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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Jan 14. 2024

그래도 최동훈 감독님 열심히 하시잖아

<외계+인 2부> 스포일러 없는 리뷰


세계가 무너지기 직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도사 무륵(류준열)과 이안(김태리)다. 이안은 드디어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신검을 되찾았다. 외계인 죄수를 쫓다 과거에 갇힌 이안. 이안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썬더(김우빈)를 찾아 다시 현대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 신검에 대해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인물이 있다. 무륵이다. 사실 무륵은 자기 몸 안에 어떤 존재가 있다는 걸 체감한다. 분명 요괴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무륵. 이 이상한 조짐은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도 알 수 있던 부분이었다. 무륵 안의 요괴를 확인하고 싶은 세 사람(무륵,흑설,청운). 이 세 사람은 신검으로 이(요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신검을 쫓는 인물은 두 명 더 있다. 메인 보스 자장(김의성)과 맹인 검객(진선규)도 무륵과 이안을 쫓고 있던 것이다. 과거는 과거대로, 현대는 현대대로 문제가 일어난다. 신검 따라 움직이던 인물들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발생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고, 이를 위해서라면 신검이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1390년의 고려와 2022년의 대한민국 사이를 움직이는 외계+인들. 어떤 인물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360억짜리 빌드업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먼저 쓰고 싶은 것은 이야기 전개다. 이 영화의 플롯은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바로 우리 모두가 아는 스릴러/케이퍼 무비 장인 최동훈의 외길인생이 본작에서도 느껴지는 것이다. 1편에서 실망한 관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이 2부에서는 우리가 알던 최동훈의 영화가 돌아왔다. 어떤 점에서? 이 영화 <외계+인 2부>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인물들이 질주하는 플롯을 취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최동훈의 영화처럼 말이다. 실제로 <도둑들>과 <암살>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바로 ‘보석을 훔치거’나 ‘친일파를 암살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서 우리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캐릭터들이다. <도둑들>의 펩시와 휘발유, 마카오박이나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이나 염석진 같은 캐릭터들은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인물들이 간단한 플롯을 휘발유처럼 불태우는 것이다. 영화가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덕에 최동훈의 필모그래피는 극의 울림보다 재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장르적인 쾌감을 맨 위에 두면서 각기 다른 인물들로 극의 개성까지 가져가는 것이다.


이 영화의 1부는 기존의 최동훈 필모그래피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듯했다. 이야기는 복잡했고, 인물들은 이 복잡한 설정을 설명하기 위해 소모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1부와는 다르게 2부는 설명해야 할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1부는 말 그대로 할 말이 많았다. 무륵 설명하고. 이안의 사정도 보여줘야 하고. 자장을 비롯한 빌런들의 악랄함도 묘사해야 하고. 썬더와 이안사이의 관계도 넣어야 하고. 가드와 썬더는 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이야기에 들어가지 않으면 2부에서 매가리가 빠진다. 그런데 단적으로 설명만 하면 안 된다. 2부에서 이 모든 인물들이 영화의 핵심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가 남아있으니 관객들이 캐릭터에게 정도 붙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동훈 감독은 여러 장르를 혼합시키는 것을 골랐다. 실제로 1부는 코미디, 액션, 스릴러, 호러, 로맨스, 가족, 판타지, SF, 슈퍼히어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전개했다. 하지만 영화의 이 선택은 패착으로 돌아왔다. 1부의 러닝타임 안에 등장인물에게 정을 붙이는 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다. 너무 많은 소재들이 정리가 안된 탓에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다. 이 두 문제는 치명적이다. 인물들에게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이에 대한 여파로 골랐던 여러 장르를 병치시키는 선택은 낡은 연결고리만 강조시키며 단점만 부각했다. 대표적으로 외계인의 능력을 묘사하기 위해 들어갔던 썬더의 대사들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 이 영화에 도사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여행은 안 그래도 복잡한 플롯을 더 꼬아버리는 악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과거 서사가 쭉 전개되다가 현대 이야기가 들어가면 썬더의 목소리톤에 질겁하며 이야기 몰입도가 깨진다. 최동훈 감독이 승부수로 던졌던 선택들이 반만 성공하고 반은 실패한 것이다.


