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빛 Nov 07. 2023

내 마음 농사


농부님이 땅 가꾸고, 씨앗 심고, 때에 맞게 솎아 주고, 김 매고, 열매 거두고, 밭 설거지하고, 씨앗 남기고, 겨우내 먹을 곡식을 손질하여 저장하는 것처럼 나도 내 마음 밭 농부 되어 농사 짓는다.


번잡한 생각들은 때마다 김 매준다. ‘또, 계속, 여전히’라는 부사는 알맞지 않다. 생명이기에, 때마다 부지런히 정리해 준다. 엉뚱한 열매가 맺었을 때, 당황하기 보다 언젠가 바람 따라 심겼음을 떠올려 본다. 무엇이든 심긴 게 나온 것이기에.


풍성한 열매 바라는 내 마음도 그저 바라본다. 열매가 맺히기 전까지는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고, 멈춰있는 것만 같다. 회의 속에도 여전히 싹 나고, 줄기는 튼튼해진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신비의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다.


한 씨앗이 싹 틔울 때까지 하늘, 땅, 해, 비, 거름, 벌레의 도움 필요하듯, 수많은 너로 인해 나는 싹 띄우고 줄기 세운다. 너의 생기 따라 나도 잎 넓히고, 하늘 향해 고개 든다. 언제나 한 걸음 앞서 든든하게 자라고 있는 너를 보니, 나도 나의 때에 맞게 잘 자라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된다.


이 감격과 고마운 마음을 알맞은 깊이의 고랑에 심어, 조심스럽게 흙 덮고 물 준다. 그리고 나의 때가 아닌 너의 때에 온전히 싹 틔우길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