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백조 Jun 12. 2024

냥집사 필수덕목, 양치를 잘 시키자!

병원 스케일링 후기

쏨뭉치를 '최장수 고양이'로 키우려니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치아 관리'였습니다.

사람도 나이 들면 치아 문제가 늘 따라오듯, 반려동물도 사람과 살다 보니 수명이 늘어 치주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이 매일 바쁘고 힘들어서였을까요?(아닙니다. 핑계예요.)

매일 양치시키고 관리를 잘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이틀에 한 번이 되고 또 어쩌다 보니 며칠을 그냥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어금니에 치석이 낀 게 눈에 확연히 보이더라고요! 

어쩜 이럴 수가!!

이때가 올해 (2024년) 2월이었어요.  아직 3살인데 치석이 생기다니 정말 부족하고 못난 집사네요!


그냥 이빨과 잇몸 사이에 살짝 누런 게 아니라 대놓고 딱딱한 덩어리가 달려 있는 거예요. 근데 만지면 싫어하고 도망갑니다. 


뭉치가 습식 사료와 동결 건조 생선 및 닭고기를 매일 먹는데 게으른 집사가 양치를 매일 안 시켜주니 치석이 커다랗게 생길 수밖에요. 이거 놔두면 큰 일 나겠다 싶어 최대한 빠른 날짜로 스케일링을 예약하기 위해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습니다.


"여기 잇몸에 치석 있는 부분 붉게 변해 있는 거 보이시죠? 이러면 잇몸이 지금 부어있는 상태인 거예요. 이 상태에서 양치를 하면 아프니까 양치를 더 싫어하고 피하는 거죠."


"스케일링 가장 빠른 날짜로 잡아주세요!"


그렇게 바로 다음 주에 쏨이는 오전, 뭉치는 오후 시간으로 스케일링을 다녀왔습니다.


뭉치가 겁쟁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병원 다녀와서 뭉치는 마취에서 회복하고 나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밥도 잘 먹는데 쏨이가 달라졌어요. 마취 때문에 전 날 저녁 이후 밥도 안 먹었는데 병원 다녀와서 마취에서 회복한 뒤로도 사료를 안 먹고 츄르도 외면했어요.

눈을 왜 그렇게 떠?

늘 좋아하던 건사료를 줬는데도 사료는 쳐다보지도 않는 쏨이에요. 

밥을 안 먹은 지 만 하루가 되었을 시간인데 아무것도 먹질 않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집사님들은 아시죠? 저렇게 동그랗게 뜬 눈은 기분 나쁜 상태라는 것을요.

평소에는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없는데 '나한테 왜 그랬어??'하고 원망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평소 잘 안 올라가던 캣타워 맨 위에 앉아서 무섭게 노려보기만 하네요.


"쏨이야~~"

"엄마가 우리 쏨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뽀뽀하던 우리 사이 다 잊은 거 아니지 쏨아~??"

"쏘무야~~ 밥 먹자~~"


달래듯 불러봐도 손을 내밀어 봐도 저 표정이에요. 몇 시간 째 저러고 앉아 있습니다. 


만 하루를 넘게 아무것도 안 먹으니 너무 걱정이 되어 밤 12시가 넘어 자야 하는데도 쉽게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조금만 소리가 나면 쏨이가 밥 먹으러 내려왔나 살피느라 온 신경이 거실에 쏠려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쏨이가 이대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평소와 너무 달랐거든요. 예전에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나 방광염으로 병원 가고 했을 땐 전혀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새벽 1시가 넘어가고 드디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네요.

6킬로가 넘는 뚱냥이가 되어 캣타워 내려오는 소리가 확연히 들립니다.


그렇게 새벽에 사료를 먹고 다음날 아침에는 여느 때와 똑같은 쏨이로 돌아와 있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쏨이가 스케일링이 그렇게 싫었다니 다음부턴 스케일링하러 갈 일 없게 정말 양치를 잘 시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실 쏨이가 너무 화난 반응이라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병원에 전화해서 혹시 진료 중에 무슨 이변이 있었나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동물병원 처치실이나 수술실에 모두 CCTV를 설치해서 보호자가 상시 지켜볼 수 있게 법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내가 국민 신문고에 올려야 하나. 국회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할까.'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쏨이가 예전처럼 돌아와서 병원에서 있었던 찜찜했던 일은 잊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뭉치 스케일링 맡기며 쏨이를 데려오는 일정이었어요. 그래서 뭉치를 데려가니 마취하려면 체중을 알아야 하니 체중을 재더라고요. 


'어? 오전에 쏨이는 몸무게 안 재던데?'

오후에 뭉치를 맡기며 쏨이를 찾아오려던 참이라 모니터 화면에 쏨이 진료차트가 떠 있었는데요. 쏨이 몸무게가 5.4킬로로 적혀 있었어요. 

"어? 근데 쏨이는 몸무게 안 쟀죠?"


의사 선생님이 약간 멈칫하시더니

"아, 몸무게를 측정했는데 기록을 안 해놨네요. 5.4킬로 맞죠?"

라고 되물으시더군요.


예전에 이 동물병원에서 쏨이 약만 타서 갈 때 몸무게가 5.4킬로였거든요.


"아닌데요? 6.4인데요?"

라고 대답하니 그렇게 많이 나가냐며 조금 놀라는 표정이시더라고요.

지난주에 검진받으며 스케일링 예약하던 날 병원에서 몸무게를 쟀거든요. 그때 분명 6.4킬로여서 그때도 생각보다 쏨 이가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의사 선생님이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몸무게를 수정을 안 해 두셨네요.

"아 그랬나요? 안 적어둬서 그래요. 스케일링 전에 몸무게 측정했어요."

라면서 그때 고쳐 적으시네요.


'마취시술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쏨이 몸무게를 모르네요? 5.4킬로로 알고 계시네요? 6.4킬로인데?? 저기요??'라며 엄청 따지고 싶었는데 뭉치 스케일링을 앞두고 있던 터라 말을 삼켰습니다.


"아, 네. 뭉치 잘 부탁드려요~"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나서 쏨이가 땡그란 눈으로 계속 절 노려보니 온갖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칠 수밖에요.


'스케일링 시술 중에 마취가 살짝 깬 게 아닐까? 쏨이가 마취가 살짝 풀리니 강하게 잡아서 시술을 마무리 한 건 아닐까?'

'쏨이가 계속 밥도 잘 안 먹고 나를 피하면 어떡하지?'

'쏨이한테 트라우마 같은 안 좋은 기억이 만들어진 걸까?'


난생처음 보는 쏨이의 차가운 태도에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몰라요.


'의사 선생님 친절하시고 병원도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깔끔해서 좋았는데 이러시면 믿음이 깨지잖아요. 정말 가까운 동물병원에 정착하고 싶은데 제 맘을 너무 몰라주시네요.'













                     

이전 07화 방광염과의 사투, 응급동물병원을 간 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