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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Aug 30. 2024

조기 은퇴는 신기루였을까

이제는 사라져 버린 단어, 파이어

상상만으로도 달콤하고 행복했다.

파이어, 조기 은퇴!


우리 부부는 각각 2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했고

양가 부모님이나 이모님의 도움 없이

오로지 둘만의 힘으로 아이의 육아를 해왔다.


성실히 검소하게 살아오면서 대출 끼어있는 집 한 채와

약간의 저축을 가지고 있으니

지방으로 이사를 하고 지금의 작은 소비를 유지하면서

몇 차례 투자에 성공하여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면..

그리고 조직에서 벗어나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소득을 메우면..


그러면 파이어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조금씩 희망을 가져보았다.


사진: Unsplash의Nick Fewings


언제까지상상만 할 수는 없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아이들이 더 커버리기 전에

막연한 "언젠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날짜에 그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했다.


이제보면 파이어는

사막에서 그토록 찾던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신기루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오아시스를 기대하며 꿈꾸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하지만 결과으로, 파이어는커녕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대출과 역전세로

지난 2년 간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이 후회되기만 다.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자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만 싶었다.


하지만 잠시라도 시간이 생기면

마음 속은 불안에 휩쓸려 어쩔 줄 몰랐다.

재정적으로 큰 위기를 겪었으며

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었고,

가족들을 마주 보면 면목이 없어 눈을 마주치기도 미안했다.


우리는 과연 이 현실을 언젠가 극복할 수 있을까?

기다리고 버티면 좋아지기는 할까?


사진: Unsplash의ian dooley


너무 바쁘게만 살아오면서

그 일상이 지치고 힘든 때가 많았다.

직장에서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서

조금이라도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계속해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월급을 받는다.

이제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동안 그렇게 힘들고, 싫고, 벗어나고 싶었던

회사에서의 삶이

또 그럭저럭 버틸 만은 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 마음이란..


아픈 날들이 있어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위기를 겪어야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큰 기적인지 깨닫는다.


잘 모르겠다.

사람은 어떤 불행이 닥치던지 6개월이면

원래의 행복도를 회복한다는데..


어쨌든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한다.



표지사진: UnsplashJoshua Suk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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