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일 출근을 해야 하지만 급하게 이렇게 기록을 남깁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시작은 바비큐 파티를 하는 평온한 가정의 모습이 나옵니다.
단독 주택을 가진 것을 보면 평범한 가정보다는 부유한 가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가니 아이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악기를 하는 것은 그것도 클래식을 한다면 고급 취미이며 가정 배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분야를 직업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지식에 근거로 본다면 주인공의 가정 배경은 중산층이면서 때로는 의사와 같은 상류층들과도(개인 병원이 있음) 어울릴 수 있는 위치임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결말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일에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부인은 교양이 있지만 아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슴의 브래지어를 벗어 성적 매력을 발산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 장소 이외에서는 고상하게 행동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는 점입니다. 이런 행동에 대하여 처음부터 상류층이었다면 그런 행동을 할 때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살인은 총 3회 이뤄집니다. 그 단계별로 갈수록 양심은 사라집니다. 오발탄이란 작품에서 주인공이 '가자'를 외치며 어금니를 뽑고 죽었다면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이 가족이 가려는 곳은 타인을 죽여서라도 안락한 가족을 위한 부유한 환경을 위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분명히 인식하기에 가족 구성원인 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어머니는 살인현장을 봐도 모른 척하고 거짓말을 하며 아들은 알고 있음에도 속아 넘어가며 자신의 마음의 평안을 찾습니다.
이렇게 점차 갈 곳이 가까워지자 아버지의 양심(어금니)은 뽑아내고 마지막 살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마지막 살인은 이전 살인과 다릅니다. 첫 번째 살인은 상해는 입혔지만 결국 죽인 것은 타인의 손을 빌렸습니다.
두 번째 살인은 자신의 손을 거쳤지만 죽이려는 의지와 양심 사이 갈등으로 고민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와 비교해 마지막 살인에서는 토한 것으로 보이도록 계획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양심(어금니)을 뽑아 버리고 난 후에는 이전과 달리 계획까지 지닌 채 살인을 한 것입니다.
장치로는 딸이 그 장치인 듯합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순수하게 음악을 합니다. 그것이 순수한 이유는 가정이 어렵든 아니든 상관없이 자신의 것만 합니다. 순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음악을 가족들에게 들려주지 않고 타인에게만 들려주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부끄러워서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특정한 음악 하나만을 들려줍니다. 그 음악은 가족 구성원을 떠올리는 가장 자신다운 어렵지 않은 수준의 연주곡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세 번째 살인을 끝내고 보냈던 두 마리의 개를 데려오고 어머니가 시체를 보고도 돼지라고 하고 아들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믿는 것을 통해서 가족들에게만 들려주던 연주곡이 아니라 타인에게 들려주던 연주곡을 들려줍니다. 이는 어쩌면 암묵적으로 순수했던 막내마저 가족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동조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타인과 같이 변해버렸다는 막내의 인식의 반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해외에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것과 오발탄을 떠올리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너무나도 자주 들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또한 최근 저작권 연수를 들었을 때,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제한하는 이유가 인간은 홀로 있을 수 없으며 모든 작품은 맥락 속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란 말도 떠올랐습니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작품을 창작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 개인적 입장으로는 오발탄이란 소설을 현대에 맞게 바꾸고 그 결말을 새롭게 작성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수능을 위해서 봤던 오발탄이 이렇게 감각적으로 다가오고 마음을 움직여 기록을 하게 만듦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매체에 따른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별 생각이 없이 본 영화에서 이렇게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오늘 밤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할 듯합니다.
- 의도적으로 퇴고를 하지 않습니다. 거친 글이지만 대신 진솔한 생각이 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