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외국에 나올 때부터 영어면접이라던가, 이력서를 따로 준비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구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 이력서부터 작성해야만 했습니다.
기존에는 생존과 여행을 위한 영어를 구사했다면, 이제는 인터뷰와 직장생활을 위한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당연히 있었고요.
제 영어실력은 하찮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해본 적도 없고,
대학 교양수업 이후 영어로 말해본 적은 여행 갔을 때 정도인 것 같습니다.
식당에 예약하려고 하는 전화조차 무서워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정도였어요.
한국에서 외국계 취업 혹은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보다 준비는 더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제가 가진 장점은 그냥 싱가포르에 지금 거주하고 있다 그 하나뿐이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relocation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백수가 되었던 날
외국에서 백수가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자'입니다.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꼭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괜한 방법을 시도하다가 추방당하게 되면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도 있거든요.
두 번째는 '생활비'입니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숨만 쉬며 살아도 월세가 나갑니다. 제 월세는 백만 원이 좀 넘습니다. 거기다 먹고살아야 하니 슈퍼에서 간단히 장만 보고 살아도 못해도 150만 원은 쓰게 되고, 뜻하지 않게 다치거나, 바깥 약속을 줄이지 않으면 200만 원은 그냥 넘어갑니다.
처음에는 쓰는 돈을 줄이고자 집에만 있었습니다. 외향형인 저는 집에 있으니 가뜩이나 백수라서 우울한데 너무 우울해지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돈을 더 쓰더라도 밖을 나가자! 고 생각하고 최대한 밥은 집에서 먹고 나가서는 최대한 적게 쓰는 생활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세 번째는 '불안함'입니다.
사실 세 번째가 아니라 영 번째 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과연 무슨 삶을 살고 싶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한국에 가도 취업은 할 수 있을 텐데. 근데 지금 한국에 갔을 때 '패배'했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까. 굳이 '패배'까진 아니더라도 뭐라도 하나 건져가야 하지 않을까? 괜한 공백기만 늘어나는 거 아닐까? 돈만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의 걱정이 꼬리를 물고, 저처럼 확고한 목표가 없는 분들이 시라면 그 걱정이 뱅뱅 돌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종합적으로 저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웠습니다.
1. 8월 안까지 도전하기, 8월까지 답이 안 나온다면 한국에 가기
2. 그때까지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으로 지내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니 '학생 비자'를 신청
3. 정 안되면 영어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 영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