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별을 향해 부르는 노래

<코다> 한 장면을 담으며

by 난주
루비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그러다 소리가 사라진다.
러닝타임 1시간 26분 10초에서 1시간 27분 10초까지 영화 속에는 정적이 흐른다.
고작 1분에 불과한 시간 동안 나는 가슴이 갑갑해진다. 얼른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가족들에게 정적은 일상이다.
하나뿐인 딸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아버지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훔치는 여자, 박자를 맞추며 눈을 빛내는 남자,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노부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아버지는 그제야 딸의 노래를 가슴으로 듣는다.

- 영화 《코다》 속 한 장면을 담으며


영화의 제목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인공 루비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녀는 그중에서도 OHCODA(Only Hearing CODA)에 해당된다. 부모님과 오빠가 모두 청각장애인이고 자신만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아이란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통역사 역할을 담당해 온 루비는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한다. 바다에서는 항해와 관련된 소통을 담당하고 뭍에서는 잡아온 생선 가격을 흥정하며, 집안의 생계를 함께 꾸려 간다.


그러나 마음에 두고 있던 남학생을 따라 우연히 합창부에 들어가게 되면서, 루비의 인생은 변화를 맞이한다. 음악 교사 버나르도는 숨겨져 있던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대학 진학을 목표로 그녀를 따로 가르친다. 선천적 재능과 남다른 감성을 가진 루비는 음악을 제대로 접하며 생전 가져보지 못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꿈이 무르익을수록 가족과의 사이는 삐걱거린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루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2021년 개봉한 영화 《코다》는 실제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참여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주연 배우 중 유일한 청인인 루비 역의 에밀리아 존스는 이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9개월 동안 수어를 익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루비의 가족은 진짜 가족처럼 끈끈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귀가 들리고 눈이 보이는 우리가 완벽한 정적과 흑막을 이해할 수 없듯이 장애인 또한 그럴 것이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는 루비의 가족처럼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부족한 점은 대화를 나누며 맞춰 나가는 것뿐이다.


《코다》 속 정적의 1분.

그것은 그 어떤 말보다도 청각장애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그 정적을 뚫고 내 마음을 두드린 건 결국 딸에 대한 눈물겨운 부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고 노래하는 딸의 울대를 찬찬히 만져보며, 아버지는 그녀의 꿈을 향해 길을 열어다.


장애 여부를 떠나 우리 모두는 각자의 별에 살고 있다.


서로의 별을 완벽히 이해할 순 없지만 완전히 떨어져서도 살아갈 수 없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마음은 들을 수 있었던 루비의 아버지처럼, 가족과의 이별이 두렵지만 꿈을 향해 용기를 내는 루비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의 곁을 지키며 함께 나아갈 것이다.




영화와 관련된 인상적인 인터뷰들이 씨네 21에 실려 있어 함께 공유해 봅니다.

https://cine21.com/news/view/?mag_id=98584

https://cine21.com/news/view/?mag_id=98585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생각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살짝 골라 보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gentlequill/22423721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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