과는 우리나라 문화계에 "왜?"라는 물음을 띄우기 충분했다. 뉴진스, 에스파, (여자)아이들 등 쟁쟁한 걸그룹을 비롯해 로제는 브루노마스와 신드롬을 일으킨 'APT.'까지 제쳤으니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국내 문화계와 언론은 '팬덤 문화', '쇼츠(Short)'를 이유로 꼽으며 설명하더란다. 밴드 QWER 멤버들은 BJ 출신들로 이미 개개인이 팬을 보유하고 있었고, 프로듀싱을 맡은 유튜버 김계란도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만큼 팬덤의 힘과 쇼츠 제작에 능한 아티스트가 있을까? 음악이 미디어로 확장되는 현시점을 가장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 저 2가지로 QWER의 '고민중독'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아이돌과 팬덤은 BJ 보다 오랜 역사를 지녔고, 쇼츠 또한 소속사의 마케팅으로 BJ나 유튜버 못지않게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홍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QWER이 성공했을까?


출처: QWER 2024 MAMA AWARDS


필자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만남이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관통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은 음악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기 때문이다. 전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멜로디로, 목소리로 전하는 것이야 말로 음악을 하는 원초적인 이유다. 필자는 QWER이 하고 싶은 것은 대중과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음악과 락의 결합, 한국 대중과 일본 대중문화와의 결합, 게임과 대중음악의 결합 등 QWER은 락이라는 장르를 대중이 있는 곳이면 결합을 계속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락이 대중음악으로써 큰 주목을 받아오지 못했다. 국내와 해외에서 보여주는 K-POP의 인기가 증명하듯 아이돌을 기반으로 한 팝이 대중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에 따라 1~4세대 그룹아이돌의 활동과 시대를 풍미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은 팝을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락은 어떠한가? 대중이 아는 밴드는 지금과 10년 전, 20년 전이 대게 비슷하다. 락 페스티벌에서도 같은 밴드들만 출연하는 재방송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010년대 쇼미더머니가 보여준 힙합의 인기는 안 멋진 뒷모습을 보이며 퇴장했을지라도 대중과 팝에 선명한 자취를 남겼다. 쇼미더머니는 대중도 누구나 힙합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입구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더 나아가 대중들이 많이 구매하는 식음료 및 제품과의 콜라보, 광고까지 영역을 넓혀나갔다. 힙합이 전통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과 결합한 결과다.


필자는 QWER이 이러한 대중과의 결합을 하고 싶었기에 성공했다고 본다. 대중이 생각하는 '락 밴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게 마이너한 느낌일 것이다. 홍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독특한 차림새, 대중이 좋아하는 유행보다 자신만의 스타일 등 말이다. (물론 최근에는 DAY6, LUCY 등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밴드도 많아졌다.) 그러나 QWER은 대중들이 선호하는 걸그룹 못지않은 외모와 스타일을 선보인다. 외모로 차별을 일으켜서는 안 되지만 외모를 무기로 삼지 말라는 법도 없기에 타 밴드와 다른 점이자 결합의 요소로 삼았다.


또한 QWER은 개인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음악에 관심 있는 대중 그 너머의 대중에게까지 찾아갔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락은 이미 락을 좋아하는 대중에게만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마니아들은 열광할 수 있어도 대중은 향유할 수 없다. 초기 QWER은 멤버들 대부분이 전문 음악인이 아니었으므로 음악성과 실력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음악이 어떤지를 떠나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냈기에 대중과 결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출처: QWER 고민중독 MV 中


QWER의 노래는 애니메이션 오프닝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노래는 유명한 J-pop 아티스트들이 제작하며 밴드도 다수 참여한다. 다시 말해서 락 음악이 애니메이션 노래 스타일이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밴드음악이 일본 노래스러우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고 시도해도 무방하다. 즉 QWER이 시도한 락의 애니메이션 노래, 일본 노래와의 결합은 하고 싶은 것의 결과물이자 성공 요소다. 애니메이션 노래가 주는 밝고 희망적인 느낌은 청자 수용성을 높이는 요소다. 또한 서정적이고 쉬운 노래가 많아 대중은 금방 받아들인다.


