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최애를 만든다

by 콩딘



친구들과 밴드를 (일단) 결성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밴드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큰 공연장도 좋지만, 이번엔 밴드맨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밴드를 찾아봤다. 마침 곧 공연을 하는 밴드가 있었고, 미리 음악을 들어보니 꽤 취향에 맞았다. 그렇게 공연 예매를 해두고, 첫 인디밴드 콘서트에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밴드 멤버 중 한 명의 논란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웬만한 논란이었으면 예매한 게 아까워서라도 일단 갔을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논란이라 바로 표를 취소했다. 밴드 내에서도 엄중하게 받아들였는지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논란의 멤버의 사과와 함께 탈퇴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금방 게시했다.


있던 공연이 (내 일정에서) 없어지니까 어쩐지 솜사탕을 물에 씻은 너구리처럼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사라진 공연으로 생긴 헛헛함은 새로운 공연으로 채워야 하는 법! 이렇게 된 거 어떤 밴드 공연이든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각종 티켓 사이트에서 공연 임박순으로 볼만한 공연이 있나 뒤지다가(뒤져보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썸 스테이지(Awesome Stage)? 근데 출연진이 엔플라잉(N.Flying)이라고?


사실 엔플라잉 노래 중에 제대로 아는 곡이라고는 「옥탑방」과 친구 페페가 추천해 준 「만년설」. 딱 두 곡뿐이었지만, 그중에 「만년설」이 꽤 취향이었어서 이 기회에 라이브로 한 번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로 티켓을 예매했다. 공연이 바로 다음 주라 2층 밖에 안 남아있었는데, 플레이브 취켓팅 경험이 있던 때라 예매 사이트를 가끔 들락날락하다 공연 전날 1층의 꽤 좋은 자리로 이사를 가게 됐다. 무려 돌출 무대 바로 옆 복도 2열! 한껏 좋아진 자리 덕분에 기대감이 오른 채로 공연 날 오후 4시, 아직은 더운 한여름의 낮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 2시간 전쯤 미리 가서 현장에서 표를 받고, 날이 너무 더워서 바로 근처 카페로 피신했다. 엔플라잉이 생각보다 곡이 많아서 복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콘서트장에 왔지만, 다행히 남은 시간 동안 막간 엔플라잉 대표곡 벼락치기를 할 수 있었다. 슬렁슬렁 벼락치기를 하고 더위를 식히다, 아직 엔피아(엔플라잉 팬클럽)은 아니어도 공연 볼 때 손이 심심하고 싶지 않아서 티켓 예매하자마자 부랴부랴 산 엔플라잉 응원봉만 덜렁 들고 공연 20분 전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갔다. 전부터 크게 관심을 가지던 밴드는 아니었지만 공연장 특유의 분위기 덕분인지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레기 시작했다. 엔플라잉을 기다리며 응원봉에 불을 밝히고 가만히 기다리던 시간. 그 시간은 아주 짧았고, 곧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새도, 발을 땅에 붙일 새도 없는 2시간을 보내게 됐다.


엔플라잉 노래를 집중해서 들은 지 겨우 일주일 차, 셋리스트 중에 모르는 노래가 태반이었지만 상상보다 더 잘 즐기고 와서 신기한 공연이었다. 이게 밴드의 힘인걸까? MR이 아니라 라이브로 들리는 힘 있는 악기 소리에 짱짱한 보컬. 목석도 뛰게 만드는 신나는 리듬에 처음 온 사람도 바로 따라 부를 수 있게 무대 위로 띄워준 가사까지. 무대 위에 서 있는 밴드맨들 뿐 아니라, 관객 모두가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익숙하지 않은 곡 투성이였는데도, 관객을 “엔피아 분들, 그리고 예비 엔피아 분들!”이라고 부르며, 우리 무대에 진심이라고, 엔피아 되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자신 있게 이야기한 엔플라잉의 승협의 말처럼 콘서트에서 나오자마자 엔플라잉의 팬이 되어버렸다. 무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땀 흘려 부른 노래를 듣고 어떻게 팬이 되지 않을 수가!


여행을 하다 길 잃은 골목에서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은 우연이 주는 선물을 좋아한다. 기대 없이 들어간 공연에서 우연히 최애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있을까? 최애는 기다리는 게 아니다. 벼락같이 온다. 일상에서 몰래 숨죽이고 있다가 어느 우연이 맞붙는 순간에.





공연장 가는 길에 엔피아 분께 받은 부채와 쿨링 패치


들어갈 땐 머글이었지만 나올 땐 엔피아가 됨









엔플라잉 - 뫼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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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돌아가겠지만 내겐 가장 빛나는

너를 계속 따라갈 뿐이야

떨어지는 별에 내 맘 가득 싣고

멈춰 버린 네 시간에 닿길 빌어

나의 세상을 네게 줄게, 오직 너 하나 만이

나를 기억하게 할 뿐이야, 너와 함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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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벅찬 가사와 멜로디의 노래 정말 언제까지 좋아할까?

아마 평생?





https://youtu.be/LbV1-kUwzKs?si=S4cfG6w1MXSivqCC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