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우버 운전사
파리의 하늘은 볼 때마다 늘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면 정말 바다처럼 드넓고 파랬다.
구름이 있는 날이면, 낮게 깔리 각양각색의 구름들이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비가 오는 흐린 하늘이면,
먹물이 배어있는 화선지처럼 수묵화 같았고,
빗방울이라도 내리면, 여지없이 베를렌느의 시구가 떠올랐다.
'저 도시 위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네..'
어제도 그랬다.
파란 하늘, 유난히도 파란 하늘, 더더군다나 휴일이었기에
맑은 날을 만끽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거리와 공원에 가득했다.
파리 하늘은 왜 아름다운가..
내가 얻은 답은 간단했다.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 아닐까?
그저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늘이 우리에게 열려 있기 때문 아닐까...
지금의 파리가 만들어진 것은 19세기 오스만 지사가 파리를 새롭게 단장할 때였고,
그때의 건물높이였던 6층이 아직도 그대로다.
이곳은 지상이 0층이므로 한국으로 치자면 7층 높이다.
이 기준에서 벋어 나는 유일한 구조물은 에펠탑, 그리고 남쪽에 몽파르나스 타워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지어진 장 누벨의 '듀오 타워'.
두 건물이 듀엣처럼 마주서 있다. 조각처럼 사면에서 보는 모습이 모두 다르다.
이 역시도 뻥뚤린 하늘이기에 어디서든 조각처럼 감상할 수 있다.
파리를 아름답게 해 준 것은 높은 건물을 못 짓게 하고 하늘을 지켰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박원순 시장이 옳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유서 깊은 도시를 지키는 법이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도시'와 '건축'을 보호하기 위해선 '길'을 보호해야 한다.
파리는 좁은 골목골목을 모두 지켜냈고, 그래서 지금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아무것도 새로 짓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 그것은 수많은 욕망들을 잠재우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을 지키고, 모든 시민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밀려드는 자본의 물결과 정치인들의 경박함으로
파리에도 수많은 건설 현장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2024년 올림픽이라는 최대의 욕망을 집어삼켜버려서 해가 갈수록 혼잡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하늘만은 여전히 모두에게 열려있다.
경박하지 않은 도시가 되기 위해 지켜낸 파리의 하늘,
머릿속엔 삽자루 하나만 들어있던 천박한 시장이 경영했던 서울이 생각난다.
그리고 또다시 더 천박한 지능의 시장이 들어서서 세계에서 제일 큰 링을 만든다고 한다.
저 하늘이 자기 것이 아닌데, 어찌 자신의 무식하고 천박한 미적 감각으로
모두의 하늘에 까지 공해로 채우려고 하는지...
그 돈이었다면, 수해로 잠겨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을 텐데..
맑은 파리의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지금도 망가져 가고 있을 고향의 하늘이 생각나서.
착잡했고, 하늘은 서럽게도 맑았다.
파리의 우버 운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