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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Feb 14. 2023

인생의 ON/OFF 스위치 만들기

일하는 나와 개인의 나를 구분하는 방법

내 인생에서 디자인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퇴근 후, 문득 집 가는 버스에서 든 생각은 자기 전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좋아했던 디자인은 재미없고, 시안이 별로라는 피드백을 받았던 날이었다. 긴 생각의 결론은 내 삶에 존재하는 몇가지 문제를 되짚어보게끔했다.


<내 삶의 문제들>

내 삶은 디자인으로 가득차있어서, 개인으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커리어에 관한 목표만 있었지, 내 삶에 대한 목표가 없었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1. 디자이너의 '나'와 개인의 '나' 구분하기


예전에는 '나 = 디자이너'였다. Instagram, facebook 등 각종 SNS는 나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 안의 개인의 나는 없었다. 이는 면접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디자인 외에는 취미도 없었고, 취향도 없었다. 좋아하는 일 = 잘 하는 일 = 나의 삶 = 디자인 이었기 때문에. 개인의 '나'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했던 면접관들은 나를 일 중독자로 바라봤고,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다. 


서론에서 말했듯 회사를 다니면 다닐 수록 일이 전부인 삶은 어려웠다. 일을 못해서 안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마치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퇴근 후에도 생각은 계속되었다. 더 이상 '일하는 나'가 인생의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고 느꼈다.


나는 나의 삶을 ON과 OFF로 나누었다. ON은 디자이너의 내 모습이다. Instagram, behance, linkedin, brunch 등 내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채널의 아이디는 yewooon.on으로 통일했다. 반면에 OFF는 스위치가 꺼진 나의 사적인 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필름카메라, 여행, 엽서수집, 독서, 저널 작성,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상 등을 위한 플랫폼은 모두 yewooon.off가 되었다. 두 개의 내가 분명히 분리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디자이너의 나와 개인의 나를 분리하는 조건을 만들었다.


<나를 분리하는 조건>


2. 커리어 목표가 아닌, 인생 목표를 먼저 세우기


20대 초반, 내 삶의 목표는 40살에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는 것과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삶은? 없었다. 몹시 극단적이고 좁은 시야의 삶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최태성 선생님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WwYBIVsbTI


내용을 요약하자면, 내 꿈의 목표는 동사여야한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 CEO, 검사, 판사 등 다양하고 멋진 꿈을 꾸지만, 사실은 그건 꿈이 아니라 나의 직업일 뿐이었던 것. 내가 검사가 되어 불의를 위해 무엇을 할것인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영상을 계기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꿈꿨던 것은 결국 직업적 성공이었고, 그건 나의 직업이지 꿈이 아니었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어릴적 나는 일 년 내내 봄 날씨를 누리는 그리스에 살면서 올리브를 재배하고, 펌킨파이를 굽는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일하는 동안에는 완벽한 디지털 노마드의 인생을 살며, 발리,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태국, 미국 등지에서 여행을 하면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었다. 두 가지 큰 꿈을 갖고 인생의 목표를 다시 세우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나는 원점으로 돌아가 '나'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1) 나에 대한 생각해보기


생각해보면, 남한테 보여지는 나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깊게 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에 대해 생각을 먼저 시작했다.


생각보다 확고한 취향과 생각을 갖고 있었다. 


2) 가치관 찾아보기


이렇게 작성하고 나니, 내 가치관을 정립하고 싶어졌다. 과연 나는 어떤 가치를 중요시 여기길래, 이런 것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궁금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는 크게 3개였다. 행복, 배움, 목표.



이렇게 가치관까지 정립하고 나니,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보였다. 순간순간이 행복한 삶을 살며, 끊임없이 배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꿈꾸고 있었다. 젊을 때는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를, 나이가 들었을 때는 원하는 곳에 정착해서 나만의 소소한 삶을 꾸리고 싶었다.



3. 마음대로 안되는 내 인생 제어하기


삶의 스위치도 on/off로 만들었고, 나의 삶의 목표까지 정립했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외부의 영향과 내부의 영향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우선 외부에서는 삶을 불행하고,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 산재했다. 업무, 인간관계, 오른 물가. 내부에서는 또 어떤가. 저질 체력, 쉬고 싶은 마음,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 낭비까지 우리의 인생은 수도 없이 많은 방해꾼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이 지점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나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1.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부터 하기
2.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기
3. 끊임없이 회고하기
4. 통제를 벗어난 건 과감히 놓아주기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가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거창해보인다. 알다시피, 완전한 디지털 노마드에는 많은 요소들이 서로 잘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노마드가 많은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시작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결국 그게 내 성과고, 나를 도와줄 지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전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회고한다. 주간, 월간, 연간 회고를 통해 내가 얼만큼 인생 목표치에 달려가고 있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다. 방해물은 없는지, 부스트가 필요할 때인지 체크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통제를 벗어난 일은 과감히 놓아주자. 첫 회사에서 생각도 못한 오너 리스크로 이직을 한 경험이 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억울하고 화도 났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은 회사에 오게 되었다. 이처럼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영역은 흘러가는대로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인생의 ON/OFF 스위치가 더 큰 인생의 목표, 나아가 꿈을 이뤄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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