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나를 다시 그리게 했다
한 시절, 그저 보고 느끼는 데 몰두했던 때가 있었다.
공연장을 찾고, 미술관을 거닐고, 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좋았다”, “묘했다”,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그 정도의 말로 감정을 스쳐 보냈다.
기록하지 않았고, 곱씹지도 않았다.
그저 흘러가도 괜찮다고 여겼다.
하지만 오래도록 보다 보니, 달라졌다.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흐릿해지고,
왜 그토록 사로잡혔는지도 희미해졌다.
감각은 찰나이고, 기억은 다정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조용히 붙잡아보려 한다.
그때 무엇을 봤는지, 왜 좋았는지,
어디서 내 안이 반응했는지를.
어떤 장면이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말이 나를 멈춰 세웠는지를.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이
훗날의 나를 일으켜줄지도 모르기에.
이 연재는 단순한 감상의 수집이 아니다.
삶의 각도를 틀게 했던 어떤 장면들,
생각의 틀을 흔들어준 말들을
나만의 문맥으로 다시 바라보는 시도다.
일을 하며, 사람을 만나며,
선택 앞에 설 때마다
예술은 내 안의 지도를 조금씩 다시 그려왔다.
그러니 이 글들은
무의식처럼 스며들었던 질문들에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응답해 보려는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살아내고 있는 하루의 배경을
다시 한번 따뜻하게 조명해 보려는 기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