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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gbobo Aug 22. 2018

(1) 돈 없는데 미국 유학을 가?

재정 보조 이야기

내가 미국 대학의 유학생이라고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와, 영어 잘하겠네요. 근데 학비가 정말 비싸지 않나요?"

혹은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고 하면,

"어머, 공부를 정말 잘했나 봐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학비가 정말 정말 비싼 것은 맞는 말이다. 대략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 미국 사립 대학의 평균 학비는 6만불 정도이고, 생활비와 각종 지출을 생각하면 매년 7만불은 온전히 대학 생활에 바치게 된다. 그리고 미국 대학의 학비는 매년 $3000~$4000 정도 오르는 걸 감안하면, 입학할 때의 학비와 졸업할 시점의 학비는 또 액수가 달라진다.


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시험 점수를 내긴 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나의 성적 우수성이 장학금으로 환산돼서 받은 것이 아니라, 가족의 재정 상황이 고려되어 높은 보조금이 나왔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고 부모님이 학비 지원을 부담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각종 loan (대출)을 통해 빠듯하게 학비를 마련해서 다닌다. 학기 중과 방학 때 각종 알바나 campus job을 하고, 높은 물가의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생활비도 아껴가며 산다. 


미국 대학 학비는 꾸준히, 점점 더 많이 오르고 있다. . .


그러면 학비를 엄두도 낼 수 없는 경우에 미국 유학은 허황된 꿈일까? 흔히들 그렇게 생각하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주위의 여러 선배들과 동기들이 4만불에서 6만불의 보조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는 경우를 여럿 보았기에, 한국과는 많이 다른 미국의 재정 보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의 Financial Aid 제도는 엄밀히 말하자면 장학금이 아니다. Scholarship은 학업이나 어떤 우수한 merit을 보고 지급하는 성격을 띠지만, financial aid는 학생의 우수함이나 성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집안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서 필요한 액수의 재정 보조를 지원하는 것이다. 즉 역설적으로 돈이 없을수록, 돈을 더 많이 받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재정 보조 신청을 하고 합격을 한다면 "돈이 없어도 미국 유학"이 단순히 꿈이 아닌 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4만불 대인 가정이 있다고 하면, 적금이나 모아둔 돈으로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학비가 연간 8000불 선이라고 하자. Financial Aid는 가정에서 낼 수 있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의 학비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건 없이 지급되는 grant부터 각종 loan이나 근로장학 (work-study)까지 여러 형태의 '보조금'이 나올 수 있다. 낼 수 있는 학비가 낮을수록 대학에서는 이를 감안하고 더 많은 재정 지원을 준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유학생들에게는 이 문턱을 넘는 것에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 FA 관련된 정책은 need-blind와 need-aware라는 두 가지 정책으로 나뉠 수 있다. 


Need-blind와 Need-aware의 차이점?

Need-blind는 대학에서 학생 선발을 할 때 '블라인드'로 재정 보조를 신청해도 합격 여부에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즉 원하는 학생을 먼저 선발한 후, 그 학생이 재정 보조가 필요하다면 제공해 주는 것이다. 


반면에 need-aware는 재정 보조 여부를 고려하고 선발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비슷한 성적과 우수함의 지원자들이 나란히 있을 경우, 재정 보조 신청 여부가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실 아무런 대가 없이 매년 웬만한 기업 직장인 연봉 수준을 받는 것은 힘들다. 대학 입장에서도 재정 보조를 하면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을 원해서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international student에게도 미국 학생과 동등하게 니드 블라인드 제도를 시행하는 학교는 Harvard, Yale, Princeton, Amherst 밖에 없다. Dartmouth는 몇 해 전까지 need-blind였으나 재정 상황으로 인해 need-aware로 전환했다. 


다트머스의 aid 정책: "an applicant's financial need is taken into consideration during admissions process"


우리가 흔히 아는 명문 종합 사립 대학은 사실 국제 학생 - 특히 한국 학생 - 에 대한 재정 보조가 후하지 않다. Cornell, UPenn, Brown, Columbia와 같은 유명한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재정 보조를 받기 매우 힘들고, 여기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full pay로 다닌다.


물론 집안에서 학비를 낼 여력이 있고, 부모님과 상의한 후에 서포트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재정 지원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가정에서는 재정 여부가 큰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고, 대학을 보낸 후에 덜컥 예상보다 지출이 크게 나오면 힘든 상황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받고서는 좋은 대학을 못 간다?라는 막연한 결론은 내리지 말자. 미국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좋은 대학들이 존재하고,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특히 학부 중심 대학(liberal arts college는 국제 학생들에 대한 재정 보조가 사립 종합 대학보다 대체로 후하다. 학교들에 대한 설명은 추후에 더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가정 형편이 대학 선정을 좌지우지하는 1순위 요소라면 눈을 넓혀야 한다.


주립대인 UC Berkeley의 학비도 국제 학생들에겐 5천만원이 든다 (생활비 제외)


미국 대학 진학은 한국의 입시보다 더욱더 케바케이다. 점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줄세우기 랭킹으로 나와의 fit여부를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힘들다.


나도 몇몇 유학원이나 컨설팅의 장학금 설명회를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아는 정보에 비해 부정확하거나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꽤 있었다. 나는 Regular로 입시를 거칠 때 16개 대학에 모두 financial aid를 신청했고, 학교마다 각종 장학금까지 더 지원서를 썼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학생이라면 이 정보가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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