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주는 행복
오늘은 털이 길고 우아한 페르시안 고양이 '뭉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뭉치는 털이 길고 다리가 짧아 페르시안과 먼치킨이 섞인 종인데 '먼치킨 나폴레옹'이라 불립니다.
먼저 페르시안 고양이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얌전하고 의젓하며 느긋한 성격에 빗질을 좋아한다.
얌전하고 주인을 잘 따르는 고양이를 원한다면 페르시안 고양이가 알맞다.
말이 없기로도 유명하지만 목소리는 매우 작고 사랑스럽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런 성격 때문에 뭉치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얌전하고 평소 조용하며 목소리는 매우 작고 사랑스러운' 건 정말 꼭 맞네요! 하지만 빗질을 좋아한다니 전혀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네요! 뭉치는 빗질을 좋아하지 않아 츄르나 간식 먹일 때를 이용해 잠깐씩 빗어주곤 합니다. 아니면 살짝 졸릴 때를 노려서 살살 빗어줘요.
고양이들은 매일 10% 정도의 시간을 그루밍에 할애한다고 해요. 그루밍을 하며 털을 먹게 되는데 대변에 함께 나오기도 하고 '헤어볼'을 토하기도 합니다. 토악질을 해서 뭉친 털을 뱉어내는 건데 저는 개인적으로 '털토'라고 불러요.
처음 헤어볼을 보면 대변인가 싶어 깜짝 놀라요. 축축하게 젖은 연한 회갈색의 덩어리인데 살짝 길쭉하니 고양이의 대변 모양을 닮았어요.
한 번도 대변 실수를 한 적이 없는데 '이게 뭐지!!!'하면서 놀라는 거죠. 그래도 털토를 보면 '아, 엄청 개운하겠구나.'싶어 마음이 놓여요. 하지만 잦은 구토는 위장 기관에 해로우니 털을 많이 삼키지 않도록 매일 관리해줘야 합니다.
페르시안 고양이의 털은 엄청 얇고 가늘어요. 빗어주지 않으면 겨드랑이나 목 근처, 귀 뒷부분에 뭉터기 져 있어요. 아니 매일 빗어준다고 빗어주는데도 어느 순간 보면 뭉터기진 털을 달고 돌아다닙니다.
뭉치는 뒷발로 자신의 목덜미를 긁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뒷발에 털뭉치가 붙어요. 그걸 그루밍하다 먹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뗘주려 하면 도망갑니다. 아주 천천히 자연스레 근처로 가서 뗘주어야 해요. 자신을 잡으려는 느낌을 받으면 바로 도망갑니다. 무언가 '낌새'를 느끼고 도망가는 거죠.
뿐만 아니라 한 가닥씩 날리는 뭉치 털은 가벼워서 집안 높은 곳 어디나 사뿐하게 날아올라 자리 잡아요. 주방 후드 위에도 냉장고 위에도 예외는 없답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식탁 방어를 잘해야 해요. 쏨이는 남편과 제가 밥을 먹든 말든 신경을 안 쓰는데 뭉치는 거의 매일 밥을 차리려 하면 식탁에 올라와 앉아있어요. 쌈을 먹으려 하면 그렇게 상추나 고추를 물고 가려고 장난을 칩니다.
그래도 이런 털 관리의 단점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행복감을 줘요.
특히 아침에 간식 시간에 아일랜드 식탁에 올라와 '냐앙-'하고 얇고 작은 소리로 울며 머리를 들이미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어요. 오후에도 제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자기 간식 주는 줄 알고 아일랜드 식탁 모서리에 와서 냥냥거리며 보챕니다. '냐앙-냐앙-'하면서 저만 바라보는데 그게 그렇게 사랑스럽네요. 또 간식을 주면 머리를 들이밀며 비벼주어요.
"(부비부비) 간식 고맙다옹~"하는 거죠.
그러니 뭉치가 간식이 없어 실망하지 않도록 늘 곳간을 채워둘 수밖에 없죠!
뭉치의 또 다른 특징은 '쫄보'라는 점이에요.
간혹 집에 낯선 사람, 특히 낯선 성인 남자가 올 때면 낮은 포복자세로 '샥샥샥'하고 바닥에 붙어서 잽싸게 구석으로 숨어요. 그 포복자세가 얼마나 특이하고 웃기던지 영상으로 꼭 찍어두고 싶은데 늘 타이밍을 놓칩니다.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이미 사라진 뒤예요.
어느 하루는 쏨이와 둘이 숨어 있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도 쏨이는 뭉치보다는 용감합니다! 가끔 캣타워 위에서 내려다보며 왜 왔나 관찰해요.
이 날은 소파 배송이 오는 날이었어요. 성인 남성 두 분이 오셨습니다. 그랬더니 쏨이도 같이 뭉치 옆에 가 있네요.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은신술의 대가들입니다.
정말 신기하게 낯선 성인 남성이 오면 귀신같이 숨습니다. 성인 여자나 아이들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요. 성인 남성에게 뭔가 위협적인 '낌새'가 느껴지나 봅니다!
숨을 땐 언제고 이렇게 우아하게 앉아있네요~
마치 "내가 모델이야. 날 찍어봐." 하는 것 같아요!
뭉치의 특장점은 '귀여움'과 '요염함'이에요. 한쪽 옆으로 다리를 쭉 빼고 앉아 있는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우면서도 요염해 보일까요?
순진해 보이는 큰 눈망울에 작은 코는 보호본능을 유발하고 짧은 앞다리는 앙증맞죠.
게다가 부드러운 털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갈색톤이 매력적이죠.
(물론 제 눈에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야들야들한 뱃살을 만지는 것도 힐링 포인트입니다. 고양이들은 배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간혹 살살 만지면 허락해 주어요.
매일 봐도 매일 귀여운 뭉치입니다.
이 사진은 뭉치의 털 부스스함이 제대로 표현되었어요. 페르시안 고양이는 매일 빗질이 정말 필수입니다!
한 번에 많이 빗어주면 싫어해서 아침저녁으로 틈날 때마다 조금씩 부분 부분 빗어주고 있어요.
마지막 사진은 제가 좋아하는 '찌그러진 뭉치'입니다. 약간 '맹'한 표정이 포인트예요!
저는 '고양이로부터 받은 사랑'이 제가 '주는 사랑'보다 늘 크다고 느낍니다.
"매일 사랑한다 말하라."
긍정적인 좋은 말을 매일 표현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하잖아요?
가족 사람에게는 매일 말하기 어려운 그 말들이 털가족인 고양이에겐 정말 술술 나옵니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애교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간드러지게 "뭉치뭉치~~울 귀여운 뭉치 엄마가 사랑해~"가 절로 나옵니다.
이게 아마도 고양이가 주는 가장 큰 행복 작용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