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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이 야속한 날,
차이콥스키..

위대한 일상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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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 

라디오에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이 나오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겨울이 떠난듯한 18도의 포근함이, 3월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했다.

맑은 하늘과 음악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음악이 애처로웠고, 맑은 하늘이 야속했다.


예의 현을 찢듯, 치고 올라가는 격정적인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이 협주곡을 들으면 생각나는 것은, 영화 '더 콘서트'였다.

영화 줄거리 전체에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존재한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무려 16분에 걸쳐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나온다.

어김없이 눈물이 흐르는 결말이었다.

동서냉전이 존재하던 시절,

정치적인 발언으로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혀,

자신들의 갓난아이를 서유럽으로 몰래 보내야 했던,

그 후엔 수용소에서 죽어간 음악가 부부의 이야기..

아이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해 자신의 역사를 발견하고, 

눈물 속에 자신의 어머니가 연주했던 그 곡,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처음으로 연주한다.

울지 않을 수 없는 결말이었다.

차이콥스키 협주곡의 애잔함과 절규를 옳겨 놓은듯한 이야기였다.


실화였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역사 속에 많은 사람들이,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혀 목숨을 잃었었다.

체제를 비판하면, 법에 의해 벌을 받아야 하는 그런 야만의 시대는

역사 저편에 존재하는 줄 알았다.


우연이었을까..

내란수괴혐의를 받는 사람이 감옥을 나서는 영화 같은 풍경을 보며,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의 맑은 날씨에,

차 안을 가득 채우는 바이올린 선율에,

하늘이 야속하고, 세상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이 시대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을 해하려 한 사람들을 지지하는 또 다른 사람들과,

내란수괴의 혐의가 잇는 사람을 풀어주는 법원과 검찰의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많은 시민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눈물이 났다.


차이콥스키와

영화 더 콘서트와

맑은 날씨와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법과 정의가 사라진 세상과 너무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3악장에 이르면,

음악의 마지막엔,

어떤 답을 주지 않을까? 듣고 싶었지만,

자본주의에 찌든 프랑스 라디오 클래식은 1악장만 달랑 내보내고 광고로 넘어갔다.

usb로 채널을 바꾸고, 2악장과 3악장을 마저 들었다.

차이콥스키는 어떤 답을 내렸을까.

어떻게 하라고 말해줄까..

희망이 있을까...


3악장 끝까지 들었지만, 어떤 답도 없어 보였다.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의 광기 어린 연주와,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악마와 같은 혹독한 훈련으로 만들어낸 극도의 정확함도,

어떤 희망도, 격려도 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곡을 쓴 차이콥스키에서부터,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을 주지 않았고, 설명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율리아 피셔의 연주로 처음부터 다시 듣기 시작했다.

라마단을 시작한 가자지구를 그리며, 율리아 피셔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1악장부터 다시 들었다. 코파 친스키야의 광기 어린 연주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차이콥스키의 작곡 속에 바이올린의 절규가 충분히 표현되어 있었기에, 율리아 피셔의 연주도 애절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답은 거기에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없어, 그리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며, 우리만의 일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절규에 찬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시 듣고 있는 이 상황처럼,

세상의 부정형과 비참은 끝난 적이 없었다.

휴전이 끝난 가자에선, 이스라엘이 다시 침공과 공습을 준비하고 있고,

미국에선 유죄선고를 받은 자가 당당히 대통령이 되어 폭도들을 사면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협상국의 국가수반을 겁박하는,

어떤 교수의 표현처럼, 

'우아한 도덕의 시대는 지나고, 힘이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도덕이 정의가 자유가 평화가 생명이,

오염된 이 말들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이제는 어느 누구의 일도 아닌, 내일이 된 것이다.


언젠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편하게 들릴 날이 올까..

3악장이 답을 주는 그런 날이 올까.

아직, 1악장의 애절함과 간절함에 더 머물러야 하나보다.

더 간절히 기도하며,

사람들이 더 다치지 않게 해 주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일이 없게 해 주세요.라고, 더 열심히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의 없는 세상에 너무 파란 하늘이라는 이 부조리를 메꾸기 위해서

내란이 진압되고, 사람들이 평화 속에 살 수 있는 그날까지..

고통스러워도 1악장의 간절한 애절함에 머물러야겠다...


#01

광기 어리 연주라는 말 말곤, 달리 할 말이 없는 연주였다.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와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만남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hIunLv5jk&list=OLAK5uy_khgI9_GGQ9CRrNvk5JcFQy1y2tHsa-qj0&index=2


#02

내겐 클래식,

율리아 피셔

https://www.youtube.com/watch?v=ovFPKu00cCc


#03

더 콘서트...

https://www.youtube.com/watch?v=5rKpAnVuRm8



https://www.youtube.com/watch?v=sHm_uSTuNuw



#thegreatdays2025 03 Mars 2025 #gaza #Rama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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