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과 시작, 그리고 10년 전의 기록
누구나 한 번쯤은 낯선 곳에서의 삶을 꿈꿔보지 않을까?
전혀 다른 공기, 다른 언어,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하루에 대한 기대감. 그러면서도 막상 익숙하지 않은 상황 앞에서는 두려운 마음을 애써 모른 척하곤 했다. 복잡한 마음이 마구 뒤섞이며 끊임없이 나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그 상황에서 나는 나만의 자유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에는 늘 항상 어딘가로 향하는 기운이 있었던 것만 같다. 그러나 그렇게 떠난 곳에서의 인연과 경험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될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20대 중반. 그 시절의 나는 자주 흔들렸고, 그래서 더 멀리 가고 싶어 했다. 졸업 후 일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틈틈이 여행을 다녔지만, 잠시 머물다 돌아오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2016년 8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날, 나는 일본 교토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까운 나라였고,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더 현실적인 선택처럼 느껴졌다. 전통문화를 전공했던 나에게 오래된 것들이 조용히 남아 있는 도시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종로에 위치한 회사에서 퇴근한 뒤 일본어 학원으로 향하던 저녁들. 그렇게 준비를 이어가다 2016년 4분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았다. 점심시간에 잠시 자리를 비워 여권을 돌려받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해외 체류를 위한 첫 장기 비자. 여권에 붙은 작은 종이 한 장이 내 삶을 어디까지 데려갈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비자를 받고 나서야 정말로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3개월 동안 한국에서의 일들을 정리하고, 일본에서의 생활을 준비하며 그렇게 나는 2017년을 맞이했다. 서툴렀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만났던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다시 마주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