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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과 슈베르트,
이렇게 느린곡이 이렇게 슬플수가...

파리의 우버 운전사

요즘 유행하는 혈당 스파이크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오후내내, 연신 이어지는 하품으로, 눈물을 닦으며 다녔다.

날씨까지 따뜻해지자, 졸음과 하품은 정말 끝이 없이 밀려왔다.


음악을 바꾸어서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틀었다.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손님을 태울 땐 참 편하다.

한곡을 40분 정도 들어도 눈치채지 못한다.

호로비츠의 연주와 키신의 연주를 반복해서 들었다.

파리 남쪽 교외에서 파리시내로 들어가는 코스동안 내내 들었다.

길이 막히지 않았지만 1시간은 족히 걸렸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3번 작품번호 90.

음..

어떻게 이렇게 빠른 곡이, 이렇게 슬플 수가 있을까...



슈베르트는 31세에 죽었다.

많은 천재들이 35에서 37 언저리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서른하나, 서른을 갓 넘기고 세상을 떠났다.

고흐 37세, 로트렉 37세, 모차르트 35세, 심지어 그렇게 부유했던 멘델스존도 35세,

르네상스의 라파엘로도 36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슈베르트는 31세였다

누구보다 빨리 떠났다.

그렇게 일찍 떠난 그가 남긴 가곡이 무려 600곡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무엇이 그의 음악을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파가니니나 리스트처럼 연주의 귀재도 아니었고,

모차르트처럼 어린 나이에 천재성을 드러낸 것도 아니었고,

쇼팽처럼 인생 자체가 사랑에 드라마도 아니었는데,

그는 무엇으로 이렇게 깊은 울림의 음악들을 선보일 수 있었을까..


내가 생각한 답은 '문학'이었다.

슈베르트는 내게 문학적인 음악가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낸,

그래서 그렇게 짧은 생애동안 방대한 양의 곡을,

그렇게 갇힌 공간과 시간 속에서 그 누구보다 광활한 대지를 방황한 것이 아닐까

그가 살았던 곳은, '문학'이라는 대지가 아닐까?

겨울나그네도 자신을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던 여인의 집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집중해서 들으면 눈물이 난다.

그렇게 흐르려는 눈물을 감추려고 억지로 하품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한낮에 운전하다 느닷없이 눈물을 흘린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대낮에도 울게 만들고,

빠른 곡인데도 슬프다.

그리고 그도 너무 빨리, 너무 이르게 떠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도록 그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슈베르트를 듣는다.


먼저 호로비츠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FxhbAGwEYGQ


키신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Ybq6Ea79nZ4



짐머만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dMi9AHqKWWs&list=OLAK5uy_mEXMmkfR64t1mymXFuoh52VOoMFbf5NYY&inde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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