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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준 May 05. 2022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4개의 섬으로 된 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에는 프레겔강이 흐르고 그 위에는 7개의 다리가 있어. 그 다리를 한 번씩만 차례로 건너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너와의 데이트를 허락해주지.”

 그녀가 말했다.

 “알았어. 그야 어렵지 않지. 시간이야 남아도니까.”

 내가 말했다.

 “이렇게 답답하다니까. 일곱 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넌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해. 1735년에 오일러가 이를 증명했지. 너랑 데이트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지. 실제는 다를 수도 있잖아?”

 내가 말했다.

 “아니, 다를 수 없어. 이론은 상당히 과학적인 것이니까. 과학은 정확해야 하거든. 1이 아니면 0으로 존재하는 디지털처럼 실재한다면 실재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거야. 충분히 검증된 기반을 토대로 증명된 구조 체계란 말이지.”

 그녀가 말했다. 

 “게다가, 너와 나의 성격은 심해부터 우주까지 만큼의 격차가 있어. 마치 무중력에서 흐물거리는 문어 같은 너의 그 어물쩍거리는 성격은 정말이지, 치아 뿌리부터 썩은 이를 신경치료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름 끼친다고.”

 “하지만, 문어는 맛있잖아, 신경치료를 하면 이도 건강해지고 말이야.”

 내가 말했다.

 “정말 답답하다니까. 너와 함께 있으면 이렇게 답답해. 마치 내장지방이 잔뜩 끼어서 혈관이 막히는 기분이야. 너를 만나다가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증후군에 걸릴 거 같아. 내가 너랑 만나면서 줄곧 복부비만, 혈압상승, 콜레스테롤 수치 걱정이나 하면 좋겠어?”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하면 되잖아. 난 운동을 좋아하고, 달리는 것도 좋아하는데.”

 내가 말했다.

 “난 말이야, 내 몸에 꼭 맞는 원피스 같은 남자를 만날 거야. 알겠어? 영혼의 주파수가 같은 남자 말이야. 너 같이 설탕에 절인 과일 통조림이나 가공육류 같은 냄새가 나는 남자 말고, 프랑스 브르타뉴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칼바도스 요리 같은 남자 말이야. 크렘 브륄레처럼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타르트 타탱처럼 속이 가득 찬 남자.”

 그녀가 말했다.

 “음, 알았어. 일단 집에 가서 쾨니히스베르크 다리를 건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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