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를 끝내고도 말하지 못한 이유

교토로 떠나기 전 정리해야 했던 것들

by Solynn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일본에 간다는 말을 꺼냈다.


이미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나와 있었고, 집도 구해둔 상태였다. 돌이켜보면 순서가 조금 이상했다. 준비는 다 끝냈는데, 말만 남겨둔 상태였으니까. 일 년 동안 일본에 머물 수 있는 비자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교토에서 꼭 지내고 싶었다. 당시 교토는 오사카 여행 중 하루 정도 들르는 곳에 가까웠다. 워홀을 가기 전, 2주 정도 교토에 머문 적이 있었다. 내가 경험한 교토는 과거가 현재보다 더 빛나는 이상한 곳이었다. 여전히 과거에 잠긴 듯 한 그 도시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원룸을 알아보았는데, 부동산 계약을 비롯한 복잡한 서류 절차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했다. 교토에는 다양한 셰어하우스가 있었지만, 너무 작지도, 그렇다고 너무 크지도 않은 적당한 규모의 집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가 출국 시기에 맞춰 신축되는 셰어하우스를 발견했다.


위치는 원래 생각했던 이치죠지보다 훨씬 북쪽이었다. 조금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관광지와 거리가 있고, 교토 식물원과 가모가와가 가까운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월세는 조금 비쌌지만 보증금은 비교적 부담 없었고, 무엇보다 혼자 원룸을 계약할 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였다. 셰어하우스를 계약하고 나니 가장 큰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하지만 진짜 숙제는 따로 있었다.


숙제를 미루며,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모든 준비를 거의 끝낸 뒤에야 부모님께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를 통보와 가깝게 꺼냈다.


반대하실 분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해외에서 1년을 살아보겠다는 말을 꺼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혹시라도 부모님이 반대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독립적인 건지 혹은 이기적인 건지 여전히 헷갈리지만 훗날 프랑스로 떠날 때도 나는 똑같은 실수를, 아니 똑같은 선택을 반복했다. 두려워하면서도 그때도 지금도 나는 늘, 떠나는 쪽을 선택했다.


출국 전까지의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그러다 출국을 이틀 앞두고서야 현실이 밀려왔고, 그제야 부랴부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별 다른 이유 없이 첫 월급으로 구입했던 자전거를 꼭 가져가고 싶었다. 기어코 다른 짐을 줄여가며 한 손에는 자전거를 든 채 결국 35kg이 넘는 짐을 꾸렸다.


그렇게 나는, 교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