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북쪽 끝, 이방인이 사는 집

여행과 생활, 그 모호한 경계 어디쯤에서

by Solynn

아직은 쌀쌀한 공기 속에서, 조용한 버스정류소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일본에 있다는 사실이 멍하게 믿기지 않았다. 분명히 아침까지는 한국에 있었는데, 마치 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버스정류장으로 마중을 나온 담당자 스구루를 따라 도착한 셰어하우스는 연노랑색 외관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현관문이 있었지만, 미닫이 문을 통해 테라스로 들어갔다. 첫인상만큼이나 묘하게 흥미로운 집이었다. 교토 북쪽 끝, 작은 개울이 흐르는 조용한 교토의 주택가 한편에 위치한 이곳은 스물네 명이 머물 수 있는 셰어하우스였다. 이제 막 완공된 이곳에 스구루를 포함해 네 명이 머물고 있었고, 그만큼 비어 있는 공간이 많았다. 아직까지 생활감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이상하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나와 스구루를 제외한 나머지 하우스메이트들이 모두 유럽에서 온 친구들이라 의도치 않게 일본어와 어색한 영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영어는 발음이 생각보다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일본어가 더 편해서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는데, 혀끝에 맴도는 어색한 영어를 골라내는 내가 있었다.


처음의 어색한 분위기는 매일 밤 새로운 얼굴들을 환영하며 열리는 작은 파티에 조금씩 섞여 들어갔다. 적막했던 집 안은 저녁이 되면 복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넓은 식탁의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던 첫날과 달리 어느 날부터는 거대한 테이크아웃 초밥을 테이블 한가득 차려야 할 정도가 되었다.


IMG_5407.JPG 다 모여 앉아도 식탁이 여전히 넓게만 느껴졌었다.

점점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 동네 주민들이 셰어하우스를 찾아왔다. 셰어하우스를 관리하는 담당자를 통해 마련된 일종의 설명회 같은 자리였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긴장되어 있었다. 설명을 하는 사람의 말은 길었고,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새로운 이웃들이 방문한다기에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 온 코코와 니코는 전날 저녁부터 지역 음식인 크레이프 반죽을 만들며 준비했지만, 딱딱한 표정으로 셰어하우스를 방문한 이웃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낀 것 같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괜히 긴장하고 있어서 엄청 피곤해졌다. 겹겹이 쌓인 세월로 단단하게 결속된 공동체 안에, ‘외국인’이라는 이질적인 조각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생각보다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분위기와 평가당하는 듯한 시선을 곱씹으며, 아직은 여행과 생활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image_1557639081490282605635.jpg 비록 이곳에서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겠지만, 이 조용한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