최근 K-POP이 선보이는 노래들과 비교해 보자. 가사가 있어야 알아들을 수 있거나, 수많은 의미를 품고 있어서 해석과 생각을 필요로 하거나, 대중성보다 개성을 강조하는 곡이 주류다. 따라서 2024년은 어느 때보다 어렸을 적 애니메이션 노래처럼 좋은 노래를 듣고 같이 신나게 부를 수 있는 곡을 듣고 싶다는 대중의 추억이 강하게 자극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면 '해야 하는 것'은 없어도 괜찮을까? 해야 하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일종의 고삐다. 나만 하고 싶은 것은 나만 좋아하는 것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즉, 대중이 해달라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해낸 것이 QWER이라고 볼 수 있다.


'뉴트로', 지난 10년 간 대중이 강하게 수요를 높이는 '해달라는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시작한 이 열풍은 각종 식음료와 제품을 넘어 팝업스토어까지 식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80년대부터 90년대, 많게는 00년대까지 과거의 추억을 지닌 어린이에서 대중을 담당하는 주축이 되었다. 대중의 패션을 비롯해 K-POP 뮤직비디오 스타일까지 과거의 향수를 다양하게 자극하는 등 뉴트로는 대세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


특히 최근 팝업스토어와 전시회는 과거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열리고 잇따라 매진되며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대중이 원하는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과 그 스타일의 노래를 QWER은 하나의 뉴트로 공급자로서 해내줬다. 물론 프로듀서 김계란이 이러한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했기에 가능했겠지만 QWER은 수요에 부흥하기만 한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다.


출처: https://pixabay.com/ko/illustrations/%EA%B8%B0%ED%83%80-%EB%AC%B8%EC%9E%90%EC%97%B4-%EC%95%


QWER은 현재진행형으로 성장하는 밴드다. QWER이 활동 초기에 락 페스티벌에 등장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와 비판이 많았다. 페스티벌에 나오기에는 실력이 낮고, 인기만 내세운 밴드라는 이유였다. 또한 일각에서는 QWER의 성공이 팬덤과 마케팅의 결과일 뿐, 음악성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초기 단계에 국한된 평가일 수 있으며, 실제로 QWER은 꾸준히 실력을 개선해 대중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만약 대중의 비판적인 선입견이 바뀌지 않았다면, QWER은 대중의 관심을 단순히 소비하고 사라지는 '밈 밴드'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도 미숙하거나 부족한 모습은 남아있다. 그러나 대중이 해달라는 것을 해냈기에 더 큰 인기로 보답받았으리라.


현대 음악은 단순히 '들을 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세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공감과 소통을 추구한다. QWER은 일본 대중문화와의 융합을 크게 활용했을지라도 대중의 공감을 이뤄낸 결과다. 고민중독으로 이끌어낸 대중이 잊고 있던 감성과 추억을 그리고 특히 기존 음악계, 문화계가 공급해주지 못했던 그 수요를 관통했다고 본다. 그 어느 때 보다 고민이 많은 지금을 살아가는 대중에게는 고민중독이 단순한 들을 거리가 아니라 가슴을 뛰게 하는 락으로써 느껴졌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QWER의 드러머 쵸단은 첫 공연 후 '우리가 준비한 음악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을 때 진정한 밴드가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 한 마디는 그들의 음악이 왜 대중과 결합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이제 신예 밴드의 티를 벗어나는 QWER이 해야하는 것은 앞으로도 더 많을 것이다. 정규앨범 발표, 단독 콘서트 진행(1월 예정) 등 본격적인 밴드로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일본 대중문화와 게임 분야에 치중된 결합은 편향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과 락의 경계를 더욱 허물어 나간다면, K-pop이 아닌 K-rock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해야하는 것은 많지만 하고싶은 것으로 극복해 나가는 QWER이기에 2025년에도 더 성장하는 밴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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