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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오 Nov 07. 2022

돌싱의 소개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이혼 후 소개팅에 임하는 자세, 2편


 이혼과 동시에 가장 먼저 화끈하게 저지른 일이라면 그간 내 안에 꿈꿔온 현실 드림카를 구매한 것이었다.

(이 와중에 현실과 타협한 드림카라니. 그것은 드림이 아니여...)



그날, 그 역사적인 소개팅 날에도 어김없이 나는 나의 드림카와 함께였고 소개팅남에 사전에 요청하기를,

"내가 그쪽 동네로 갈 테니 주차 가능한 카페로 정해서 알려주세요."

그렇게 신나게 차 트렁크에 설렘을 가득 싣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개팅남에게 연락이 왔다.

"카페에 사람이 가득 차서 앉을자리가 없네요. 다른 데로 옮겨야 할 것 같은데 저도 이 동네로 이사온지 얼마 안 돼서 딱히 아는 데가 없..."


이런...


계획에 없던 상황이 벌어졌지만 거진 다 도착을 한 터라 허둥댈 겨를 없이 일단 내 차로 함께 이동하며 다음 장소를 물색하기로 하고 예정대로 첫 번째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카페 앞에서 날 기다리던 소개팅남을 서둘러 조수석에 태우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한 채로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적당한 곳을 찾다가 결국 들어가게 된 곳은 동네빵집.

마땅히 차 한 대 주차할 곳 없는 골목 어귀의 작은 빵집이었던 터라 저기 어디 구석진 곳에 차를 겨우 주차하고 나서야 정식으로 우리 둘은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이제야 얼굴을 보내요 반갑습니다. 뻘쭘;;






자고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개팅을 통한 첫 만남이란,

어디 저기 누구나 알만한 시내 한복판의 유명 카페 또는 식당에서 젊잖게 만나 첫인사를 나누고 적당히 시간을 보낸 후 시간이 다소 늦었거나 또는 매너 차원에서 남자가 여자를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던가. 내 경험에 의한 빅데이터와 대중들이 흔히 즐겨보는 드라마에서는 최소한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런데 우리의 만남은,

여자가 남자 사는 곳까지 굳이 차를 끌고 가서는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일단 차에 남자를 태우고 난생처음 가보는 동네를 몇 바퀴 돌다 후미진 곳에 겨우 주차를 한 후 80년대 미팅 장소에나 나올법한 동네 빵집에 들어가 그 와중에 또 신중하게 고른 빵 여러 개를 마치 빵지 순례에 오른 사람처럼 참으로 맛있게 먹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한 그런 흔치 않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둘에게는 너무나 재미있는 일이었고 심지어는 편안한 마음 상태이며 그 어느 것 하나 트집 잡을 만한 것이 없었단 사실이다.


근처 사는 사람들끼리 만나니 굳이 먼 곳에 약속 장소를 잡을 이유가 없었고 운전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겸사겸사 차를 가지고 나간 것이며 그저 상황에 맞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빵집이라 그곳에 가게 됐을 뿐.

남이 정해놓은 형식이나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니 따라서 해야 하는 것은 마치 내게 맞지 않은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필요한 낭비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였다.


효율을 중시하고 더 잘하는 사람이 그 일을 맡아하면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였으며 그와 나는 그렇게 참 닮아있었다.






우리의 대화는 역시 경험 있는 연륜자들답게 탐색전이나 간 보기와 같은 소모전은 건너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째서 이혼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지금의 상태는 어떠하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와 같은.


불같은 사랑에 데이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지 않은가? 그보다는 좀 더 안전하게 그리고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암묵적인 합의였고 어쩌면 그것은 본능에 가까운 결심이 아닐까 싶다.



감정을 섞기  대화를 통해 관계의 지속 
가능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
돌싱의 소개팅에서  필요한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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