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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모먼트 Mar 03. 2019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저 수많은 선택만 있을 뿐

사람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사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건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진정으로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나는 내 인생에 정답을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진로에 대해 고민했고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하고 살면 내가 제일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했을 때 "그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 길로 부모님께 말씀드려 학원을 다녔고 미대 입시를 시작했다.

남들은 입시 그림이 재미없고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입시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엄청 재미있었다. 힘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입시미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디폴트는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미대로 진학하고 전공을 배우면서도 그림의 길이 나에게 맞는지 의심해본 적은 없다. 대학 2~3학년 때 그림에 지독하게 슬럼프가 와서 방황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도 "그림이 싫다"가 아닌 "뭘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였다.

그리고 뭘 그려야 할지 찾아냈을 땐 다시 자연스럽게 그림 앞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림으로 돈 벌어먹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내 인생의 정답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사는 삶이었다. 내가 그림을 어마어마하게 잘 그린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의 나침판은 그림으로 향해있었다.

그렇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바로 일러스트레이터로 뛰어들기에는 무서웠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 뛰어들자고 생각했고 디자인 회사에 취업했다. 취업을 하고 3개월쯤 지났을까. 디자인은 생각보다 할만했고 직장이 주는 안정감은 대단했다. 회사에서 주는 일을 하고 월급날이 되면 꼬박꼬박 돈을 받는다. 상사와 클라이언트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이렇게 계속 일을 하고 경력을 쌓다가 이직을 하고 연봉이 오르고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됐을 때는 그 안정감을 놓치기 싫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안정적이게 될 때까지 회사를 다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들어왔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이 일에서 오는 안정감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나중에는 절대 그림 그리는 삶에 도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안정감을 포기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퇴사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퇴사했다. 정말 그림을 내 삶의 정답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써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수개월. 가끔 불안하고 초조하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여행도 다니고 그림도 마음껏 그렸다. 그런데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 순간 무료해지고 지루해졌다. 그림을 그리는 자체가 싫진 않았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그때쯤 여행 포토북을 만들려고 했던 게 떠올랐고 오랜만에 인디자인을 켜고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포토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저냥 할만하다고만 생각했던 디자인이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림과 맞먹을 만큼.. 그때 깨달았다. 나는 그림을 인생의 정답으로 생각하고 쭉 걸어온 거라는 걸.


나는 인생에 정답을 그림으로 정해두고 이건 해야 하는 일이고 재밌어야 하는 일이고 도전해봐야 하는 일이라고 무의식 적으로 의무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직업으로 삼았던 디자인을 그냥저냥 할만하지만 나와 안 맞는 일, 혹은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만약에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림에 도전하지 않게 될까 봐 그럼 안되니까(그림이 정답이니까) 그저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과 목표만 바라보고 사는 삶은 다르다. 나는 지금까지 목표만 바라보고 목표가 전부인 양 생각하고 살았다. 그 차이점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그림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물론 내가 계획한 대로의 도전은 계속하겠지만 그림은 더 이상 내 인생에 정답이 아니다. 그림 그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그럼에도 그림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만약 미래에 그림을 손에서 놓게 된 다고 해도 내 인생은 틀리지 않았다. 

내 삶에는 하나가 아닌 다양한 많은 길이 있을 거고 그걸 '그림이 내 전부다'라는 생각에 갇혀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지 않기로 했다. 좀 더 유연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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