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100일의 기적이라고들 한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듣게 되고, 아직 경험해 본 적 없는 그날을 막연히 기다리게 되는 100일.
아기가 통잠이란 걸 자고, 육아가 조금 수월해지기 시작해 마치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그 100일!
나 역시 몇 번의 새벽수유와 아이의 끙끙거림으로 잠 못 들던 날들을 지나 100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부모가 된 우리는 행복하고 피곤하고 즐겁고 잠이 부족하고 자신이 있다가도 확신이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3개월의 육아휴직을 쓴 남편과 함께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했던 시간.
우리가 만든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감사하면서도 처음 겪어보는 이 시간들이 버겁기도 했다. 그래도 남편과 함께라 이 모든 날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자신의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무뚝뚝한 엄마가 될 줄 알았더니 자식에 대한 애착이 날이 갈수록 커져 매우 질척이는 엄마가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들과 우리 세 식구가 온전히 함께했던 그 순간들
'나오면 먹이고 아니면 말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모유수유도 벌써 목표했던 3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그냥 젖만 물리면 되는 줄 알았던 모유수유는 생각보다 험난한 과정이었고, 힘들면 분유로 넘어가라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젖을 찾아 먹는 아이를 내려다보는 기쁨과 아이에게 형성된 애착에 모유수유를 더 이어가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렇게 이어간 모유수유가 11개월이나 하게 될 줄 그땐 몰랐다.)
언제까지라는 기한 제한 없이 아쉽지 않을 만큼, 내가 힘들지 않다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싶었다.
그때 내려다보던 아이의 모습들... 눈에 잘 간직해 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면 벌써 까막 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아기 역시 100일을 맞이했다.
하나뿐인 백일 상차림을 해주고 싶어 시골집에서 공수해 온 소품에 근사한 꽃바구니를 올려 엄마표 백일상을 차렸다.
100일 동안 우리 부부에게 선물 같은 나날을 보내게 해 준 우리의 아가...
백일은 기적이다.
아니, 사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나날 모든 순간이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