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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Apr 20. 2024

웃으며 출근하길 바래

20년차 직장인이 들려주는 제대로 버티는 법

"네가 이렇게 오래 일할 줄은 몰랐어."


어린 시절부터 나를 알아 온 지인이 그런 말을 건넸을 때 기분이 묘했다. 무슨 의미로 말을 했는지 헤아려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너무 많이 변모한 나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의 나는 온실 안의 화초처럼 보드랍고 유약했다. 학업 성적이 좋고 품행이 단정해 주변 어른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았지만 개학 전날마다 배탈이 날 정도로 소심했고 세상 물정을 몰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지난 20년 간 쉼 없이 일해왔고 현재는 대기업에서 리더의 타이틀을 달고 일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조금은 유약해보이는 표피를 입고 있지만 내면에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획득해 낸 강인한 근성과 맷집을 보유하고 있다.


맑고 따뜻하지만 연약했던 과거의 모습과 당당하고 노련하지만 다소 냉담한 현재의 모습 중 어느 것이 진짜 나의 모습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두 모습 모두는 내재되어 있던 나의 기질이 경험과 상황에 기인해 발현된 결과일 것이다. 허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모습을 형성하는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직장 생활이라는 점이다.


생계를 영위하게 해주고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소속감과 안정감을 안겨주는 직장 생활, 그러나 동시에 체력을 고갈시키고 자존감과 자율성을 앗아가는 직장 생활,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직장 생활은 오랜 기간 나에게 빛과 그림자 같은 존재였으며, 키워주신 부모님이나 30년을 알아온 친구보다도 내 삶에 더 큰 지각 변동을 초래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일부 자산가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는, 생계 유지와 자아실현을 꿈꾸며 직장에 발을 디디고 오늘도 근무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결국 직장 생활로 인해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숙명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게 직장 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을 높여가는 노력과 나에게 잘 맞는 직장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내가 위치하고 있는 직장에서 잘 버티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버티는 능력'이란 단순히 참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국어사전에서 '버티다'의 의미를 찾아보면 어려운 일이나 외부의 압력을 참고 견디는 것에 더해 주변 상황에 움쩍 않고 든든히 자리잡거나 주위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굽히지 않고 맞서 견디어 내는 것을 뜻하고 있다.


즉 버티다의 참된 의미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의지를 지켜나가는데 있으며, 이를 직장 생활에 적용해보면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정글 속에서 나의 본질을 잃지 않고 자리를 사수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년 간 직장 생활을 하며 예상보다 많은 성장과 성취를 이뤘고, 기대치도 않았던 소중한 인연과 경험을 얻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생전 처음 접해보는 처절하고 험난한 고비들이 줄지어 도사리고 있었다. 많고 많은 고비를 연이어 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믿고 지지해 준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이 길을 먼저 건넌 선배들의 조언과 함께 버팀에 대한 나만의 철학과 원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연재하는 이 글모음은 강아지풀처럼 작은 바람결에도 흔들리던 내가 밑동이 튼실한 나무로 커 나간 성장기이며, 동시에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생존기이다.


아직도 나는 어리석은 실수와 그로 인한 후회를 반복하고 있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처럼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들은 오늘도 내가 웃으며 출근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있다. 많이 부족하지만 더 없이 솔직할 나의 연재가 동료와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래서 그들이 웃으며 출근할 수 있다면 이 글을 쓰는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커버 이미지는 사진 촬영이 허가된 장소 및 사물에 한정하여 제가 직접 촬영한 것만을 업로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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