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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백조 Jun 05. 2024

방광염과의 사투, 응급동물병원을 간 쏨

방심할 수 없는 육묘

'바닥에 물은 뭐지?'


'설마 오줌??'


거실 바닥에 손바닥 반절만 한 작은 물 웅덩이를 보았어요. 

한 번도 화장실 실수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쏨이가 불편한 몸짓으로 주저앉아 있는 모습에 불안했어요.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고 가서는 오래 앉아있는 듯해서 시간을 재어 보았습니다.


'1분.. 2분.. 3분.. 5분.. 9분..?'


무려 9분을 앉아 있다가 나오는 데 소변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작은 덩어리에 불과했어요.


고양이들의 오줌은 흔히 '감자'라고 불리며 모래에서 '감자를 캔다'는 표현을 써요. 왕감자는 아니더라도 감자 같은 크기여야 한다는 말이죠. 근데 웬만한 알감자보다도 작은 쏨이의 오줌을 보고 바로 검색에 돌입했어요.


초록창 지식인들의 도움으로 '방광염'이라는 것을 알았죠. 아직 피가 나오거나 한 것은 아니니 음수량을 신경 써주면서 상황을 보고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날이 토요일이었고 이미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다음 주 월요일에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소변에 피가 조금 묻어 나온 거예요!!!

붉은색이 묻어 있는 모래를 본 순간 걱정은 꼬리를 물고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을 스쳐갔죠.

'요로결석'일 수도 있고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면서 일요일에 문을 연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24시 응급동물병원이 있었어요. 


병원에서 대기 중인 쏨


'응급병원이라 비용이 많이 비싼 거 아니야?'라는 걱정도 조금 들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병원비 폭탄을 맞았다는 글을 가끔 고양이카페에서 봤기 때문이었죠.


어쨌든 응급 진료를 받고 요로 결석일 가능성이 있어 엑스레이를 찍고 잠시 기다렸어요.


두둥!

결과는 다행히 방광염이고 결석은 없다고 해요. 방광염 초기 상태이니 약으로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여 졸였던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병원비도 생각보다 적게 나왔습니다. 약값과 엑스레이 비용을 모두 포함하여 9만 원 정도였어요.




고양이들은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인데 야생에서 처럼 수분이 있는 생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건사료를 주식으로 먹으니 방광염이 오는 경우가 잦다고 해요. 


쏨이는 습식을 원래 안 먹고 건식파예요. 그러니 더더욱 음수량이 부족했죠.

그래서 음수량을 늘리려고 츄르에 물을 섞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츄르탕'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저는 이때 처음 알았어요. 고양이 음수량을 늘려준다는 '산양유' 제품도 사보고 다른 여러 브랜드의 습식캔을 종류별로 들였어요. '유리너리 케어'라고 해서 간이 조금 세서 음수를 유도한다는 제품도 샀고요. '캣밀크'도 샀습니다. 결과는요?


쏨이는 이제 제가 츄르를 바로 짜주지 않고 그릇에 담아 주면 피합니다. 얼마나 예민한지 츄르마저 기피하고 살짝 반나절 굶겼다가 유리너리 제품을 주었더니 그제야 조금 먹네요. 다른 습식캔은 아예 안 먹습니다. 산양유도 싫고 캣밀크도 싫다 합니다.


음수량이 너무 걱정되어 황태포를 따듯한 물에 불려서 황태국물을 내어 줬는데 그것도 싫다네요. 어릴 때는 아주 잘 먹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갑자기 안 먹더라고요. 우리 뭉치는 물을 흥건하게 부은 황태큐브도 잘만 먹는데 말이죠. 


방광염이 걱정되어 주사기로 강제 급수도 했습니다. 찬 물은 싫을까 봐 주사기로 물을 먹일 때도 미지근하게 황태를 연하게 우린 물을 아침저녁으로 먹였어요. 물론 곱게 잘 받아마시지는 않습니다. 게워내려고 얼마나 꿈지럭거리는지... 


"내가 너 귀여워서 봐줬다."


하지만 갈수록 강제 급수를 싫어하고 미리 눈치채고 도망을 가서 '에라 모르겠다. 넌 그래도 물을 많이 마셔야 하니 건사료에 물을 부어주겠다.'며 건사료에 물을 타 주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건 잘 먹더군요. 물에 탄 건사료를 먹을 때 보니 처음엔 사료 알갱이가 잘 안 먹히고 물만 먼저 먹게 되는데 쏨이가 이건 싫어하지 않고 물을 할짝할짝 잘 먹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 넌 이거다.'

감자의 크기가 좀 작아졌다 싶으면 요즘도 건사료에 물을 부워줍니다. 


어릴 때는 황태채 불린 것도 잘 먹고 츄르도 가리지 않고 여러 브랜드를 먹었었는데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제 생각엔 어릴 적 허피스 걸려 아팠을 때 츄르에 약을 타주고 해서 음식에 대한 경계가 심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또 츄르탕을 해주다 보니 그것도 의심스러웠나 봐요. 


현재는 딱 한 종류의 츄르만 먹어요. 그런데 사료는 가끔 바꿔줘도 금방 적응을 합니다. 그게 신기해요. 참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쏨이야, 엄마는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어. 다른 안 해줘도 돼.

그저 건강하게 곁에 오래오래 머물러 주렴. 곁에 있어 주는 게 사랑이니까."



비만 판정을 받은 고양이 쏨, 뚱냥이 탈출 프로젝트 진행 중

그런데 건사료가 포만감이 적어서 일까요? 

아님 사냥놀이가 부족해서 심심하면 사료를 먹었던 걸까요?

자율배식을 했더니 쏨이가 비만 판정을 받았습니다. 최고 몸무게는 6.4kg이었고 현재는 6.1kg으로 다이어트에 약간 성공한 상태입니다. 


고칼로리 사료에서 조금 낮은 칼로리의 사료로 변경하고 제한 급여를 하고 있어요.

먹기는 뭉치가 더 많이 먹고 변도 뭉치가 두 배는 더 많이 싸는데 쏨이만 비만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죠.


쏨 일러스트

마무리는 제가 그린 일러스트입니다. 

뚱냥이, 제 눈에는 너무 귀엽기만 한데 건강을 생각해서 관리해 줘야겠죠?

운동하는 고양이, 쏨

열심히 운동하고 사료 조절해서 '최장수 고양이'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날까지~!

쏨이의 건강 프로젝트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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