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퇴직 후 2편
막내 생활 시작/ 내가 얻어 가야 하는 것을 생각하기(목표의식)
이전 글의 내용처럼 주방 일을 시작하는 직원이라면 20대 중반 정도가 보통이다. 다수가 전문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시작한다. 호텔이나 유명한 대형 업장의 경우 관련 학과 출신을 선호하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프랜차이즈나 개인업장은 전공을 따지지 않았다.
사기업도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으로 나뉘듯 식당도 호텔부터 유명 업장, 동네 개인업장까지 다양하다.
입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조건이 존재한다.
입사하고 싶은 식당이 있어도 30살이 넘어 시작하는 막내 직원이었기에 나이 제한이 있지 않을까 늘 걱정이었다.
입사해도 나이 어린 선배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린 선배님들도 사장님들도 모두 불편했겠지만, 일손이 부족했기에 모두가 감수하고 즐겁게 일하려 했다.
즐겁게 일하며 일을 잘 배우기 위해선 당연히 어린 선배님들과 잘 어울려야 했다.
존댓말은 기본이고 업무시간에도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막내로서 당연한 태도로 일하고) 일이 끝나면 어울리려 PC방도 따라다니고 호프집이나 편의점에서 맥주도 자주 마셨다.
월급은 그들 중 가장 적었지만, 형이기도 했고 배우는 입장이라 열심히 대접했다.
동생들도 날 존중해 주려 노력하고 업무 중 실수에도 감정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수정해야 할 부분을 잘 알려주려 노력했다. 나이 어린 상사와 일한다면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맞닥뜨린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었기에 업무 외적으로도 관계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다행히 좋은 선배님들을 잘 만나 즐겁게 배우며 일할 수 있었다.
왕초보에서 초보로 넘어가는 단계를 지나가다 보니 정체되어 있는 선배들이 있었다.
20대 중반에 시작한 그들에게 이곳은 직장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직장이자 배움터였다. 그건 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나는 직장에서 얻는 '급여'보다는 '경험'과 '기술' 그리고 '인맥'에 관심이 많았다.
경험과 기술에 관심 많은 선배들도 많았지만 다수는 아니었다.
내가 회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할 때처럼 시간과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향상될 무언가를 기다렸다.
그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늦깎이 막내에게는 당연하면 안 되었다.
몇 군데 식당을 거치면서 많은 경험을 하려 노력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 막연한 목표만 갖고 방황하거나 나태해지는 일도 많았다.
절실함이 있었는데 절실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날 깨우쳐준 선배와 사장님들이 있었다.
그리고 칭찬과 격려로 응원해 주었다. 마음속에 존재했던 절심함이 목표의식으로 바뀌었다.
내가 얻어 가야 하는 것만 생각하게 되었다.
창업 후 식당이 안정되고 오랜만에 연락한 선배에게 들은 한 마디가 참 힘이 되었다.
"형은 목표의식이 있었잖아요, 잘 되실 줄 알았어요"
고된 시간에 대한 나름의 보상인 것 같았다.
그 시절 선배님들과 사장님들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늦은 시작에 짧은 경력인 만큼 깊이는 얕았다. 다만 관심과 절실함은 깊었다. 늦게나마 목표의식을 갖게 되었다.
늦게 요리의 길로 들어오는 직장인분들께 꼭 들려드렸으면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창업을 했다.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것은 의미가 아주 컸다.
요리를 배우지 않고 프랜차이즈를 통해 식당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늦게나마 요리를 배웠다.
요리사로 직장 생활을 하며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리스크를 안고 식당을 창업했다.
지금의 내 요리 실력과 식당 운영 능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늘 노력하고 있다.
배움은 끝났지만 공부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