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베이스가 할 말 있대

by 콩딘



기타냐, 베이스냐. 친구 뚜비는 고민 끝에 기타를 골랐고, 나는 자동으로 베이스를 맡게 됐다. 기타 2, 베이스 1, 드럼 1의 밴드라면 75퍼센트의 확률로 전에 배워본 기타나 드럼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25퍼센트의 확률로 한 번도 안 해본 베이스가 당첨되다니. 내가…베이스? 가장 생각지 못했던 악기라 처음엔 살짝 놀랐지만,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나중에 밴드 곡을 써보는 게 또 하나의 꿈이었기 때문에 밴드에 사용되는 모든 악기를 배워볼 심산이었으니까!


성공적으로 밴드 포지션을 정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바로 밴드 학원을 찾아봤다. 눈에 들어오는 곳은 두 군데 정도였다.


A 학원 : 집이랑 가까움. 베이스 대여 가능. 레슨비 비쌈.

B 학원 : 집이랑 멂. 베이스 대여 불가. 레슨비 저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선생님과의 상성이어서 몇 번 발품 팔 걸 각오하고 신중하게 골라보자고 다짐하며 집에 도착해서 두 곳 다 상담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상담을 기다리며 아주 섣부른 소비를 했다.


다행히(?) 악기를 산 건 아니고, ‘Guys, the bass has got something to say(얘들아 베이스가 할 말 있대)’라고 적힌 티셔츠를 (색깔 별로 하나씩) 두 장 샀다. 내가 곧 베이스를 배울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알고리즘이 나를 이 티셔츠 앞으로 인도했고, 보자마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베이스 배우러 갈 때 입으면 딱인걸? 알맞은 복장을 갖추면 흥미가 올라가는 취미도 있는데, 이 경우가 딱 그랬다. 베이스에 관련된 티셔츠를 샀을 뿐인데, 벌써 온 마음으로 베이스를 환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베이스를 배우게 될 첫 날을 기다렸고, 드디어 A학원 상담일이 다가왔다. 베이스 티셔츠는 아직 안 와서 못 입고 갔지만(물론 상담 날부터 입을 생각은 없었다), 이미 베이스를 배울 마음으로 상담을 갔기 때문에 첫 상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질문에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베이스는 왜 배우려고 하시는 건가요?”

“친구들이랑 나중에 밴드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베이스를 맡게 돼서요!”


여기서 내가 선생님께 기대한 반응은 “아, 그렇군요.” 정도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상상초월한 말을 하셨다.


“혹시 가위바위보 졌어요?”


전혀 예상도 못 한 말이라 황당하면서도 웃겨서 박장대소를 하며 아니라고, 아니라고 거듭 부정하면서 넘어갔는데, 베이스 선생님한테까지 이런 말을 들으니 “얘들아 베이스가 할 말 있대”가 괜히 나온 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전보다 베이스의 인기가 많이 늘었지만 예전엔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베이스를 맡았다고 덧붙이는 선생님의 말에 베이스라는 악기가 더 궁금해졌다. 내가 연주하게 될 베이스는 과묵할까, 수다쟁이일까. 베이스를 배우다 보면 “베이스가 소리가 나는 악기는 맞죠?”라는 질문들 듣고 긁히는 베이시스트로서의 자아를 가지게 될까? 어쩌면 저 말을 하는 사람들처럼 나도 그동안 베이스의 소리를 잘 모르고 살았을 수 있다. 이제 막 귓가와 손끝에 와닿기 시작한 베이스는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 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A학원을 등록하고 나왔다. 언젠가 이렇게 당당히 말하는 날도 오겠지.


자, 자 얘들아, 집중! 베이스가 할 말 있대!


“안녕하세요, 베이스 치는 콩딘입니다.”

(가위바위보 진 건 아니고요.)

“베이스도 소리 납니다.”





(베이스가 할 말 있대 티셔츠 : 연습복으로 잘 입고 다고 있다)







데이식스 - 망겜


베이스 갈망곡 1순위!

처음부터 달리는 베이스 라인에

마음을 사로잡혀 버렸어요.

누가 베이스 소리 안 들린대?!




https://youtu.be/mqxDy2_GVLU?si=lwXa-Pw_neCNRC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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