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집사의 하루
어떤 장난감이든 금방 질려하는 냥이들을 위해 종종 장난감을 만들어 줍니다.
사람도 각자 취향이 다르듯 고양이도 선호하는 장난감이 달라요.
쏨이는 작아서 마치 벌레처럼 보이는 걸 좋아합니다. 또는 마따따비 나무 조각을 좋아해요.
뭉치는 작은 깃털이나 길쭉한 종이조각, 리본끈을 좋아합니다.
빛을 반사시켜 주는 '빛놀이'도 좋아하길래 오로라 홀로그램 광택 비닐 두꺼운 걸 샀어요.
나비도 만들어 주고 잠자리도 만들어줬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네요.
그냥 비닐 위에 올라앉아 있는 걸 더 즐기는 듯합니다.
형편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위 사진과 같은 작은 물체나 종이를 좋아합니다.
쏨이는 특히 작은 클립이나 옷핀을 낚싯줄에 묶어주면 좋아해요. 한 번 질린 장난감은 한참 뒤에 다시 흔들어줘도 영 반응이 없어서 과감히 잘라버리고 재활용해요.
옷을 사면 택이 붙어있는 검은 플라스틱 옷핀이 있는데 그걸 낚싯줄에 묶어서 흔들어주면 쏨이의 최애 장난감이 됩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나비 장난감도 관심 없어해서 날개를 뜯어 몸통만 묶어 흔들어주니 신나게 놉니다.
둘 다 겁이 많아 그런지 조금 크거나 소리 내며 요란하게 움직이는 걸 피해요. 한 번은 남편이 움직이는 새 인형을 주문했는데 정말 기겁하며 도망가더라고요. 또 한 번은 리모컨으로 조종해서 움직이는 뱀 장난감을 샀는데 구석으로 숨었어요.
얼마나 잽싸게 도망을 가던지요. 마치 만화 캐릭터가 줄행랑치는 모습 같아 보였어요. 하하.
매일 아침저녁 15분씩은 놀아주라는 전문가의 말을 봤는데요. 마음은 매일 많이 놀아줘야지 하는데 막상 정확히 시간을 생각해 보면 매일 30분 놀아주기가 어렵더군요. 어떤 날은 바쁘단 핑계로, 또 어떤 날은 피곤하단 핑계로 놀이를 거의 못 해주는 날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동 장난감이 광고처럼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사게 돼요. 웬만한 건 종류별로 하나씩 사 본 듯하네요. 몇 시간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이요. 늘 다신 안 사야지 하면서 말이죠.
하루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종이를 뭉친 장난감을 파는 걸 봤어요. 그냥 색깔 있는 종이인데 한 뼘길이 정도로 꼬깃꼬깃 접어 뭉친 거였어요. 그게 평이 좋은 걸 보고 '우리 집에 색 한지 많은데'라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종이 뭉친 걸로 뭉치가 얼마나 신나게 뛰어다니는지 이틀을 꼬박 재밌게 놀았어요. 3일째부터 영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아 그게 아쉬울 뿐입니다.
새 장난감을 사줘도 며칠 못 가니 괜히 쓰레기만 생기는 것 같아 요즘 새 낚싯대는 거의 안 사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영상을 보니 냥이들이 좋아한다고 계속 놀아주면 금방 실증내니 잠깐 놀아주고 흥미를 잃기 전에 장난감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주라고 하네요.
하지만 냥이가 좋아하면 계속 놀아주고 싶은 집사맘에 그게 잘 안 돼요.
한 번 신나게 반응하면 많이 놀아주고 싶은 마음에 중간에 장난감을 집어넣기가 어렵더라고요.
밖에서 산책하다 날씨 좋은 날에는 얼마나 쏨뭉치를 데려 나오고 싶은지 모릅니다.
햇살 좋고 바람 선선한 날을 냥이들과 함께 피부로 느끼고 싶어서요. 좋은 날 같이 감상하자고요.
'영역동물'인 고양이에게 산책이 스트레스가 된다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겁은 많은데 귀가 엄청 밝은 고양이들은 밖에 나오면 주변의 차 소리, 아이들 노는 소리 등이 낯선 공포일 것 같아요.
뭉치가 특히 대표적인 '쫄속성'고양이거든요. 완전 쫄보예요.
그래서 언젠가 넓은 '야외테라스'를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에요. 안전한 야외 공간을 쏨뭉치가 자신의 영역으로 삼는 거죠. 그래서 비가 오면 비도 느껴보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아닌 진짜 바람도 맞아봤으면 좋겠어요.
눈이 오면 눈 쌓인 테라스를 밟아보며 냥 발자국을 남긴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냥 뽀드득. 뽀드득.
꿈.. 꾸다 보면 이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