본작 2부에서는 이런 단점들이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2부 초반부터 우륵이 왜 신검을 차지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1부를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안이 왜 절실하게 신검을 얻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가드와 이안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뺀질거리는 도사 듀오의 유머감각도 익숙해진다. 자장의 카리스마와 그의 속사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부가 2부의 전제조건들을 해결시키니 감독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상으로 현재/과거를 왔다 갔다 하는 플롯도 정돈이 됐다. 이야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순번을 부여해서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비교적) 정돈된 플롯을 보여준다. 어? 인물에게 정을 붙일 수 있고, 순서대로 착착착 이어지는 플롯?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매력을 보여주는 김태리, 류준열 배우? <도둑들>이다. 그리고 플롯을 전복시키는 것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최동훈식 케이퍼무비의 조건들을 이번엔 신선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최동훈의 시그니처에서 한 단계 진화된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영화의 엔딩과 관련된 부분인데, 이 거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에 이 엔딩은 두 작품을 요약하는 좋은 선택이었다. 상업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외계+인 2부>지만 최동훈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족쇄를 부수다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캐릭터였다. 바로 김태리 배우가 맡은 이안과 류준열 배우가 맡은 무륵이 그렇다. 사실 1부의 이안/무륵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전자 이안은 섬세한 힘이 부족하면서, 감정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다. 캐릭터를 긴 시간을 들여 설득시켜야 하는데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서사를 설득시키려 했던 욕심이 과했다. 글쓴이는 가드와의 관계에서도 그걸 느꼈고, 이안이 두 도사를 대하는 방식에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이라면 원래 착해’에 기대는 것이다. 사실 본작 2부에서도 이 단점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로맨스 영화로서 생뚱맞은 장면이 몇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실한 서사에도 김태리 배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한다. 감정적으로 화내고 슬퍼하는 장면에서 김태리 배우의 장기가 돋보여 이야기의 윤활유가 된다. 후반부는 사실상 김태리 배우가 이끈다고 볼 수 있는데, 템포를 바꾸는 영화에서 이 인물을 중심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은 김태리라는 배우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류준열 배우가 맡은 무륵은 전적으로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따랐기 때문에 아쉬웠다. ‘슬램덩크’의 정대만이 도술을 쓰면 무륵이 되는 느낌? 하지만 이 인물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서사가 있다. 바로 로맨스 / 성장서사다. 그리고 이 성장서사를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배우의 역량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류준열 배우는 이 두 가지를 쉽게 설득시킨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볼 수 있었던 내면 연기와 왠지 자연인 류준열에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코미디 연기를 자기 방식으로 십분 소화한다. 어떤 연기는 경우에 따라서 좀 오그라든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런 모습이야 말로 이야기의 엔딩과도 이어지며 2부의 서사를 다방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흑설과 청운 캐릭터다. 이 두 캐릭터는 1,2부에서 핵심 조연을 담당하며 시리즈의 웃음을 담당한다. 사실 글쓴이는 1부에서도 두 캐릭터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다만 두 배우가 연기를 정말 끝내주게 잘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2부에서도 여전히 재미없었다. 이번에는 이유를 댈 수 있을 만큼 재미없었다. 왜? 이 2부에서 흑설, 청운 캐릭터의 유머는 1부에서 우리가 봐왔던 이미지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어떤 장면에서는 이 부분을 위해 이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두 캐릭터 외에 2부의 핵심 조연이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이하늬, 진선규 배우의 캐릭터들인데 각기 인물들이 할당받은 분량이 이야기 전체와 호응하는지는 의문점이 있다. 굳이 필요했을까 싶은 장면이 몇 있다.


내가 최동훈이야


이 영화에서 낯선 느낌을 받았다고 하지 않으면 무조건 거짓말이다. 사실 이 기시감은 1부 개봉 당시 글쓴이가 봤던 감독의 인터뷰에서 가져온 것이다. 어떤 시리즈인지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들이다. 플롯에서 이 시리즈의 일부 장면, 심지어 1편의 플롯을 가져온 느낌이 있다. 그리고 어떤 소재에서는 이 시리즈의 등장인물들과 겹쳐 보이는 점이 있다. 이런 기시감이 든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동훈 감독은 이 시리즈에서 매혹됐던 일부 장면들을 갖고 오면서 몇 개는 버렸고 몇 개는 선택했다. 사실 이 취사선택을 고른 연출법으로도 이 ‘외계+인’ 시리즈에 대한 최동훈 감독의 야망이 느껴진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는 욕심이 보였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부에서 지적받았던 단점이 무엇일까? ‘난잡해요’ ‘대사들이 유치해요’ ‘과거와 현대파트가 호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등이 있다. 2부에서 이것들을 해결했다는 것은 ‘비교적’이라는 의미지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2부 자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영화가 1부와 다른 것들을 시도해야 하지만 전작에서 이야기했던 건 이어야 한다. 전자를 골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과도한 생략과 후자를 골랐기 때문에 느껴지는 ‘낯설게 하기’의 강박이 본작에서 둘 다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1부와 2부가 아예 별개의 영화처럼 느껴진 적도 있다. 또 2부에서 느껴졌던 묘한 인형놀이가 좌왕과 우왕의 서사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아쉬움은 이 영화의 기획의도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만약 이 ‘외계+인’ 시리즈가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 6부작 시리즈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짧은 기간 동안 긴 분량을 고르기보단 긴 기간 하에 여러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심지어 이렇게 드라마로 시작했으면 차기작도 만들 수 있다. 시퀄로 이안의 솔로 무비를, 프리퀄로 가드의 영화도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최동훈 감독이 정말 이 시리즈를 시도하고자 했던 이유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아마 투자자들이 많았나 보다


이 영화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을 수 있다. 워낙 1부가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자연스럽게 안 좋은 평가들이 따라오는 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글쓴이도 1부 리뷰 쓰고 '인터넷에는 재미없다는 말이 많다'식의 악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글쓴이는 이 영화, 그러니까 <외계+인 2부>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런 시도 치고는 완성도가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최동훈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중구난방으로 쏴대는 플롯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중구난방으로 쏴대기 때문에 이야기가 난잡하고 유치한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니까 많은 관객들이 이 두 영화의 호불호에 대해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 호평하는 사람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너 돈 받았니'같은 소리를 하는 것보다야 훨씬 생산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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